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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여행 떠나자
공정여행 떠나자
  • 정창훈
  • 승인 2015.01.15 2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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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김해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여행자와 여행 대상 국가의 국민들이 평등한 관계를 맺는 여행인 공정여행(fair travel)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대등한 관계를 맺는 공정무역(fair trade)에서 따온 개념으로 현지의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지인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여행이다. 착한 여행이나 책임여행이라고도 한다.

 여행 중에 보여주는 우리들의 진실 된 모습과 소비에서 발생하는 이득을 현지인들에게 돌려주며 인권ㆍ생명을 존중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여행을 실천하자는 것이다. 일회용품이나 화학 세제 사용을 최소화하고 이를 줄이기 위해 스스로 컵, 수저 등을 들고 다니기, 음식물 남기지 않기 등을 권장하고 있다. 여행경비의 1%를 현지인 단체에 기부하고, 여행 후에는 여행소감 등을 작성하는 적극적인 피드백으로 지속 가능한 여행이 되도록 한다.

 여행을 뜻하는 영어 단어 ‘travel’의 어원은 ‘travail’로 고통이나 고난이다. 여행이 고통이나 고난이 아닌 쾌락이나 즐기는 것으로 여겨지게 된 것은 교통수단이 발달하게 된 19세기에 이르러서였다.

 즐기기만 하는 여행에서 초래된 환경오염ㆍ문명파괴ㆍ낭비 등을 반성하고 어려운 나라의 주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 1980년대에 유럽의 일부 국가나 미국 등 선진 국가를 중심으로 시작된 공정여행은 아직 일반화되지는 못한 상태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9년 초 중국 원난성 소수민족을 만나는 공정여행 1호 상품이 나오면서 비로소 대중화의 첫발을 떼었을 뿐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다.

 공정여행은 거창한 게 아니라 자연스런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생산과 소비의 형태를 여행과 연계시키는 것이다. 아직 국내의 여행명소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고향의 돌고개 계곡은 때 묻지 않은 원시 그대로라는 것에 나름의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고향에서 생활하는 주민들도 상수도 보호구역이 있는 그 계곡을 건너기 위해서는 굳게 채워진 자물통을 열기 위해 허락을 받아야 했다. 그렇게 규제하고 단속을 해도 계곡 구석구석에서 마주치는 생활 쓰레기를 볼 때는 가슴이 아프다.

 쓰레기를 버리는 주범은 따로 있다. 외부인들에게 출입을 제한하면 아예 계곡을 거슬러 올라와서 상수도 보호구역을 침범하고 마음껏 먹고, 마시고, 소리 지르고 놀다가 쓰레기는 모두 버리고 간다. 이제는 이름 난 곳이든 아니든 사람 발길이 닿는 곳이면 자연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이 돼 버렸다.

 이곳을 찾아오는 여행객들은 음식을 만들어 오거나 계곡에서 조리를 하고 쓰레기만 버리고 가니 고향 산천이 오염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내가 편리하기 위해서 내 마음대로 즐기고 떠난 자리에 남겨 둔 흔적으로 누군가가 마음 아파하고 불편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살아있는 날까지 우리는 여행을 하고 있다. 모두가 여행객이다. 여행 중에 선택해야 하는 여행지, 숙박, 음식, 관광과 같은 것에 대한 기준을 어느 게 더 저렴한가, 더 편리한가, 나만 즐기는 것으로 끝나는 여행인가에서 어느 게 더 공정한가?로 생각을 바꾼다면 좋을 것 같다.

 인도와 중국 사이의 히말라야 산맥에 있는 부탄은 국민 100명 중 97명이 행복하다고 답했다는 세계 1위 행복 지수가 높은 나라이다. 인구 74만 명이 조금 넘는 GNP 200불의 작고 가난한 나라다.

 흡연 자체가 불법인 이 나라의 GNP 견인역할의 중심에는 공정여행이 주를 이루는 관광산업이 있다. 부탄을 방문하려면 1인당 250달러를 여행사를 통해 미리 내야 한다. 하지만 이 돈만 내면 호텔에서 교통비, 가이드비, 입장료까지 모든 게 다 해결된다. 일종의 패키지 관광요금인 셈이다. 이 요금 수준을 통해 입국자 수를 제한한다.

 여행경비 250달러에서 60달러는 부탄국민들의 교육비와 의료서비스를 위해 사용한다. 이런 부탄의 관광정책은 여행으로 발생하는 부정적인 영향들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부탄의 자연과 문화재를 보호하고 여행자들에게 부탄의 문화를 이해시키고 현지에서 여행자가 쓴 경비의 일정 부분이 국민들에게 돌아가도록 한다. 부탄에 가는 여행자는 공정여행을 경험할 수 있다.

 우리는 전체 인구 중 한 해 해외 여행객 1천500만 명, 국내 여행객 3천800만 명이 여행을 가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제는 여행을 가고 못 가고의 문제가 아니라 여행의 만족도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보고 스치는 여행에서 현지인의 삶에 함께 참여하고 경험하는 여행으로 소비가 아니라 만남과 교류를 통한 관계를 중시하는 윤리적 여행으로 나아가야 한다. 여행을 통한 학습효과와 영향력은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삶에 활력이 되고 있는 여행이 인간에 대한 존중, 나눔의 실천, 문화의 존중, 친환경중심을 강조하는 공정여행ㆍ착한여행이 국내 여행을 중심으로 활성화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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