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4:46 (토)
‘아스피린 미신’
‘아스피린 미신’
  • 조성돈
  • 승인 2015.01.28 2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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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돈 전 언론인
 혈액순환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매일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의사들은 심장병이나 뇌졸중을 앓은 사람은 반드시 복용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옳지 않다. 전문가들은 아스피린을 꼭 먹어야 하는 이유로 아스피린의 이익이 위장출혈 등의 부작용보다 ‘훨씬’ 커 생명을 지켜주기 때문이란다. 이는 수많은 연구들을 통해 확인된 내용이기 때문에 꼭 지켜야 하는 치료지침이라는 것이다. 참으로 무서운 생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사고는 의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통하지 않는 상식이다. 세상에 그런 약은 없다.

 의학사를 들여다보면 아스피린은 정말 예외적인 약이긴 하지만 아스피린 말고는 장기적으로 효과가 증명돼 살아남은 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식품의약국(FDA)도 “많은 연구를 검토한 결과 아스피린이 심장마비나 뇌졸중 등 1차 예방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히고 있다.

 아스피린이 심장병이나 뇌졸중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들도 있지만 ‘모든’ 약이 그러하듯 정반대의 연구들도 있다.

 만약 의약의 효과에 대한 어떤 연구가 발표되면 일반인들은 관심을 가진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약들은 몇 년 후 효과가 거의 없다는 연구가 ‘반드시’ 뒤따른다. 단지 효과가 없다는 사실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무서운 부작용들도 ‘반드시’ 추가로 드러나는 것이다.

 아스피린의 부작용은 끝도 없지만 그중 위장출혈이 잘 알려져 있다. 아스피린 때문에 소장에 궤양이 생겨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아 나중에 후회하기도 한다. KBS에 아스피린에 대한 부작용이 방영됐다. 방송을 보면 아스피린을 복용 때문에 위궤양이 생기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고혈압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듣고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 최근 일본에서 행해진 조사에서 효과가 거의 없었다. 60대 이상에서 오히려 뇌출혈 위험이 85%나 높았다.

 의사가 오메가3를 아스피린과 함께 먹지 말라는 말도 근거가 없다. 두 가지 함께 먹으면 혈액이 지나치게 묽어진다는 그럴듯한 추측이지만 과학과는 거리가 멀다. 웃으면 혈액이 묽어지니 아스피린 먹을 때에는 즐겁게 생활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와 유사한 논리다. (웃음은 카테콜아민이나 엔도르핀의 분비를 증가시켜 혈압을 안정화시키고 폐 속 잔류 공기를 감소시키는 등 심혈관 및 호흡기 질환에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미국 성인 상당수가 심혈관 질환 및 뇌졸중 등을 예방하기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있지만 분석결과 환자들 상당수가 예방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불필요하게 처방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자신들과 충분히 상의한 후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이 옳다고 조언하지만 거기에는 당연히 함정이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이란 ‘의학적’이지 ‘과학적’이지 않다. 그리고 그들은 무언가 ‘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보다 부정확한 정보일지라도 ‘해 보라’고 말하는 게 더 전문가답게 보인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수술을 해야 하는 환자라면 복용하고 있는 아스피린이 문제가 된다. 지혈이 되지 않아 회복이 느리고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술 전 언제 끊을 것인가? 거기에 대해는 의사들도 정확하게 모른다. 오히려 끊는 게 ‘리바운드 효과’로 인해 다른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의사들은 거기에 대해는 말하지 않는다.

 사고로 응급수술을 해야 할 경우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혈전으로 인한 뇌출혈을 걱정해서 아스피린을 걱정하지만 뇌출혈이 발생 시 오히려 출혈이 많아지므로 더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적다.

 어린이의 복용은 더욱 위험하다. 라이증후군이라는 심각한 합병증이 의심되고 있기 때문이다. 급성 뇌증과 함께 간의 지방변성을 초래하는 질환으로 심한 구토와 함께 경련ㆍ혼수ㆍ사망에 이를 수 있다.

 아스피린은 발견된지 약 100년이 넘는다. 참으로 장수하는 약이 아닐 수 없다. 처음에는 진통ㆍ해열제로 쓰이다가 요즘은 각종 암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만병통치약 수준에 올랐다.

 그러나 지금도 그 약리기전은 모호하다. 체온조절중추에 작용해 말초혈관의 유혈량을 늘려 열방산을 증대시키는 게 아닐까 짐작하거나 혹은 시클로산소화효소를 비가역적으로 아세틸화함으로써 프로스타글란딘 합성을 저해하는 게 아닐까 추측하는 정도이다.

 부작용이 일어나는 이유도 물론 밝혀지지 않고 있다. 감기에 걸렸을 때 아스피린을 처방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95% 이상 처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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