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7:33 (토)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11.05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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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250)
 199. 임수 선생님

 삼천포 1954년 한내다리 밑에 만화대여점이 생겼고 진삼도로가에 한 곳이 더 생겼다, 나는 늘 그곳을 지나다가 그 대여점 유리창에 걸려 있는 한편의 만화책에 눈을 고정 시켰다. 그 책의 제목은 ‘거짓말 박사’였고 작가는 임수 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이 ‘만화세계’에서 연재하던 거짓말 박사가 단행본으로 나온 것이었다.

 선생님의 화풍은 독특했다. 그 이전에 만화에는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삽화체와 삼등신의 귀여운 만화체 두 가지만 있었다.

 삽화체로는 주로 박기당, 박광현, 김종래, 서봉재, 최상권, 김백송 등의 선생님들이고, 만화체로는 추동식, 신동우, 신동헌, 그리고 김용환 선생님 등이었다.

 임수 선생님의 화풍은 삽화체도 아니고 만화체도 아니었는데, 이후에 이런 류의 화풍을 반삽화체라 부르게 된다.

 일본에서는 벌써 이런 화풍이 만들어지고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임수 선생님이 원조 격이 된다.

 거짓말 박사의 주인공은 영국 기사의 차림으로 천방지축 돌아다니며 허무맹랑한 사건을 이끌어 냈다. 임수 선생님이 그렸지만, 표지에 ‘뮨히 하우젠 원작’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는 독일 사람이었고 자기가 쓴 소설에 자기를 주인공으로 삼은 것이었다. 그 만화책의 서두에 ‘거짓말은 손톱만큼도 없다’라며 너무나 터무니없는 말로 독자에게 웃음을 줬다.

 내용을 살펴보면 주인공이 오리 사냥을 갔는데 그만 총알을 집에 두고 온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긴 줄에다 미끼 수십 개를 달아 오리 쪽으로 던져 놓는다. 시간이 흐른 뒤 수십 마리 오리가 잡혔고, 주인공은 이 많은 오리의 다리를 묶고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면 오리들이 한꺼번에 하늘을 날아 주인공의 집까지 간다.

 또 한 번은 러시아와 오스트리아, 터키 사이에 전쟁이 벌어진다. 러시아에 편입된 주인공은 적의 동태를 도저히 알 길이 없어 아군이 쏘는 대포알을 타고 적군의 위로 나른다. 하늘에서 적의 동태를 파악한 주인공은 이제는 적군이 아군에게로 쏘는 대포알로 바꿔 타고 기지로 복귀한다. 그 덕에 주인공은 전쟁 영웅이 된다.

 그리고 다른 이야기는 주인공이 불타는 화산 속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신 불카누스를 만난다. 그리고 그의 아내 비너스도 만나는데, 비너스는 주인공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의 관계를 눈치챈 불카누스는 화가 잔뜩 나서 주인공을 한주먹으로 날려 버린다. 주인공은 그 힘에 땅속을 계속 뚫고 들어가서 반대쪽 세상으로 나와 버린다.

 이게 얼마나 황당한 거짓말인가.

 원작자 뮨히 하우젠은 1720년에 독일에서 태어났다. 군 장교였던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자, 어머니 슬하에서 자랐고 귀족의 관습에 러시아로 가서 장교 생활을 하다가, 터키와 오스트리아 전쟁 때 참전하기도 한다. 그 후에 결혼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뮨히 하우젠은 이웃에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이름을 날린다 .

 그 이야기를 듣기 위해 먼 곳에서도 사람들이 찾아왔고 이 이야기들이 소설가에 의해 책이 만들진 것이다. 한국에서는 임수 선생님이 만화로 제일 먼저 소개했고 이 만화로 임수 선생님은 단번에 한국 제일의 만화가 반열에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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