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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해져가는 전염성 질환들
약해져가는 전염성 질환들
  • 조성돈
  • 승인 2014.12.14 2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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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돈 전 언론인
 의학의 발달로 인해 머지않아 결핵이나 디프테리아 등 감염성 질환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질병들이 결국에는 정복될 것이라는 환상을 우리는 갖고 있다. 한때 정복된 것으로 믿었던 결핵이 다시 창궐하고, 이전보다 치료가 더욱 어려워진 사실에 대해 인류는 크게 실망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학에 대한 환상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고 있다. 이러한 터무니없는 오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인체의 신비, 혹은 생명의 경이에 대해 많은 것들이 밝혀졌지만 그 대부분이 여전히 ‘신비’로 표현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것은 아직도 여전히 ‘신비’의 실체를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이다. 정확한 작동 기제를 이해하지 못할 적에 우리는 ‘신비’로 얼버무린다.

 여기에서 우리는 최근 발표된 중요한 연구결과, 즉 에이즈 바이러스가 면역체계를 잘 피해가도록 진화하고 있는 반면 전염성은 더 약해지고 있으며 치명적인 감염도 점점 덜해지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결과는 의학이 발달하고 있다는 환상을 재고하는데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의 면역학자인 필립 고울더 연구팀은 보츠와나를 포함해 아프리카의 2개국에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요즘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사람들은 20~30년 전에 비해 질병으로 인한 고통이 훨씬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런 과정이 계속된다면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는 더 이상 질병을 유발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현재의 의학이 진화론을 배격하고 있음을 볼때, 이 연구는 특이하게도 현대의학 주류의 해석방식을 떠나 다분히 다위니즘의 관점을 담고 있다. 즉 1990년대 에이즈가 창궐했던 보츠와나에서 채집한 HIV의 세포 성장을 관찰한 결과, 이 바이러스가 예전에 비해 면역체계를 ‘더 능숙하게 피해가는’ 반면에 ‘덜 효과적으로 복제를 함으로써’ 전염성과 치명성이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것은 진화의학적 해석으로 에이즈 바이러스가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가 숙주와 타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기생체(바이러스나 박테리아)의 입장에서는 숙주가 사망하거나 지나치게 손상을 입어서는 곤란하다. 자신의 번식과 확산에 오히려 불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HIV 치료제 발달과는 무관하다.

 수년전 미질병예방통제센터의 ‘로우시’ 박사팀의 연구결과가 소개된 적이 있었다. 소아나 영아기 백신 접종에 의해 예방될 수 있는 13가지 질병의 발병률과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이다.

 연구결과, 백신에 의해 예방할 수 있는 질환 대부분의 발병률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난 바 백신에 의해 예방 가능한 질환의 입원율과 사망률이 현저하게 감소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는 ‘결핵이나 디프테리아 등 수많은 감염성 질환들이 제압된 것은 의학연구와 발달에 의한 것이 아니라 공중보건과 환경위생 등 산업화에 따른 생활수준의 향상에 기인한다’는 미국감염협회 회장 ‘에드워드 카스(Edward H. Kass)의 견해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선 질병이 백신접종으로 사라진다는 것은 진화생물학적 견해와 상치된다. 접종을 실시한 개체에서 면역력이 생긴다면 모를까, 종 자체가 절멸한다는 결론은 학술적으로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천연두가 백신 접종으로 인해 사라졌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그것은 구충제가 발달해 기생충이 사라졌다고 믿는 사람은 없는 것과 동일하다. 기생충들이 생존하기 힘들만치 인체의 환경이 나빠진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논리적이다.

 예방접종을 제대로 맞지 않는 현상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그 이유는 귀찮다거나 질병의 무서움을 몰라서가 아니다. 백신 자체의 위험성과 함께 그러한 질병이 이미 힘을 잃고 주위에서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예방접종과 면역력에 관한 그동안의 의학지식에도 문제가 있다. 재접종을 한 경우에도 면역력이 곧 사라진다는 사실이 그것인데, 지난 2000년 파상풍 면역 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40대 이상의 90% 이상이 파상풍에 대한 면역력이 없었으며, 20대와 30대도 각각 42%와 75%가 면역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파상풍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음은 이상하다. 결론은 전문가들의 엄살과는 무관하게 파상풍 등 대부분의 감염성질환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사라졌거나 크게 약해졌다는 것이다.

 소아가 맞고 있는 대부분의 예방접종은 한 때의 시대적 유행의 산물이며 더 이상 백신의 효과로 볼 수 없다. 질병관리본부의 우려대로라면 예방접종을 받지 않는 접종대상 학생의 절반이 디프테리아나 파상풍에 걸려야 할 터이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디프테리아는 사라진 질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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