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09:16 (목)
이무기 전설
이무기 전설
  • 조성돈
  • 승인 2014.12.10 20: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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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돈 전 언론인
 아주 면 옛날 어느 고을 산기슭에 성질이 사납고 심술이 고약한 이무기가 살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마을의 안전을 위해 해마다 처녀 한 명을 이무기에게 제물로 바쳤다. 처녀를 바치지 않으면 어김없이 무서운 재앙이 닥쳤으므로 고을 사람들은 달리 방법이 없었다.

 지금도 전설속의 이무기가 도시 어딘가에 숨어 살고 있다. 큰 도시에는 큰 이무기가, 작은 도시에는 작은 이무기가 살고 있다. 창원이라는 도시도 예외가 아니다. 전설 속의 이무기와 다른 점은 희생물이 한해에 한명이 아니라, 끔찍하게도 매일 한명씩이다. 그리고 한 사람의 목숨 외에도 다른 이들의 팔다리 7~8개도 함께 바쳐야 한다. 반드시 처녀가 아니어도 된다는 점과 희생물을 자신이 직접 고른다는 점이 다르다면 다르다. 이무기 얘기를 듣고 있던 지인들이 나의 심각한 어조에 ‘그럴 리가!’라는 표정들이다. 그러나 내 얘기는 농담이나 과장이 아니다. 실제 상황이다. 이무기, 즉 괴물은 바로 자동차다. 창원시 정도 크기의 도시라면 매일 한 명씩 자동차 사고로 숨지며, 거기에다 몇 사람은 사지를 잃는다.

 가까이 하기에 너무 무서운 당신이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자동차를 애마로 여길지언정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조심만 한다면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통계가 보여주는 바는 일반인들의 그런 믿음과는 거리가 있다. 준법정신이 투철한 신중한 운전자들만 사는 도시에서는 교통사고가 일어나지 않아야 하고, 난폭한 운전자들만 사는 도시에서는 끊임없는 교통사고로 난리가 날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운전자의 운전습관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도시의 크기ㆍ자동차 댓수ㆍ주행환경 등 운전자의 의지와 관련없는 요소들도 자동차 사고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사고 발생율을 결정한다. 그래서 나는 종종 자동차를 이무기에 비유한다.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한 달에 약500명이나 된다한다. 한 달에 500명이라면 연간 약 6천명이다. 그래서 지난 10년간 6만여 명이 이무기의 제물로 희생됐다. 1991년의 경우 에는 이무기의 횡포가 극에 달해, 그 해 무려 1만 3천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던 적도 있었다.

 며칠 전, 밤낮 붙어 지내던 젊은 후배가 그 이무기에게 희생됐다. 사람들은 사망자의 단순한 운전부주의로 여기거나 혹은 얄궂은 운명으로 치부한다. 그러나 나는 다른 생각을 한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미덥지 못한 과학문명이다. 과학문명의 한 가운데에 서있는 자동차야말로 과학이 숨기고 있는 대표적인 어두운 구석이다. 엄청난 편리함과 엄청난 대가를 동시에 요구하는 과학이야말로 현대판 이무기가 아닐까.

 이무기는 인간이 살고 있는 도시에 어딘가에 숨어서, 자동차를 몰고 거리로 나서는 누군가를 쳐다보고 있다. 우리 모두가 누군가이다. 오늘 내게 닥칠지도 모르는 교통사고 사망확률은 매우 높다. 로또 당첨확률의 무려 수십배에 달한다. 그리고 매일 아침, 우리는 집을 나서면서 이무기의 끔찍한 무작위 추첨에 동의한다. ‘설마 내가 당첨되지는 않겠지’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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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2015-06-10 14:19:29
허거걱 말도안돼 ~~~~~~~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