2024-04-16 16:00 (화)
상처뿐인 총리 인사청문회
상처뿐인 총리 인사청문회
  • 이태균
  • 승인 2015.02.15 2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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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균 칼럼니스트
도덕성 집중에 지나치게 치우쳐
균형 있는 자질ㆍ능력 평가 필요
‘앞으로 무엇 할 수 있을지’ 초점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총리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낙마한 게 세 번이나 있었다. 세간의 회자처럼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총리후보자로 지명되기 전에는 별문제 없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가도 막상 지명 후에 청문회 준비과정에서 언론이나 여론으로부터 질타를 당하고 후보자가 스스로 후보직을 포기하거나 국회청문회장에서 도덕성에 대한 격론을 많이 접하게 된다.

 그동안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후보자의 결격 사유의 단골 메뉴로는, 부동산투기, 본인과 자녀의 병역 의혹, 논문 표절, 세금탈루, 위장전입 등 이었다. 그런데 이번 이완구 후보자의 경우는 ‘보도 외압’ 논란이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말았다. KBS의 보도와 새정치민주연합 청문위원들이 공개한 바에 따르면 녹취록엔 과거 언론을 통제했고 앞으로도 통제할 수 있다는 그의 왜곡된 언론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러한 발상은 독재시절에나 있을 법한 언론통제 망상에 사로잡힌 그가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 자질을 의심받기에 충분한 것으로, 어쩌면 권언유착을 자랑하고 언론을 겁박하는 내용의 발언까지 새롭게 더해진 것이다.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이후 우리나라에서 고위 공직자가 되려면 병역 특혜, 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전입의 4대 조건을 갖춰야 한다는 자괴의 목소리가 많았다. 그만큼 고위 공직에 걸맞은 도덕성과 업무 추진력을 겸비한 인물이 드물었다는 얘기다. 이 후보자도 그동안 여러 고위 공직 후보자에게서 숱하게 봐왔던 의혹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박근혜정부 들어 총리 후보자가 도덕성 시비로 수차례 낙마했는데도 후보자의 흠결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그리고 청문회의 운영도 문제가 많다는 사실이다. 청문위원들은 총리 후보자의 국정수행 능력이나 자질 검증보다는 도덕성에만 너무 치우쳐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 검증을 균형 있게 제대로 하지 못했다. 후보자 역시 국정 청사진을 밝히기보다 제기된 온갖 의혹들에 대해 사과와 해명하기에 치중했다. 여당의 원내대표인 이 후보자가 지명됐을 때만 해도 이번 청문회는 정책검증 무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이런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따라서 청문회를 좀 바꿔야 할 필요가 있는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후보자가 어떤 길을 걸어왔느냐도 중요하지만 이것보다는 앞으로 총리로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더 관심을 가져야 되지 않을까. 이번을 계기로 해서 청문회 자체를 어떻게 좀 건설적으로 개선해 후보자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에 대한 검증을 치중하고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한편, 인사청문회는 이 후보자에게 주어진 마지막 반전의 기회였다. 청문회를 통해서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이 소명돼 ‘이 정도면 국무총리로 행정부를 통괄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틀 동안의 청문회를 거치며 그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새로운 사실들이 적지 않게 추가됐고 여론은 더 악화했다. 아마 후보자 자신도 이런 분위기를 충분히 느끼고 있을 것이다. 악화된 민심 속에 ‘반쪽 총리’가 된들 제대로 역할을 수행해 나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청문회를 통해 총리 후보자로서 자질에 물음표가 찍혔다면, 이러한 결과가 청문보고서 채택과 임명동의에 반영돼야 당연한것이다. 인사청문제도는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공직자를 철저히 검증하고, 적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ㆍ정으로선 앞서 세 차례 후보자가 낙마한 상황에서 이 후보자마저 중도 하차할 경우 정치적 타격이 클 뿐만 아니라 국정운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다.

 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고 행정 각부를 통할하며, 유사시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막중한 직분이다. 이 후보자는 과거 자신의 적절하지 못한 언행을 청문회에서 수십 번 잘못을 사과했지만 각종 의혹에 대해 말끔하게 정리는 못 했다. 국회가 이 후보자에 대한 인준표결을 통해 총리가 된다고 해도 공직사회와 국민 앞에 남긴 반쪽총리의 상처는 어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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