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5:45 (토)
‘나쁜 사람’ 설치는 사회
‘나쁜 사람’ 설치는 사회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4.12.07 2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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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사 전무이사 박재근
 벌써 12월이다. 경남도는 물론, 도내 시군 등 민선 6기가 시작된 지 엊그제 같은데 올 한해도 끝자락이다. 민선 6기가 시작된 후, 지자체마다 발전을 꾀하고 도민을 위한 행정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아이디어가 쏟아지는 등 열의와 열정도 대단하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에 부는 바람은 여간 아니다. 갑자기 춥고 매서운 바람이 베이징의 자금성(紫禁城)이 아닌 대한민국 한복판 정치권을 강타했다. ‘십상시(十常侍)’란 폭풍이 거세다.

 이 같은 측근정치의 후폭풍은 지방정부도 다를 바 없다. 경남도를 비롯한 도내 시 군마다 단체장들은 자신의 색깔을 내기 위해 조직개편과 인사를 통해 진용을 구축했다지만 몇몇 지자체의 직원 인사는 첫 출발부터 역대 민선 시대의 적폐가 오버랩 될 정도다.

 단체장이 바뀐 기관마다 인사는 밀물 썰물인 데다 지근거리에서 권력자(단체장)와 함께한 그들만의 놀이터로 비유될 정도이니 걱정이다. 그만큼 측근, 문고리 권력에 의한 전횡은 날이 갈수록 도가 지나치다. 그들에 끈을 댄 공무원이 도정과 교육청에, 또 시군정의 중책을 맡은 것에 공직사회는 분노해 있다. 그들로 인해 ‘배 째라’ 식의 수동적인 조직으로 변하기 전에 바로잡아야 한다.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은 반복된다고 한다. 중국 후한(後漢)말 12대 황제인 영제(靈帝, 재위 168~189)때, 10여 명의 환관(십상시 十常侍)들은 조정을 쥐락펴락했다. 역사는 그들이 본분을 잊어버린 채 황제의 눈과 귀를 가리고 황권을 능멸하고 국정을 좌지우지함으로써 결국 후한이 망국의 길로 접어든 것으로 적고 있다.

 또 진시황 사후 총애를 받았던 환관 조고도 허수아비 황제 호해를 세워 권력을 휘둘러 진나라를 망하게 했다. 그 고사가 지록위마(指鹿爲馬)다.

 조고는 어전회의에 사슴 한 마리를 끌어다 놓고 “폐하를 위해 애써 구한 명마”라 했다. “농담도 심하시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하니(지록위마ㆍ指鹿爲馬)” “폐하, 틀림없는 말입니다. 공들이 보기에 저게 말이오, 사슴이오?” 조고는 중신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그 앞에서 바른 대답을 하는 중신은 없었다. 또 명나라 무종 때 환관 류근은 ‘서 있는 황제(立地皇帝)’였고 조선 중종 때는 내시들이 훈구파와 짜고 ‘주초위왕(走肖爲王)’ 사건을 꾸며 조광조를 비롯한 개혁 사림을 쫓아냈다.

 이런 환관들에게서 보듯 권력자와 거리가 가까울수록 ‘실세’이며 김영삼, 김대중, 이명박 정부 등 역대 어느 정권도 이와 다를 바 없었고 ‘정승판서보다 도승지가 높다’는 말도 지근거리에 있는 문고리권력의 파워를 말함이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한 감찰 문건을 놓고 벌이는 일들을 보면서 중국의 통일제국 진나라의 몰락기 환관 조고와 황제 호해가 눈앞에 어른거린다는 말이 나돌 지경이다. 우리 사회가 때아닌 망국과 부정한 권력의 상징인 십상시(十常侍) 논란을 두고 호사가들이 하는 말이지만….

 따라서 문건의 유출 경로나 문건 내용의 진위는 시간을 두고 드러날 것이기에 국정농단과 권력 암투설의 진위는 차치 하더라도 현대판 십상시(十常侍)의 전횡이 있었다면 한 점 티끌 없이 밝혀야 하고 확실하게 정리해야 한다. 경남도와 시군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측근 전횡에 의한 폐해는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단체장은 인사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억울할 수도 있겠으나 측근 실세들에 의한 인사는 공정성이 배제된 탓에 뒷말은 끝이 없다. 이 권력(단체장) 저 권력에 빌붙어 양지만 쫓아다니는 불편한 진실 때문이다. 도지사 등 단체장과 밥만 먹고도 이를 자랑삼는 참모라면 그 직위를 부여한 게 문제다. 아부근성이 극치인 속물임에도 이를 간과하지 않은 것 때문이다.

 단체장이 주재하는 회의풍경도 희한하다. 일방적이고 지시만 있을 뿐 실국장 등 참모들은 입을 봉하고 말이 없다. 잘못 걸리면 낭패당한다는 것에서지만 결론은 ‘YES’만 있을 뿐 ‘NO’란 없다. 혹여 ‘NO’라 하는 공무원이 있다면 팽 당하기 일쑤인 게 현실이어서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측근 권력으로부터 조직을 지켜낼 것을 도민들은 원하고 있다. 한 번 찍히면 최소 4년은 당해야 하는 게 현실이지만, 견제할 수밖에 없는 것도 공무원 집단이다. 측근에게 빌붙은 그 폐해는 경남도민의 몫이고 공무원, 그들도 피해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경남지사 시장 군수 등 단체장의 부당한 지시나 정책에 대해서도 아니면 ‘아니다’고 말할 수 있는 당당한 공무원이 보고 싶다. 미래가 있는 경남을 위해서다.

 당 태종이 신하 위징에게 명군(明君)이 되는 길을 물었다.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엎기도 한다.”

 위징은 이렇게 순자 왕제편(王制篇)을 인용한 뒤 간신 우세기를 총애한 수양제를 예로 들면서 “두루 폭넓게 들으면 밝아지고, 편벽하게 들으면 어두워진다”고 직언했다.

 대통령이, 경남지사가, 시장 군수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참 나쁜 사람들이 설치지 못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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