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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왕후가 역사 속에서 걸어나온다
허왕후가 역사 속에서 걸어나온다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4.11.09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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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왕후 선발 추진위, 내년 3월께 ‘선발대회’
▲ 지난 8일 부산시 북구 화명동 화명생태공원과 김해시 대성동고분군 일원에서 열린 ‘허왕후 신행길 축제’에서 김수로왕과 허왕후가 손을 잡고 노래하고 있다.
신행길 축제ㆍ행차 등에 선발 왕후 참가
문화축제 대표 인물로 가야 알리기 앞장

 지난 8일 부산시 북구 화명동 화명생태공원과 김해시 대성동고분군 일원에서 열린 ‘허왕후 신행길 축제’에서 허왕후가 역사 속에서 걸어 나와 수로왕을 맞는 장면을 연출했다.

 2천여 년 전 인도의 아유타국 공주 허왕후가 가야 김수로왕에게 시집온 내용은 삼국유사의 가락국기에 기록돼 있다. 157년을 살다 죽은 허왕후는 구지봉 동북쪽 언덕에 묻힌다. 현재 김해시 구산동의 고분이 허왕후의 능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허왕후가 인도 아유타국에서 왔다는 것은 불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후 윤색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김해시는 지난 10월 23일 서울 인사동 거리에서 ‘김수로왕과 허왕후의 서울행차’를 열었다. 내년 4~5월 열리는 ‘제39회 가야문화축제’ 사전 홍보를 위한 행사로 수로왕 행차에서 김수로왕과 허왕후가 호위무사와 구간대신들을 대동하고 선녀와 시녀 그리고 백성들이 뒤따르는 거리 퍼레이드를 선보였다.

 허왕후는 가야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더더욱 출생지가 인도여서 허왕후는 이름은 신화로 덧칠돼 있다. 허황옥은 32년 아유타국 공주로 태어나 16살 때 수로왕에게 시집오기 위해 머나먼 바닷길에 오른다. 공주는 20여 명의 일행과 함께 망산도(현 부산 강서구 송정동)에 도착한다. 배 안에는 인도에서만 난다는 파사석(婆娑石)이 실려 있었는 데 현재 수로왕비릉 근처에 파사석탑에 서 있다.

 허왕후를 김해시민의 품으로 더 가까이 데려오려는 작업이 시작되고 있다. 허왕후 선발대회 추진위원회(가칭, 위원장 김순분)가 내년 3월 개최 목표로 ‘허왕후 선발대회’를 추진하고 있다.

▲ ‘제1회 허왕후 신행길 축제’가 지난 8일 부산화명생태공원 내 화명수상레포츠타운과 김해 시민의 종 광장에서 열렸다. 사진은 다양한 체험거리 중 분청도자관 체험장 모습.
 잊혀진 제국 가야를 되살리려는 노력은 드라마나 역사 고증을 통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그 성과는 그렇게 크지 않다. 가야는 BC 1세기부터 6세기 중엽까지 찬란한 문화를 만들어냈지만 신라에 정복당하면서 사료나 연구 성과는 신라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다. 가야는 700여 년의 역사를 이어왔지만 고구려 백제 신라와 비교하면 역사의 깊이가 현저히 떨어진다.

 김순분 추진위원장은 “허왕후라는 이름은 가야의 브랜드를 널리 알릴 수 있는 훌륭한 인물이다”며 “역사성과 허구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허왕후를 새롭게 조명해 김해의 상징뿐 아니라 김해의 영원한 왕비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해마다 허왕후를 뽑아 김해에서 열리는 각종 문화ㆍ시민ㆍ예술행사에서 대표인물 역할을 맡길 계획이다. 허왕후는 가야제국의 꿈을 현실에 투영하는 매개체가 돼 국내외 관광객이 김해를 찾도록 하는 안내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김해시가 주관하는 문화예술 행사에서 간혹 허왕후를 볼 수 있지만 이는 일종의 ‘가짜’ 허왕후다”라며 “임시방편으로 일반인을 허왕후로 분장시키기 때문에 행사의 역사성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주에 열린 허왕후 신행길 축제에서는 특정 모델이 허왕후를 대신했다. 선발대회에서 선발된 허왕후는 김해시민들에게 일종의 추인을 받은 왕후가 돼 김해시가 주관하는 행사에서 격에 맞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허왕후 선발은 김해 문화축제의 명품화에 도움을 준다. 허왕후 신행길 축제와 김수로왕과 허왕후 서울행차 등 행사에‘진짜’ 허왕후가 나오면 축제의 품격이 살 수밖에 없다.

