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21:43 (목)
대한항공 사과문은 조현아 일병 구하기
대한항공 사과문은 조현아 일병 구하기
  • 한승범
  • 승인 2014.12.11 2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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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 사건에 대한 대한항공 공식 사과문이 온라인상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대한항공 노조원의 반박문 중 “개X같은 소리, 웃기고 있네”가 촌철살인이 돼 대한항공의 폐부를 찌르고 있는 것이다. 언론과 누리꾼들은 조현아 부사장의 행위를 ‘슈퍼갑질’이라 칭하며 비난했고, 일부 누리꾼들은 ‘스카이패스=대한항공패스’라며 불매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소위 ‘땅콩 리턴’으로 회자되고 있는 이번 ‘대한항공 램프리턴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하나의 사건 전개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과거 유사한 사례를 되짚어 보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번 ‘대한항공 램프리턴 사태’는 일명 ‘슈퍼갑질’이 ‘을’에게 커다란 모욕감을 줬다는 측면에서 작년 남양유업 영업사원의 욕설파문과 닮아있다.

 남양유업의 입장에서 온라인 위기관리 실수를 되짚어 보자. 우선, 남양유업은 소셜미디어(SNS)에 대한 위기관리가 부족했다. 문제가 된 욕설 녹취 파일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온라인상에서 회자되고 있었는데 그에 대한 위기 탐지, 분석, 대응하는 속도가 늦은 것이다.

 둘째, 남양유업의 대국민 사과는 시기를 놓쳤다. 아무리 좋은 사과문도 너무 늦거나 혹은 너무 이르면 문제를 발생시킨다. 마지막으로 남양유업은 상생방안으로 연간 500억 원의 기금을 내놓았다. 하지만 누리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대국민 사과와 마찬가지로 시기를 놓쳐 진정성을 의심받았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남양유업의 실수는 온라인 위기관리에 대한 비전문가도 쉽게 알 수 있는 사항들이다. 이에 온라인 위기관리 전문가를 자처하는 필자는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필자가 보는 남양유업 온라인 위기관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감동과 스토리의 부재다. 남양유업의 사과방식과 상생방안은 누구나 예측 가능한 범위였다. 언론과 누리꾼들의 허를 찌르는 파격적인 감동도 없었고, 그 시기 또한 놓친 것이다.

 온라인 위기관리에서 무조건적인 사과와 상생방안이 능사는 아니다. 예컨대 남양유업이 절대 악(惡)일리는 만무하다. 남양유업 대리점의 매매는 수많은 타 프랜차이즈 대리점들 중 프리미엄이 붙을 정도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우량 대리점이었다. 하지만 충분한 대응논리(스토리)를 만들어 대처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적인 사과와 상생방안은 오히려 역풍을 가져왔다. 이 외에도 남양유업은 문제가 된 욕설 녹취 파일의 생성과정에 대해 문제점을 가지고 파고들었어야 했다. 그럼 대한항공의 온라인 위기관리를 논해보자.

 우선, 대한항공은 ‘땅콩 리턴’사태에 대한 온라인 위기관리시스템이 결여되어 있다. 항공 매뉴얼은 있겠지만 온라인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었는지 의심이 갈 정도다.

 둘째, 대한항공의 공식 사과문은 그야말로 ‘맹물’이었다. 누리꾼들은 조현아 부사장에 대한 사과문이라며 폄하했고, 대한항공 노조원이 비아냥거리는 상황까지 초래했다. 마지막으로 ‘땅콩 리턴’ 사건의 장본인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9일 임원회의에서 용서를 구하며 대한항공의 모든 보직에서 사퇴했다. 하지만 사과와 퇴진은 ‘무늬만 퇴진’이라고 비판을 받고 있다.

 대한항공의 이번 사건이 남양유업의 전철을 밟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자칫 언론과 누리꾼들의 칼날이 조현아 부사장은 물론 대한항공과 조 부사장의 아버지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향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분명한 것은 대한항공은 지금이라도 진정성이 담긴 감동과 스토리를 가지고 국민 앞에 겸허하게 서야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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