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군인들은 다르다. 정부는 1948년 창군이래 2008년까지 60년간을 무상으로 또는 면세 담배 지급으로 군인복지와 사기진작에 힘써왔었다. 육ㆍ해ㆍ공군 모두 화랑이라는 담배를 지급하다가 시대에 맞춰 은하수, 한산도, 청자, 솔, 88라이트, 디스 등의 면세 담배를 2008년까지 지급했었다. 그러나 2009년부터 면세 담배지급이 중단되면서부터 장병들은 일반인들과 똑같은 가격에 담배를 사서 피워야 하는 처지다.
이는 경찰서에서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전경과 의경들도 마찬가지다. 장병들과 전 의경들은 통제된 내무반과 규칙적 일과 속에서 담배는 유일한 안식이며 낙이었다. 집 생각, 연인 생각을 한 개비의 담배로 달래며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방비책으로 삼았다. 고된 유격훈련도 야간 행군, 야간순찰의 고달픔도 안개보다 짙게 품어내는 담배연기로 털어냈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게 됐다. 담배가격도 피울 장소도 마땅치 않은 것이다. 사병들의 한 달 봉급이 2014년에 비해 지금은 15% 선 올랐다 해도 상병의 경우 15만 4천800원. 하루 한 갑의 담배를 피우는 사병의 경우, 봉급을 몽땅 담뱃값으로 털어 넣어야 할 형편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국산의 순한 담배보다 독한 외국산 담배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타르나 니코틴이 많이 함유된 값싼 외국산의 독한 담배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올봄부터 강력하게 단속기로 한 금연법과 담뱃값 인상의 주목적은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에 따른 부작용은 서민과 장병들의 독한 담배 애용에서부터 전국의 편의점 담배 가게를 대상으로 한 담배 도둑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일 전북 익산의 철물점 담배점포에서 1천600여 갑의 담배를 도둑맞았으며 8일에는 전주, 대구 등지의 편의점에서도 담배를 몽땅 털렸다는 것이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담배도둑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담뱃값 인상의 여파다.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만들어 낸 금연법과 이를 조금이라도 확산시키기 위해 입안된 담뱃값 인상이 전국적으로 도둑만 양상 시키는 것으로 보여줘 안타깝기 짝이 없다.
게다가 서민들과 사병들의 주머니 사정도 고려치 않은 담뱃값 인상은 많은 후유증을 유발시키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담배가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은 400년 전 광해군 시절이었다. 그때도 담배에 대한 찬반론은 사대부를 중심으로 있었다 한다. 공자는 논어에서 담배를 혐오했으나 조선 사대부들은 흡연을 즐겼다고 한다. 유교를 숭상하는 조선에서 공자의 담배혐오론에 조선 사대부들이 편승해야 하는 게 도리이겠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례는 각종 문집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씨 종실에서 회의군이 남초변이란 글을 지어 흡연을 하는 조선 사대부들을 비판했다. 이에 반박한 사람은 인조 때의 학자이며 이천현감까지 지낸 이빈국(1586-1653)이다. 이씨는 “사람이 술을 먹고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고 집안을 박살 내는 것에 비하면 담배의 피해는 사소하다”며 공자와 종실 내의 담배혐오론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때가 1646년이었으니 이씨가 타계하기 7년 전의 일이었다. 이씨는 1653년 67세의 나이로 타계하면서 그의 호를 딴 이계문집 2권을 남기면서 남초답변도 여기에 수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 조선 22대 국왕 정조도 흡연 예찬론자로 알려지고 있다. 그의 아버지 사도세자의 일생을 떠올리는 순간 정조는 한 모금의 담배연기로 몽상을 지우고 국리민복만을 생각한 것 아닌가 싶다.
흡연의 찬반론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 것 같아 오늘날의 금연법 시행 자체가 심히 염려스럽기까지 한 것은 기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