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耳鼻爺(이비야)
耳鼻爺(이비야)
  • 송종복
  • 승인 2014.12.03 2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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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박사(사학전공)ㆍ(사)경남향토사연구회 회장 송종복
 耳:이 - 귀 鼻:비 - 코 爺:야 - 남자

 이비야는 임란 때 일본장수들이 조선 사람을 쳐 죽이고, 그 전공으로 귀와 코를 잘라 소금에 절여 갖고 간 포악무도한 전범자를 말한다. 또한 이런 만행을 저지르는 자를 통칭한다.

 이비야(耳鼻爺)는 임진왜란 때 조선에 온 일본 승려 케이넨(慶念)이 쓴 ‘조선일일기(朝鮮日日記)’에 나온다. 일제 강점기에도 일본 순경을 ‘이비야’라고 하고, 일본 순경이 오면 ‘이비야가 잡으러 온다’고 했다. 지금은 뜻 모르고 쓰는 말이 됐지만, 가슴 아픈 역사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말이다. 이 일기에 의하면 들도 산도 섬도 모두 불태우고, 사람마저 쳐 죽인다. 산 사람은 쇠줄과 대나무로 목을 묶어서 끌고 간다. 어버이는 자식 걱정에 발을 구르고, 자식은 부모를 찾아 헤매는 비참한 모습을 난생처음 본다고 했다.

 이(耳)는 귀, 비(鼻)는 코, 야(爺)는 남자를 가리킨다. 따라서 ‘이비야가 온다’ 하면 울던 울음도 뚝 그친다. 이 ‘이비야’는 가장 무시무시한 존재를 나타내는 뜻이 됐다. 세상인심이 각박할 때 ‘눈 감으면 코 베어 가는 세상’이라 하고, 어린애들에게 겁주기나 위험한 물건을 만지지 못하게 할 때 ‘이비’ ‘애비’ ‘이비야’ 하는 소리를 종종 한다. 이는 임진왜란 때 만들어진 말이다.

 정유재란(1597) 때 ‘풍신수길(도요도미 히데요시)’이 부하 장수들에게 병사들의 전공을 확인하기 위해 조선인의 ‘귀와 코’를 베어 오라고 했다. 이때 귀ㆍ코를 베어가는 사람을 ‘이비야(耳鼻爺)’라고 했다. 이는 아이들에게 겁을 줄 때, 또는 위험한 물건을 만질 때 종종 사용한다. 그래서 ‘이비야가 온다’ 하면 울던 아이도 무서워서 울음을 뚝 그쳤다. 이후로 이비야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악귀, 악마, 마귀, 귀신, 도깨비, 공룡 등 인간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가장 무시무시한 존재를 나타내는 뜻으로 통용됐다.

 당시 왜군에 희생된 수는 12만 6천여 명에 이르는데, 남원ㆍ김제ㆍ부안 등지에서 많은 희생이 있었다. 지난 1992년 11월 26일, 일본 요코하마에 있는 ‘귀 무덤’의 흙을 항아리에 담아와 부산시 동래 자비사에 봉안해 놓았다가, 이듬해 전라북도 부안군 격전지였던 호벌치에 ‘코무덤’을 만들어 영면하게 했다. 이런 엄연한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 교과서에는 왜 싣지 않는지, 우리는 이 호벌치의 ‘코무덤’을 유태인의 ‘신의 세계’와 같이, 그리고 ‘이비야’의 참뜻이 무엇인가를 일깨워 주는 역사의 교훈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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