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6:11 (금)
부도난 지방정부
부도난 지방정부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4.11.02 2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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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사 전무이사 박재근
 1995년 6월, 지방자치제도가 부활된 후 내년이면 주민의 손으로 자치단체장을 뽑아 지방자치를 시행해온 지 20년을 맞는다. 자치(自治)란 저절로 다스려지거나 자기 일을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성년이란 나잇값도 못하는 게 현재 지방자치의 모습이다.

 문제는 지자체의 재정부족과 중앙정부가 권한을 빼앗길까 봐 분권을 위해 국가사무를 이양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분권은 탈권(奪權)이라는 심한 말까지 나오는 지방자치는 비정상이다. 거듭나려면 국세와 지방세 비중이 8대 2인 중앙정부의 세원독점, 이른바 2할 자치의 틀을 깨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이마저도 모자라 ‘재정은 1할, 업무는 2할 자치’란 게 우리 지방자치의 현주소다.

 이는 지난 20년간 시행해 온 것은 자치가 아니라 ‘탁치’(託治)란 현실이다. 자치란 빈 수레만 요란할 뿐, 돈과 권한을 틀어쥔 말뿐인 분권 탓에 중앙정부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적 모순으로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재정자립도는 서울이 84.54%였을 뿐 나머지 광역시도는 50%를 넘는 곳이 단 한 곳도 없다. 재정자립도의 전국평균은 지난해 50.06%, 쓰는 돈의 절반도 조달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돈 없이 말로만 외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현실을 한 번 더 절감할 뿐이다. 기초자치단체의 사정은 더 형편없다. 시 37.47%, 군 18.23%다.

 중앙정부의 지원으로 근근이 연명한다는 것은 산소 호흡기에 의존한 삶과 마찬가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남도의 경우, 18개 시ㆍ군 중 10개 시ㆍ군은 자체 수익으로는 직원들의 급여마저 지불하지 못할 정도여서 사실상 부도상태나 다를 바 없다. 살림살이가 그만큼 열악하기 짝이 없다. 이런 상황에도 의회는 제 몫 챙기기에 바쁘고 단체장은 전시성 사업에 덧칠만 해대거나, ‘돈 먹는 하마’인 사업에서도 치적을 쌓기 위해 혈세가 낭비되는 현장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것은 재원난에 있다.

 거의 모든 세원(稅源)을 중앙이 독점하고 있는 한 지방은 중앙정부의 허수아비일 뿐이다. 현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세출 비중은 4대 6이다.

 하지만 수입원인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은 8대 2다. 80% 이상의 돈을 중앙정부가 가져가지는 몫이지만 정작 돈은 지방 60% 중앙정부 40%로 사용한다는 것에서 세원의 현실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 제고를 위해서도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6대 4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즉, ‘세입 자치’가 지방자치의 밑거름이 돼야 한다는 것이 기본이란 지적이다. 이와 함께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서는 지방소비세를 11→20%로 인상하고 지방교부세는 19.24→21%로 확대하는 게 시급하다.

 이 같은 세제 개편이 없다면 지방은 돈 가뭄에 타는 목마름이다. 따라서 재정난에다 도청 내 국(局) 단위 기구 하나 증설하지 못할 만큼 모든 권한을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있으니 예산 증액, 조직 개편 등을 위해 서울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민선 광역단체장이다. 그것도 중앙정부와 닿는 연줄이나 끗발이 없으면 헛물만 마시기 십상이다.

 틀어진 돈줄에다 민선 광역단체장이 도청의 국(局) 단위 기구 하나 늘리지 못할 만큼 지방정부 뜻대로 만들 수 없다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지방은 자치란 포장에 그칠 뿐이다. 따라서 경남도 등 전국의 광역단체가 자치단체 기구ㆍ정원에 관한 규정을 대통령령에서 조례로 대폭 위임해 달라는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가 뿌리내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보장해줘야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지방분권과 권한 이양에 대한 중앙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지방자치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전국 광역단체장들이 ‘지방자치법이 불행한 지방자치의 원흉’이라며 자치법 개정을 주장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마디로 번드레한 겉모습만 성년을 맞았지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도 지방자치란 것에 만족해야 하는 게 우리가 말하는 지방시대다.

 지방자치제도가 실질적인 나잇값을 하려면, 지방과 중앙의 수평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방 재정 자주권과 행정 자율권의 강화가 우선이다. 지방이 경쟁력인 시대, 21세기 블루오션이 지방에 있다면 중앙정부는 화답해야 한다. 지방은 곁가지에 매달릴 여유가 없다. 지방재정 확충, 국가사무 지방 이양, 지방조직 자주권 확대 등 자치의 기본을 돌려달라는 것이다. 이마저 외면한다면 지방자치란 속 빈 강정이고 중앙정부의 꼭두각시나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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