 특산물, 음식점, 볼거리 등을 가지고 문화관광도시로서 김해시를 알리기 위해 허왕후를 모델로 쓰면 훌륭한 마케팅이 된다. 내년 5월에 개장하는 가야역사테마파크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허왕후의 브랜드가 필요하다. 분성산에 대규모로 조성 중인 가야역사테마파크는 연간 운영비가 70억 원 이상 들어가는 가야 시대의 문화와 역사적 이야기를 담은 공원이다. 다른 지자체가 테마파크를 운영하면서 적자에 허덕이는 것을 보면서 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소로 만들기 위해서는 허왕후의 손길이 필요하다.

 김 위원장은 “허왕후 선발대회는 다른 시ㆍ군의 특산물 홍보 아가씨선발대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면서 “지역 특산물을 알리는 단순한 진선미가 아니라 허황후는 가야를 테마로 문화와 예술, 관광을 아우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순분 허왕후 선발대회 추진위원장

<인터뷰>

“잊혀진 제국 복식ㆍ인물 연구 큰 도움”
김순분 허왕후 선발대회 추진위원장

 - 허왕후 선발대회를 추진하게 된 계기는.

 “천년고도 가야제국의 중심지로 김해를 말하지만 실제 ‘김해의 상징이 무언가’라고 물으면 선뜻 내세울게 없어요. 그만큼 알리는데 소홀했다는 증거지요. 허왕후는 가야의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좋은 인물입니다. 이번 허왕후 신행길 축제 때 ‘선발된 허왕후’가 주인공이 됐다면 의미를 남달랐을 겁니다. 또한 잊혀진 제국인 가야가 허왕후 선발을 계기로 가야 복식ㆍ인물 연구 등으로 활발하게 이어질 겁니다.”

 - 구체적인 허왕후 마케팅에 대해….

 “김해시의 문화축제는 가야와 맞닿아 있어요. 가야문화축제는 김수로왕의 건국정신을 기리고 문화유산의 얼을 되새겨 김해사람의 화합과 단결을 이끌어 내지요. 김해 최대 축제인 가야문화축제의 주인공은 허왕후가 될 수 있죠. 축제장에는 가야복식 패션쇼나 허왕후의 인도배 시승체험 등이 열리는 데 실제 허왕후는 없어요. 알맹이가 빠진 축제라 볼 수 있죠. 김수로왕과 허왕후는 우리나라 최초로 국제결혼을 했기 때문에 요즘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면서 허왕후 아이콘은 더 어필될 수 있어요.”

 - 어떻게 선발할 계획인지.

 “허왕후 선발대회는 미인만을 뽑는 대회가 아니에요. 허왕후로서 기품과 자격을 갖춰야 하지요. 허왕후가 왕비로서 기품을 가졌듯이 선발된 왕후도 그런 기품이 넘쳐야지요. 자격은 다름 아닌 김해문화를 사랑하고 전통을 계승하려는 당당함을 가져야 해요. 허왕후에 선발되는 1년간 김해문화를 전하는 대표가 될 터인데 그만한 활동성도 있어야지요. 가야문화를 부흥시키고 김해시를 전국 최고의 명품도시로 만드는데 허왕후가 큰 역할을 할 것은 분명하지요.”

 - 허왕후 선발대회를 열면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이 올까요.

 “당연히 가락국의 역사와 전통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될 겁니다. 앞으로 더 고증을 거쳐 허왕후 신행길 축제가 열리면 명실공히 전국 최고의 축제가 될 겁니다. 지역이 여러 축제가 특성화되고 창의적 문화관광이 더 빛을 발해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오는 데 허왕후가 앞장설 겁니다. 더 나아가 김해시민과 함께 웃고 행복을 누리는 허왕후가 우리 마음속에 왕비로 자리할 겁니다.

 - 첫 선발대회가 언제 열리나요.

 “현재 내년 3월로 잡고 있어요. 현재 뜻있는 사람들이 추진위원회에 들어오고 있지요. 그뿐 아니라 벌써 여러 형태로 지원하겠다는 단체들도 많아요. 그만큼 허황후 선발이 우리 지역사회에 꼭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증거이기도 하고요. 여하튼 서서히 일어나는 허왕후 아이콘 만들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가야 숨결을 되살리는 운동으로 퍼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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