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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 이야기
동지 이야기
  • 황소성
  • 승인 2014.12.16 2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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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소성 감로정사 지도법사
 초겨울의 날씨가 제법 쌀쌀하게 느껴진다. 서민들은 연탄 걱정, 김장 걱정, 먹거리 등등 겨울살림 준비에 한창이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이웃을 잘 만나 김장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해마다 반찬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추운 날씨에도 마음을 녹일 수 있는 이웃에 늘 감사함을 느낀다. 오늘 아침에는 여유롭게 차실 죽로지실(竹爐止室)에 앉아 평상심차(平常心茶) 한 잔을 하면서 어릴 적 추억을 생각해 본다. 시골에서는 이맘때 즘 논바닥 얼음에 썰매타기를 하다가 간혹 실수로 얼음물에 풍덩 빠져서는 양지쪽에 모닥불을 피워서 바지를 말리다 실수로 옷을 태우곤 했다. 어머니의 야단이 겁나서 해질 무렵에야 살금살금 어머니 눈치 보며 귀가할 때 어머니는 야단치지 않고 동지 팥죽에다 동치미 국물을 주시면 맛있게 먹었던 그때가 생각난다. 그 동지 팥죽이 오늘따라 그리워지며, 먹고 싶어지는데, 어찌할 방도가 없다. 그저 지난날의 추억이 된 것 같아 안타깝다.

 동지는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동지인 이 날부터 하지가 될 때까지는 낮이 점점 길어진다. 동지는 원래 상고시대에는 새해의 기점으로 삼았다고도 한다. 즉, 중국 고대의 주나라와 당나라 때에도 동지를 설로 잡고 달력의 시작으로 삼았으니 이는 태양의 운동이 시작되는 날을 동지로 삼았기 때문이다. 동짓날은 천세력(千歲曆)에 정해진 날로 양력 12월 22일경에 해당 한다. 동지는 아세(亞歲)라 하기도 하며 해마다 이날이 되면 도시나 시골을 불문하고 집집마다 팥죽을 쑤어서 가묘(家廟)에 제사지내고 이웃 간에 나눠 먹기도 했다. 이날의 팥죽 속에는 반드시 찹쌀가루로 된 새알과 같은 단자(團子)를 만들어 넣게 돼 있는데 이것을 새알 시미라하고 각자 나이 숫자대로 먹기도 했으며 팥죽을 집 내외의 벽에다가 뿌리는 풍습이 있었다. 이는 옛날 공공씨(共工氏)라는 사람의 아들이 동짓날에 죽어서 역병(疫病)의 귀신이 되었는데 이 귀신이 팥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동짓날에 죽을 만들어 이로써 악마를 내쫓는다고 기록 하고 있다. 또 동짓날은 국가에서 달력을 만들어 백성에게 배포했다. 그리고 이날 내의원(內醫院)에서는 탕약을 제조해 궁궐에 올렸다고 하고 제주도에서는 특산물인 밀감을 궁궐에 헌상(獻上)했다는 기록도 볼 수 있다.

 동지와 관련해 크게 두 가지 풍습이 전해져 오고 있다. 농경 사회에서는 일 년 농사의 끝과 시작을 알리는 날이라고도 볼 수 있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근로 계약이 만료되고 다시 재계약을 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 때 주인과 고용인간에 체결된 품삯이 현물(곡류) 연봉으로 정해져 있었다. 예를 들면, 큰(大)머슴은 벼 3섬, 중(中)간 머슴은 벼 2섬, 하(下)머슴은 벼 1섬 등으로 정하여서 시행했던 사례를 구전(口傳)으로 들 수 있다. 그러나 시대 변천으로 산업화, 도시화, 정보화 시대를 거치면서 이제는 그런 풍습이 전설로만 남게 됐다.

 두 번째로는 종교적 차원으로 보아지는데 옛날 중국에서는 동지를 동재라 해 절의 주지스님이나 일반 신도가 시주가 돼 동짓날에 팥죽을 쑤어서 대중을 위해 베푸는 재회를 봉행하기도 했다. 큰 절에서는 4절:결하(結夏)-여름결제 해하(解夏)-여름해제 동지, 연조를 말하며 그중 동지를 동년이라 해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해 왔으며 동지의 전야를 동야(冬夜)라 해 성대하게 치뤄 왔다. 불가(佛家)에서 동지의 전야를 크게 중요시 한 것은 연말연시를 맞아 스님들이 은사(恩師)스님이나 스승님을 찾아뵙고 일 년 동안의 가르침에 감사함을 회향하는 뜻에서 인사를 했다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절집에서는 동지 때 시주 들어온 공양미를 일 년간 부처님께 공양 올리고 일 년간 절집 식양으로 활용하기도 했다는 사례를 구전(口傳)으로 들을 수 있었다. 아무튼 한 해를 마무리하는 동지를 맞이해 1년간 있었던 모든 일을 정리하고 안좋았던 액운을 소멸시키는 발원으로 송구영신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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