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8:49 (금)
무상복지는 ‘무상’ 아니다
무상복지는 ‘무상’ 아니다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4.11.09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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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사 전무이사 박재근
 홍준표발(發) 무상급식비 지원 중단선언은 정국을 벌집 쑤시듯 뒤집어 놓았다. 정치권이 경쟁하듯 대책도 없이 쏟아낸 각종 복지정책이 재정난으로 파탄 직전인 가운데 지원중단이란 초강수를 둠으로써 우리 사회에 ‘복지 디폴트(부도)’가 현실화된 것을 일깨웠다.

 홍준표 도지사가 무상급식 예산지원 중단을 선언하면서, 경남發 무상급식중단이 무상복지정책 전반으로 번져 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네 탓 내 탓에 앞선 소모적인 이념논쟁보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짚어보고 그에 대한 해결책 마련이 절실한 게 현 상황이다.

 무상복지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정치권에서 국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과도한 복지정책을 발표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그 후유증이 복지 디폴트를 몰고 온 것이다. 따라서 공짜는 없다는 중세논란과 함께 선택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를 놓고 복지정책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선택적 복지의 경우 정부의 재정 부담이 크지 않고 낮은 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수혜를 받는 사람이 한정돼 있다. 차별 혹은 사회적으로 낙인의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또 보편적 복지의 경우 사회 구성원인 일반을 대상으로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반면 정부의 재정 부담이 크고 효율성이 떨어지며 오히려 국가의 성장과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문제는 어떤 부분이 선택적 복지가 필요한지 혹은 보편적 복지가 필요한지에 대해 명확한 사회적 합의가 어렵다 보니, 선택적 복지가 필요한 부분에서도 보편적 복지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단적인 사례가 무상급식을 두고 경남도와 경남교육청이 벌이는 논쟁이다. 경남도교육청의 감사거부가 단초가 돼 무상급식비 지원중단이 선언됐지만 그 사안의 근본은 선택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인가로 구분, 가름해야 함에도 보편적 복지에 집착, 살림이 바닥나게 됐다는 점이다. 경남도의 경우, 지방재정이 갈수록 약화, 곳간이 거덜 나 현 지방세 수익으로는 직원 인건비를 못 주는 시군이 18개 시ㆍ군 중 11개 시군이나 되는데 모든 학생에게 무상으로 급식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반면 경남도교육청은 전 학생에게 무상급식을 확대할 수 있도록 도의 재정 지원을 늘려달라는 것이다.

 무상복지는 결코 ‘무상(無償)’이 아닌데도 전면무상급식을 실시할 경우 저소득층보다 중산층, 고소득층이 혜택을 본다는 것이다.

 이는 무상복지가 확대될수록 저소득층에게 돌아가는 수혜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몰고 온 결과다. 결론은 무상복지는 ‘무상’이 아니란 점이다. 정치권에서 개발하고 있는 공짜상품은 절대 공짜가 아니란 것이 홍 지사의 선언을 통해 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이다.

 복지정책은 ‘무상’일 수 없으며 가난한 사람이건 부유한 사람이건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게 된다는 것을 간과한 결과, 전국 시장군수협의회가 ‘경주 선언’을 통해 복지 디폴트를 선언할 정도의 파탄을 몰고 왔다. 그 원인은 정치권이 경제문제를 당선, 집권을 위한 도구로 이용했고 남발한 것에서 비롯됐다.

 일본의 경우 2009년 민주당 공약은 중학교 졸업 때까지 아동수당 지급, 고교무상, 고속도로 무상 등 무상과 공짜로 점철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은 현재 GDP 대비 200%에 육박하는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중남미 역시 포퓰리즘의 교과서다. 아르헨티나는 과도한 선심성 정책으로 2002년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 파탄을 겪었지만 아직도 그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학교육 무상에서부터 전국 7천500개 국립 의료시설에서 보험증 없이 누구나 무료로 치료를 해주는 등 그야말로 ‘무상 천국’이다. 따라서 무차별적 복지, 무상시리즈가 국가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다시 한 번 뒤집어 봐야 한다는 것을 일깨운 것이 경남도발 무상급식 선언이다.

 내년도 예산안 편성과 직결된 문제에다 정국 주도권 향배 등과 맞물려 여당은 정부 편에서, 야권은 교육청 편에서 일종의 ‘대리전’을 치르는 성격도 띠고 있다는 것에서 무상급식 지원중단선언은 예사롭지 않다.

 특히 섣불리 나서기 힘든 물 문제, 동남권신공항 문제나 무상 포퓰리즘 등 난제 해결에 대해 비난을 감수하면서 앞선 것에서 청와대와의 묵시적 공감대 형성도 거론된다. 또 지금은 소강상태이지만 개헌 문제를 둘러싼 당청 간 갈등이나 친박 비박 간 알력 다툼 속에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인 홍 지사의 행보는 청와대와 과거에 없었던 정치적 교감이 새롭게 싹트는 분위기다. 그 점에서 무상급식비 지원 중단선언이란 핫이슈는 더욱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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