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 선생님은 1955년 거짓말 박사 이후 거인, 자랑스러운 소년, 위대한 인디언, 차이나 박 등으로 톱 작가의 위치에서 활동을 했다.
그러다가 1970년부터는 신문을 파는 가판대에서 김철호 선생님의 협객 만화 중심으로 성인 만화가 붐을 이뤘다. 이때 임수 선생님도 별명 붙은 사나이라는 작품을 출간한다.
신촌 합동과 한국일보가 연합되면서 만화가협회의 위상은 크게 향상된다. 그때는 출판사마다 한국도서잡지윤리위원회에 심의를 받아야 했는데 그 심의를 받을 작가는 모두 한국만화가협회에 등록해야 된다는 규정이 있었다. 즉 협회 회원이 아니면 만화 창작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규정은 한국 만화계 사상 이전에도, 지금도 없는 제도다. 그런데 당시 몇해 동안은 그런 규정이 있었으니 한국만화가협회의 위상이 얼마나 높았겠는가. 그래서 해마다 임원을 뽑는 총회가 다가오면 입후보한 작가들은 선거 작전을 세우고 지지자들과 홍보활동을 하는 등 그 열풍이 뜨거웠다.
1971년 협회 총회에서 회장은 박기정 선생님, 이사에는 임수 선생님이 당선된다.
이사가 된 선생님은 회장 박기정과 함께 여태껏 더럽혀진 만화계의 정화 작업에 힘을 쏟으신다. 그 첫 번째가 사이비 작가 퇴출운동이다. 처음에는 출판사의 거부가 있었지만 만화가협회는 굴하지 않고 밀고 나갔다.
임수 선생님은 자기의 그림체와 이름 까지 표절한 ‘향수’의 필명부터 없애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다행히 다른 이사들도 동조했고 심의 위원회에서 협조도 받아 낸다.
그러자 향수 팀에선 분란이 일어났다. 팀원끼리 서로 자신이 필명의 소유자라고 나서는 것이다.
애당초 향수는 유령이었다. 임수 선생님이 퇴짜를 놓아 사용하지 못하는 작품을 산 이극환이, 이름마저 베껴 상업적으로 판 것이다. 그 이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청년들이 일본 책을 보고 그렸으니 필명이 자기 것이라고 내밀만한 사람은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만화가협회에서는 그 자체를 사이비로 보고 사용하지 못하게 출판사에 통보한다.
임수 선생님의 숙원이 이뤄진 것이다. 그 다음 해 선생님은 만화에 공이 있는 작가에게 수여하는 윤리 본상을 받으신다.
그리고 몇해 후 1976년에는 세상 만화에 종지부를 찍고 기독교 복음 만화에만 전념하게 된다.
선생님의 기독교 만화를 살펴보면 ‘아름다운 별’ 월간지에서 신앙만화를 5년간 연재했고, ‘말씀과 함께’ 잡지에서 선교자 전기를 2년간 연재했다.
그리고 ‘노아와 홍수는 역사적 사실일까’를 비롯해 ‘공룡도 하나님이 만드셨을까’라는 작품도 창작했는데 이 작품은 국내뿐만 아니라 러시아, 아르헨티나, 스페인 등에 번역돼 출간됐다. 또 ‘사랑으로 오신 하나님 예수’는 7년간의 긴 작업 끝에 발간됐는데, 보는 이들로 하여금 기독교 만화 중 최고라는 찬사를 받는다.
선생님은 지금은 80세 후반의 고령이지만 아직도 흑석동 자택에서 건강하게 지내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