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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맛ㆍ향기 가득한 사랑의 음식 '굴'
겨울철 맛ㆍ향기 가득한 사랑의 음식 '굴'
  • 황철성 기자
  • 승인 2014.12.30 2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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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 안골 굴막, 매년 방문객 늘어
굴 축제 필요성 검토 매년 11월~4월 작업
▲ 진해 안골굴막이 전국적으로 소문이 나면서 군항제와 함께 ‘안골 굴 축제’를 기획해 마을을 관광화하자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안골굴막 전경.
 풍부한 영양분 때문에 바다의 인삼 또는 바다의 우유라고 불리는 ‘굴’. 여성들의 피부미용과 체중조절에 도움을 주는 최고의 영양식품인 반면 성인병 예방과 빈혈개선, 간기능 향상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찬 바람이 불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에게는 해장국으로 굴국밥 한그릇이면 속풀이에 안성맞춤이다. 정력 강화에도 훌륭한 효능을 보인다. 이에 서양에서는 굴을 ‘사랑의 음식’으로 꼽기도 한다.

 제철을 맞은 굴을 찾아 매년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찾는 곳이 있다. 창원시 진해구 해안도로 마지막 지점인 안골포. 안골포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왜군의 함선 42척, 250여 명을 전멸시켰던 역사적인 장소다.

▲ 안골굴막 풍경
 ◇ 20여 곳의 안골 굴막

 옛 부터 이곳 안골은 만이 깊고 조류소통이 원할해 굴 종패장과 함께 굴 양식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안골마을 어민들은 굴을 캐와 해안변 막장을 쳐놓고 굴을 까 팔다보니 안골포 초입에는 20여 곳의 ‘굴막’이 형성됐다.

 ‘굴막’이란 바다에서 양식한 굴을 들여와 굴까는 작업을 하는 비닐하우스를 말한다.

 하지만 굴양식을 하던 안골만이 신항만 개발 등으로 바다 본래의 기능을 잃으면서 어민들의 어업권 마저 소멸됐다.

 공사가 시작되자 마을 앞바다를 누비던 숭어, 아나고, 노래미, 도다리, 쭈꾸미, 홍게 등이 사라졌다.

 개안(갯벌)이 매립되니 산란장이 사라지고 산란장이 사라지니 물고기가 자취를 감췄다.

 바다에서 살던 사람들은 할 일이 없어졌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굴 도매업이다. 추운 겨울날 패각 제거 작업을 하다보니 굴막이 차려졌다.

▲ 굴은 서양에서 ‘사랑의 음식’으로 꼽힌다. 사진은 굴까는 작업 모습.
 해를 거듭하다보니 20여 개의 굴막이 형성되면서 매년 11월부터 4월까지 이 곳 굴막에서 굴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굴까는 모습을 구경을 하던 사람들이 먹고 갈 수는 없냐고 한 것이 현재의 굴막 모습으로 진화됐다.

 그러다보니 외부 관광객들의 눈요기 거리로도 유명해지게 되면서 이들을 상대로 직접 판매를 시작했다.

 안골굴막이 소문이 나면서 마을 어민들이 굴막에 자신들 만의 생존 경쟁을 위한 일명 간판대신 번호를 붙이기 시작했다.

 싱싱한 생물을 맛본 방문객들은 전국에서 찾다보니 이제는 택배물량이 전체 80%를 차지할 정도다.

▲ 안골 굴막거리에서 굴을 판매하고 있다.
 ◇ 굴삼겹의 특별한 풍미

 이 곳 안골마을을 들어서면 굴향기가 먼저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굴막 안은 지글지글 굴삼겹 구이 냄새가 입맛을 돋구고 한켠에서는 한창 아낙네들이 굴까기에 여념이 없다. 아낙네들은 겨울 한 철 굴까기알바를 해 생활비를 짭짭하게 벌어간다.

 안골 굴막에서만의 굴구이 맛은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굴맛을 만끽할 수 있다.

 마른 김과 묵은 김치, 자연산 미역에 굴 한소쿠리가 정식 메뉴다.

 생굴은 묵은 김치와 함께 먹거나 초장에 찍어 미역이나 김에 싸먹은 방법이 있다.

▲ 안골 굴 요리
 이 곳만의 특별한 굴구이 맛은 철판에 굴과 콩나물, 버섯, 묵은김치, 파 등과 함께 삼겹살을 구워 김에 싸먹는 맛은 여간해서는 잊기 힘든 특별한 풍미를 자랑하며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다.

 안골 굴은 껍질째 바로 까서 손님들에게 제공하기때문에 물에 재워 둔 여타 굴보다 맛이 깊고 진하며 향이 뛰어나 미식가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다.

 안골굴막 허흥배 회장은 “안골 굴은 물에 불려두지 않은 ‘생짜’ 굴이라서 저울(무게)도 훨씬 낫게 나간다”며 “바다의 터전을 잃은 안골마을 주민들은이 다시 바다와 일할 수 있어 즐겁지만 겨울이 지나면 일 할게 없어 걱정이다”고 말했다.

▲ 안골마을
 ◇ 굴 축제로 마을 관광화 추진

 안골굴막이 전국적으로 소문이 나면서 진해 군항제와 함께 ‘안골 굴 축제’를 기획해 마을을 관광화하자는 여론이 주민들로 부터 제기되고 있다.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안골포 해안을 비롯 지방기념물 제143호로 지정된 안골포 굴강과 마을 뒤에는 임진왜란 유적지인 안골 왜성이 있다.

 이 곳 안골 왜성 정상에 올라서면 신항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가덕 수로와 통영 방면의 수로를 견제할 수 있는 천혜의 요새였던 왜성을 신항 전망대로 개발해 관광지화 한다면 금상첨화 일 것이다.

 주민들은 이런 아름다운 안골마을에 관광객들의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마을 벽화작업을 위한 예산까지 마련하고 있다.

 안골어촌계 김상찬 계장은 “매년 전국에서 많은 택배 손님들과 안골굴막을 직접 찾고 있는 만큼 체계적인 마을 축제 (가칭 ‘안골굴 축제’)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창원시와 행정기관에서 관광화 사업과 소멸 어업인들을 위한 대책마련에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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