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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예산 충당대책 밝혀야
복지예산 충당대책 밝혀야
  • 이태균
  • 승인 2015.01.26 2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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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균 칼럼니스트
 박근혜 정부가 복지국가 건설을 주창하면서 출범했지만 증세는 안 하겠다고 밝혔는데 과연 증세 없는 복지예산 마련이 가능한가. 차라리 처음부터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고 복지예산 마련에 대한 세수확보 방안을 마련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결국 우리나라도 부자 증세를 공론화해야 할 시점이며 복지예산을 충당하려면 불가피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최근의 담뱃값 인상과 이번 연말정산 파동도 정부는 나름대로 해명을 하고 있으나 사실은 증세 때문에 생긴 문제다. 건강을 핑계로 올린 담뱃값도 따지고 보면 흡연자로부터 세금을 거두려는 의도라고 국민은 이해할 수밖에 없다. 흡연자 대다수는 언제부터 정부가 흡연자의 건강까지 걱정해 담뱃값을 올리느냐면서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또한 봉급생활자들로부터 세금을 더 거둬서 복지 공약을 이행하려다가 탄로 난 게 연말정산 파동의 본질인 것이다.

 봉급생활자들이 거센 불만을 표출하자 정부ㆍ여당은 갈팡질팡하며 졸속으로 다자녀 가정의 공제축소 등 일부 항목만 손질해 아예 올해부터 이런 보완대책을 소급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내년 총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땜질 처방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정공법으로 풀어나가지 않으면 추락한 정책에 대한 신뢰는 회복하기 어렵다. 우선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밝히고 사과한 뒤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순리다. 약속했던 복지 공약을 이행하려면 어떤 세금을 얼마나 어떻게 올릴지 등 구체적인 증세 방안에 대한 논의도를 바로 시작해야 한다.

 복지 수요가 계속 늘면서 불가피해진 ‘증세’를 정공법으로 대처하지 않고 우회로를 택해 세수 증대를 꾀하니까 이번과 같은 파동이 생기는 것이다. 전체 납세자가 세부담을 감수하는 방향이 옳음에도 봉급생활자에게만 쏠리게 되니 탈이 생긴 것이다. 복지 비용을 해결하기 위해서 근로소득세의 공제 항목을 조정해 세금을 좀 더 거두는 식으로는 충당할 수 없다. 우선 이명박 정부 때 내린 법인세 최고세율을 되살리고 최저세율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세수 부족의 상당 부문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소득세도 최고세율 인상과 구간조정을 통해 ‘부자증세’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새해 국정연설에서 “부자증세를 통해 빈부 간 소득불평등을 줄이고 중산층을 살리자”고 호소했다. 우리 정부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부의 세입 규모는 경제상황에 따라 증가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 정부가 세입 청사진을 좋게 짠다 해도 국가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한낱 탁상공론에 그치고 마는 것이다. 이번 연말정산 파동은 정부가 기본방향을 잘못 잡은 결과다. 세수 증진이 절실히 요구된다면 규제완화와 경제활성화에 더욱 힘써야 했음에도 세법을 주무르다가 역풍을 자초했다.

 이번 연말정산 파동은 무능한 행정부와 무책임한 정치권의 합작품이다. 연말정산 방식 변경에 따라 납세자들의 분명한 유ㆍ불리가 예견됐음에도 엉터리 세수 추계로 봉급생활자들의 분노를 더 키웠다. 여야를 떠나 정치권도 세제개편안을 정교하게 들여다보지도 않은 채 현행 세법개정 당시 245 대 6의 찬성이라는 압도적 표결로 통과시켰다. 어쩌면 이번 사태는 정치권이 앞다퉈 복지 확대를 내세우면서도 ‘증세는 없다’는 공약 남발로 이미 예고된 참사인 것이다.

 우리 사회 일각에 만연된 ‘일단 세금은 더 적게 내고 혜택은 더 많이 받고 보자’는 식의 이기적 풍조도 개선해야 한다. 이번 연말정산 파동으로 ‘증세 없는 무상복지’는 불가능하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정부가 솔직한 복지예산 충당 정책과 대안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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