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8:46 (토)
의료비 부담 줄이려면…
의료비 부담 줄이려면…
  • 조성돈
  • 승인 2015.02.03 2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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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돈 전 언론인
 앞으로 암 등 4대 중증질환 의료비 부담을 개선해 1인당 22만 원으로 줄어든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보건복지부의 업무보고 내용이다. 의료비든 세금이든, 국민의 부담을 줄이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 기분 나빠 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더욱이 수혜자가 암 등 중병환자라는 데야….

 그런데 환자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건강보험에서 대신 지불하기 때문임을 알고는 ‘그러면 그렇지…’ 하고는 고소를 금할 수 없다. 그것은 ‘개선’이 아니다. 중증질환 환자의 검사ㆍ치료비ㆍ 약값 등 200여 개 항목에서 187만 명에게 4천200억 원가량의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지만 낯간지러운 생색에 불과하다. 즉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으로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율을 보수총액 대비 5.99%에서 6.07%로 0.08%포인트 올린다는 것이다. 이런 생색은 조삼모사의 예에 불과하다. 아침에 바나나 3개, 저녁에 4개 주던 것을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 준다는 것이니까. 재원확보는 의료구조 또는 조세의 개선이어야 하는 것이지 손쉽게 국민으로부터 다시 그만큼 거둬들여서는 안된다.

 건강보험은 질병ㆍ사고ㆍ부상 등이 발생, 짧은 기간에 고액 진료비를 지불하기 힘든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이다. 이 제도는 국민 서로가 위험을 나눠 부담하고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도록 하는 사회보장적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본래의 취지를 살리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첫째, 보험료 부과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의료비 부담에 고통을 받을 가능성이 큰 빈곤층이 우선적으로 보호돼야만 사회보장 취지에 맞겠으나, 제도는 크게 취약하다. 최근 물러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자신의 연금 수령액이 2천46만 원이고 부동산도 많이 소유하고 있어, 그 과세표준액이 5억 6천483만 원에 이르고 있음을 밝히면서 퇴임 후 정작 자신이 내가 내야 할 건강보험료는 ‘0’원임을 밝히고 있다. 보험공단을 떠나면서 ‘자기고발’의 형식으로 자신의 예를 들만치 우리나라 보험공단의 보험료 부과는 형평성을 잃고 있다. 그의 주장처럼 보험료 부과 체계는 소득이 중심이 돼야 한다. 지역 가입자 한 가구가 매달 5만이 넘는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지만 매년 수천만 원의 연금소득과 수억 원이 넘는 재산을 가지고도 가족 중에 직장의보 가입자가 있다는 이유로 한 푼도 내지 않는 것은 ‘조세’ 정의가 아니다.

 둘째, 정부는 인정하고 싶지 않겠으나, 근본적인 제도 개선책이 존재한다. 치료율은 수 십년간 제자리임에도 불구하고 검사기술만 발달하고 있다. 지금의 의료는 치료서비스를 판매하는 게 아니라 검사기술을 판매하고 있다. 자신에게 필요한 게 치료임에도 고객들은 어리석게도 혹은 눈치채고 있으면서도 검사와 치료를 굳이 구분하지 않는다. 치료받으려면 정확한 검사가 필요하다는 주문에 낚인다. 불필요한 검사를 제재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개선책이라 본다. 의료는 배보다 배꼽이 큰 구조를 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검사가 남발되고 중복된다. 의료비의 증가는 치료율의 향상과는 무관하고 주로 검사기술의 발달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물론 검사기술 발달이 치료율을 개선한다는 증거는 없다. 첨단검사기기가 오히려 환자들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보고가 최근 방영된 적이 있었다.

 검사비가 의료비 증가를 주도하는 이유는 의료기술은 제자리걸음인데도 검사기기만 계속 고급화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검사비가 치료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특수한 설비ㆍ기기ㆍ기구ㆍ시약 등이 걸핏하면 사용되고 전문기술이 필요한 것, 위험성이 따르는 검사 등은 터무니없이 비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국민이 낸 의료비가 제대로 쓰였는지 심사하고 국민이 받은 진료가 적정한지 평가하는 공공법인이다. 환자에게 실시한 진찰ㆍ시술ㆍ투약ㆍ검사 등이 의학적으로 타당했는지를 까다롭게 평가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부당청구 등에서 지금도 여전히 느슨하다. 자동차가 제대로 수리되지 않을 경우, 수리비를 청구하지 못한다. 그러나 의료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대담하게도 더 망가뜨려 놓는 경우에도 환자로부터 수리비를 받아 챙긴다.

 셋째, 재원확보의 다른 방안으로 단순진료 환자가 대학병원 특진 등을 이용하며 불필요하게 비싼 진료비를 내지 않도록 선택 진료 의사를 줄여 환자 부담을 줄일 방침이라지만, 대중의 의료관행을 보아 쉽게 실효를 거두기란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낫다. 지극히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대학병원이나 유명 전문의를 찾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표준치료법’이란 게 존재하는 의학의 본질상 ‘유명전문의’가 태어날 여지가 없다. 표준치료법을 따르지 않으면 당장 돌팔이가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는 다음 기회에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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