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9:51 (토)
경남도의회, 예산심의 똑바로 하라
경남도의회, 예산심의 똑바로 하라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4.11.16 20: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본사 전무이사 박재근
 경남발 무상(無償)복지가 뜨겁다. 경남교육청이 감사를 거부한 것에서 발단 된 경남도의 무상급식비 지원 중단선언은 국가정책의 어젠다로 급부상, 복지정책의 새로운 틀을 짜야 할 판이다. 하지만 재원과 예산의 한계가 있는 탓에 진보가 선점한 무상급식, 보수가 밀어붙이는 무상보육을 놓고 다툰다.

 그 단적인 예가 경남이다. 전국각급기관의 예ㆍ결산 감사는 필수인데도 불구하고 도교육청이 자체감사, 또는 상ㆍ하위 기관의 문제를 이유로 감사를 거부한 것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본질을 벗어난 것으로 이해된다. 특히 도교육청이 주장하는 감사거부의 당위성에 앞서 도민정서가 이를 옳지 않게 본다는 것이다.

 감사거부가 단초인데도 도교육청은 이해를 구하기는커녕, 경남도와 시군이 무상급식비 지원거부를 부각하려는 서한문 형식의 가정통신문을 발송했다면 너무 앞선 느낌이다. 도교육청은 ‘학부모님들 성원이 무엇보다 큰 힘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에 진실을 알려드리고 이해를 구한다’는 내용이지만 사실상 도 및 시군을 향한 압박용 카드로 보여 안타깝다. 물론 주장에 우선하려는 것이 그 원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자체와 담을 쌓으려 작정하지 않았다면 여지(餘地)는 남겨 놓는 게 상책인 것 같은데 말이다.

 아무튼, 도와 교육청의 선문후답식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도교육청이 ‘학교와 교육청에서 급식비 지원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에 대해 경남도는 남아도는 예산으로 무상급식을 하라고 지적했다.

 도교육청의 한 해 평균 불용예산이 1천235억 원에 달한다는 것이 도의 주장이다. 이는 내년도 학교 무상급식을 위해 도와 시군에 부담을 지우려 했던 643억 원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고 교육청이 사용하지 않는 불용예산만으로도 자체적인 학교무상급식을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에 교육청이 경남도를 향해 학교용지 매입비 1천527억 원을 갚으라고 맞받아쳤다. 이에 대해 도는 무상급식비인 남의 쌈짓돈도 내놓고 법정 부담금인 뭉칫돈도 내놓으란 말이냐는 주장이다. 내년도 국고보조사업 규모 확대 등으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매칭사업비 분담비용 마련마저 힘든 상황에서 일방적이란 것이다.

 경남도가 교육청에 돈을 주지 못하고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것. 건설업체로부터 징수한 학교용지 부담금은 교육청에 다 넘겼고 나머지 미지급분은 건설경기난으로 건설사업자로부터 징수하지 못했거나 세금과 조례가 제정되지 않아 지급할 수 없었던 때의 자금이란 것이다. 특히 무상급식비 지원과 학교용지 부담금은 별개의 사안임에도 걸고넘어지자는 식이란다. 만약 교육청이 무상급식비 지원 중단에 대해 학교용지 매입부담금 카드를 꺼낸 것이라면 도가 학교용지 부담금을 다 갚으면 앞으로 무상급식을 교육청 단독으로 한다는 것 같은 뉘앙스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에서다. 그게 아니라면 교육청이 밝힌 것처럼 재정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게 사실인지의 여부는 도의회의 예산심의 때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도의회의 2015년 예산 심의가 주목받는다. 예산을 편성하고도 사용하지 않은 불용예산은 교육청뿐만 아니라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모두 같은 처지다. 그러나 현재 교육청이 도와 시군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청의 예산운용 문제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상황이다. 교육청은 내년 예산 제출에 앞서 어려운 재정여건을 감안, 각종 사업을 폐지하거나 통합했고 각종 업무추진비 및 전시성, 선심성, 관습적 예산을 최소화하는 등의 기존 교육 사업에 대해 전면적인 진단분석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도 똑같은 이유였다. 그런데도 지난해 교육청이 불용액은 779억 원으로 이 중 집행 잔액이 441억 원(56%), 지급사유 미발생이 279억 원(36%), 계획변경 및 취소로 57억 원(7%) 등의 사유로 불용액이 발생됐다. 올해도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를 밝히는 것은 도의회의 몫이다. 그동안 교육청이 한 해 평균 불용액이 1천235억 원에 달하는 것에도 도의회가 예산심의과정에서 제대로 예산편성이 됐는지 따져보지 않았다는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도의회가 예산안 심의 때 꼭 필요한 사업인지, 사업목적과 계획이 타당한지, 쓰지도 않을 예산을 관행적으로 계상한 것인지, 또 지난 선거와 관련한 보은성 예산여부, 예산 삭감을 우려해 일단 편성한 무작정 예산 등은 없는지 꼼꼼히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혈세가 허투루 사용되지 않도록….

 이를 통해 칼질(삭감)이 합당한 여유자금(예산)이 발생할 경우, 내년에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무상급식예산을 편성, 교육청 단독으로 무상급식을 추진토록 해 무상급식 지원중단 논란을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감사는 당연하다. 자체감사를 믿는 경남도민들이 많지 않다는 사실에서 그러하다. 2010년 진보교육감들이 ‘무상급식’ 이슈를 들고 나온 이후, 우리 사회는 진영논리에 함몰돼 정쟁(政爭)만 벌이고 있다. 처음부터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는 ‘무상(無償)’복지, 그 첫 단추를 다시 꿰매도록 ‘경남도의회가 제 몫을 다해달라’는 주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