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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결핵 리포트
폐결핵 리포트
  • 조성돈
  • 승인 2014.11.04 2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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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언론인 조성돈
 결핵은 결핵균(Mycobacterium tuberculosis)감염에 의한 감염성 질환으로 세계 인구의 1/3 이상이 감염되며, 이들 중 매년 900만 명이 새로운 결핵 환자로 진행되고 이 중 200만 명이 사망하고 있다. (지난해 150만 명이 숨졌지만 300만 명이 사망한 적도 있다) 결핵이 다시 창궐하고 있는 것도 놀랍지만 놀라운 것은 높은 치사율이다. 사망자 1/4은 에이즈(HIV) 양성반응까지 보였다 한다. 현대의학이 발달하고 있다는 인류의 믿음은 오래전부터 흔들리고 있다. 항생물질은 그나마 미심쩍은 현대의학을 지탱케 하는 유일한 무기였지만 결핵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항생제가 감염성 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한다는 믿음은 깨진지 오래다. 세균성 감염 질환에서 항생제는 치료의 이점보다 내성균의 출현이 더 무섭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점차 항생제를 기피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박테리아의 내성인데, 이 때문에 항생제 치료의 이점이 급속도로 저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페니실린이 세상에 나온 이후 수십 년간 의학자들은 박테리아의 내성을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종류의 항생제를 개발했다. 1세대ㆍ2세대ㆍ3세대를 거쳐 현재는 4세대 항생물질 시대다. 최후의 항생제로 불리는 4세대 항생물질 ‘벤코마이신’이 나왔을 때에 의사들은 안도했다. 그러나 소위 ‘군비경쟁’으로 불리는 박테리아와 인간과의 전쟁은 싸움 자체가 의미를 잃었다.

 의학자들이 수많은 실험과 연구를 거쳐 어렵사리 새로운 항생물질을 개발했을 경우, 돌아서자마자 박테리아들은 금세 항생물질의 구조를 정확하게 읽어내고 방어물질을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늘 그래왔다. 보나마나한 게임에 의학자들은 거의 자포자기에 빠졌다. 그것이 우울한 항생물질의 역사이다. 최후의 항생물질로 불렸던 ‘벤코마이신’도 예상대로 내성균인 슈퍼박테리아를 금세 생산했다.

 고도의 내성을 가진 ‘VRSA (벤코마이신 내성 황색포도상구균)’의 국내 출현을 우려하고 있었지만 우려는 예상했던 대로 쉽게 현실로 나타났다. 1999년 서울 중앙병원에서 처음 발견된 다제내성균은 2004년에 이르러서는 국립마산병원에 입원한 환자 중에 무려 절반 정도에 달했다. 항생물질은 득실이 불확실한 의약이지만 우리에게 선택권이 사라졌다. 국내에서 한 해 동안 생산되는 약 2천t에 달하는 항생물질 대부분은 인간이 복용하지 않는다. 대신 가축의 몸속으로, 혹은 야채 속으로도 들어가 숨어서 우리를 노리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생제로부터 도망칠 방법이 없다.

 바이러스 감염증을 예방하고 통제하며, 반복되는 박테리아 침입에 대해 우리를 보호해 주는 것은 항생물질이 아니라 바로 우리 몸속의 항체이다. 어설픈 의학이 개입해 박테리아를 괴물로 만들지 않는다면 말이다.

 결핵은 더 이상 후진국만의 질병이 아니다. 선진국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결핵은 아직도 인간의 사망원인에 있어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 100명 중 1명이 여전히 결핵에 걸리고 있으며 1만 명 중 1명은 폐결핵 때문에 사망한다. 언젠가 서울의 전경 한 중대에서 무려 13명이 결핵에 걸렸다는 보도에 온 국민이 놀랐던 적도 있었다. 필자의 아들도 군 복무 중 결핵에 걸려 마산결핵병원으로 이송된 적이 있었다.

 페니실린 주사 한 방으로 치료되던 질병들은 대부분 쇠퇴하거나 사라졌다. 그 자리에 고혈압ㆍ당뇨ㆍ암 등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현대의 고질병들이 고스란히 남았다. 1차 결핵 치료제가 듣지 않는 다제내성 결핵(MDR-TB)이나 슈퍼결핵(XDR-TB)은 모두 항생제가 빚어낸 결과물이다.

 현대의학적 치료법에 있어서 항생물질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감염성 질병이 대부분을 차지했던 시절, 항생물질의 출현은 바로 신화였으며 기적 이상의 것이었다. 지금도 약이라면 가장 먼저 항생제를 떠올릴 정도로 항생물질은 모든 의약의 상징이다. 그러나 항생물질 남용에 따른 부작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리고 항생제로 인한 알레르기성 쇼크는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항생물질은 ‘기적의 약물’도 ‘마법의 탄환’도 아닌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새로운 존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폐결핵 리포트 2014’에서 폐결핵 사망률이 저하되고 환자 수도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반대로 동유럽지역에서 MDR-TB 환자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데 치료도 어렵고 치료율도 낮아 제대로 보고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또한 MDR-TB보다 더욱 치료가 어려운 XDR-TB가 나타나기 시작해 의료진들을 당혹게 하고 있다.

 에볼라가 무섭다지만 결핵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한 해 동안 결핵으로 사망하고 있는 환자의 수는 올해 세계를 두려움에 몰아넣은 에볼라 사망자의 수백 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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