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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경영’으로 돈 버는 기업이 뜨는 시대
‘날씨 경영’으로 돈 버는 기업이 뜨는 시대
  • 배미진 기자
  • 승인 2014.12.04 2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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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운영에 기상기후 정보를 접목시켜 매출 증대를 꾀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계속되는 가뭄 끝에 내리는 비의 경제적 가치는 측정하기 힘들 정도로 크다.
 20세기를 전후해 현대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 덕에 날씨정보를 생산해 판매하는 기업이나 관련 경제활동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예를 들면 기온이 섭씨 20도가 되면 에어컨 수요가 늘어나고 24도가 되면 수영복 판매가 급증한다. 황사철이 되면 공기청정기와 정수기가 날개돋친 듯 팔린다. 이는 날씨에 따른 소비 심리나 수요의 변화 때문인데 이런 이유로 기업들은 기상정보 없이 합리적인 경영이나 마케팅 계획을 세우기 어려워졌다. 여러 미디어들을 통해 늘 함께 하는 날씨정보이지만 날씨경영은 아직 낯설다. 날씨정보의 가치와 그 활용사례에 대해 창원기상대의 도움을 얻어 소개한다.

 날씨와 날씨정보의 경제적 가치는 어떻게 계산될까.

 대표적인 날씨 현상인 강수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재화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강수의 직접적인 거래를 관찰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다른 시장재화를 이용해 간접적으로 편익을 추정하거나 가상적인 시장을 만들어 소비자의 지불 의사금액을 물어 추정해야 한다. 즉, 강수 현상에 따라 부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식수의 확보, 대기질 개선 등과 같은 편익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게 된다.

 최근 기상청은 봄비나 태풍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과거 4년간(2009∼2011) 4월 중에 내린 봄비의 경제적 가치를 수자원 확보, 대기질 개선, 산불예방 효과, 가뭄 피해 경감 등 네 개 분야에 걸쳐 산정한 결과 최소 210억 원으로 추정했다. 수자원 확보 측면에서 봄비 1mm당 약 7억 원의 가치와 비가 오기 전 하루 당 대기질 개선 효과 205.6억 원을 더해 최소 212.6억 원의 가치를 가진다는 것이다. 특히 봄철 산불예방 측면에서는 5일 이상 비가 오지 않다가 내리는 비는 최소 1억 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태풍의 경우 가장 큰 피해를 가져오는 기상재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수자원 확보, 강한 세정작용으로 인한 대기 중 오염물질 제거, 적조 억제 등의 긍정적 효과도 가지고 있다. 과거 2002∼2007년 사이에 발생한 태풍을 대상으로 경제적 가치를 계산한 결과 긍정적인 측면의 경제적 가치는 연간 최소 약 0.2조 원으로 추정했다.

 기상청은 지난 2011년부터 매년 날씨정보를 경영에 잘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에 날씨경영인증을 하고 있다. 보통 국가로부터 공식적인 인증을 받는다고 하면 대기업을 예상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지난 2012년에는 대전의 한 A 김밥 전문점이 기상청으로부터 날씨경영인증과 기상산업대상ㆍ은상을 동시에 받아 매스컴에 소개된 바 있다. 이 김밥집은 주간예보와 3시간 단위, 3일간 기상을 사전에 체크해 비 예보가 있는 날은 주문 물량에 대해 사전에 일정 취소 여부를 확인하거나 비와 관계없이 물량을 인수해가는 등의 조건을 제시해 당일 주문취소를 최소화했다. 그 결과 나들이철 매출액이 3배 이상 증가했고, 날씨에 따른 주문량 사전 예측으로 재료손실 감소 및 인력 투입 조절을 통해 30% 이상의 원가절감이 가능했다고 한다. 이렇듯 날씨정보를 이용한 경영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소상공인들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다.

 경남도는 몇 해 전부터 도민들을 대상으로 보건지표조사(04~07)를 통해 사망비가 높은 취약지역을 선정해 건강증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마산보건소는 창원기상대와 협력해 보건기상서비스를 자체 개발하고 한 지역을 대상으로 맞춤형 보건기상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창원기상대가 각 월별 기후자료와 다음 달 기상전망, 그리고 과거에 나타난 월별 위험기상 사례를 마산보건소에 제공하면 보건소는 기상이나 기후에 민감한 질병 정보를 발굴하고 대처방안을 주민들에게 제공한다. 최근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높은 만족도를 보였고 향후 보다 다양하고 자세한 보건기상정보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세계 경제의 약 80%가 기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F. Schwarz, 2005). 지난 2004년 서울대와 삼성지구환경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GDP(국내 총생산)의 52%가 기상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고 있고 이를 2011년 국내 GDP에 적용시켜 보면 연간 625조 원 정도의 국내 총생산액이 날씨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가 세계적 이슈가 됨에 따라 기후변화에 대한 경제적 영향을 예측하려는 움직임도 많이 있다. 미국에서는 과거 60년간 지역별 작물 수확량, 토양성분, 100만 개 지점의 기후정보 등을 이용해 이상기후 시 해당 농가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기후보험을 개발ㆍ판매하고 있으며 위성영상 데이터 활용을 통한 기후예측 및 재난 대응 실시간 네트워크시스템 구축 등 기상기후 빅 데이터의 공공분야 활용 또한 확대되고 있다. 또한 글로벌 기업들도 이미 오래전부터 기후변화로 인한 손해를 사업기회로 삼아 기상기후 빅 데이터를 활용해 기후변화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렇듯 기상기후 정보를 기업운영에 필요한 의사결정 및 마케팅에 접목시켜 매출증대, 재해예방 등에 활용하는 활동을 ‘날씨경영’이라고 부른다. 기상청은 기상기후정보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인식제고와 날씨경영 확산을 위해 기상산업대상과 날씨경영인증제도를 각각 2006년과 2011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최근까지 날씨경영인증을 받은 기업(기관)은 총 83개 기관이며 경남 소재 기업으로는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가 올해 첫 번째 인증을 받았다.

 도내 창원 등 몇 도시는 다른 도의 시 지역보다 많은 기업들이 분포해 있고 날씨에 민감한 산업들이 많이 있어 향후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 향상에 있어 기후변화에 얼마큼 효과적으로 대응하느냐가 큰 관건일 수 있다. 따라서 도내 기업인들과 공공기관들도 기업경영과 행정에 있어 기상 기후정보에 대한 관심 그리고 경영 접목과 투자가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도움말 : 홍성대 창원기상대장

기업운영에 기상기후 정보를 접목시켜 매출 증대를 꾀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계속되는 가뭄 끝에 내리는 비의 경제적 가치는 측정하기 힘들 정도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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