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니스트건 리얼리스트건 이 같은 명제를 피해갈 수 없다고 한다. 스스로 ‘모더니스트적 리얼리스트고, 리얼리스트적 모더니스트’라고 규정한 황석영(72)의 얘기다.

　황석영은 29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황석영의 한국명단편 101’의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근ㆍ현대 문학을 정리하며 이같이 말했다.

　모두 10권인 ‘황석영의 한국명단편 101’은 그가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에 3년 동안 연재한 내용을 토대로 했다.

　지난 2011년 11월 11일 염상섭의 ‘전화’로 연재를 시작한 그는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이상의 ‘날개’ 등 이미 고전이 된 단편 소설부터 김영하의 ‘흡혈귀’, 김애란의 ‘서른’ 등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101편의 단편 소설을 당대의 눈으로 읽어냈다.

　젊은 시절 읽었던 ‘아슴푸레하게’ 기억나는 소설을 3년간 다시 읽고 친숙하지 않은 젊은 작가들의 책도 접했다. “당대의 현실을 놓고 과거 작품을 생각했기 때문에 젊었을 때 읽었을 때랑 지금 다시 읽으니 느낌이 많이 달랐다”는 그는 선집을 만들면서 문학적 선입견과 싸워야 했고 기존 근현대문학전집과의 차별성에도 신경써야 했다.

　예컨대 1권에 수록된 10명의 작가 중 이기영, 이태준, 박태원, 김사량 등은 그간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월북작가다. 근대 문학에 주안점을 둔 다른 전집들과는 달리 1990년대 이후 서른한 명의 작품을 수록할 정도로 ‘현재’에 방점을 뒀다.

　근현대의 출발점도 ‘무정’의 이광수가 아닌 ‘만세전’의 염상섭으로 봤다. 근대적 자아가 이광수에게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황석영이 직접 쓴 해설에는 한국전쟁 후 월북작가 이기영의 행적을 추적한 에피소드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의 뒷얘기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