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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10.2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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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241)
 집보다도 큰 마왕은 이상한 마술에 걸려 향로 안에 갇혔고, 향로를 문지르는 사람이 있으면 밖으로 나와 그 사람의 종노릇을 하게 되어 있었다.

 마왕이 그 사실을 설명해주자 소년 일행은 마왕을 명령하는 위치에 서게 된 것을 알게 된다. 그 이후로 소년은 마왕에게 명령을 하는데 하늘을 날며 적들의 비행기, 탱크, 잠수함 등을 장난감 다루듯 공격해 격퇴한다.

 마왕은 위기에 몰렸던 소년 일행을 삽시간에 유리한 입장에 놓이게 한다. 그러나 향로의 비밀을 알게 된 적은 향로를 훔쳐서 마왕을 자기편으로 만들기도 하고, 유사한 마왕을 등장시키기도 한다. 마왕의 향로를 가지고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대결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줄거리가 대략 이렇게 흐르는 진귀한 만화책은 당시도, 지금도 한국 만화 사상 최고로 화려한 작품이 아닐까.

 아득한 옛날 한국 만화계가 자리를 잡게 될 무렵에 이런 작품이 나왔다는 것은 기적이다.

 191. 일본 지브리 전시장의 만화

 2012년 11월 17일, 일본 동경의 미타가노 공원에 위치한 지브리 미술관에서 어느 만화 작품과 정보에 대한 전시회가 열렸다. 지브리 미술관은 2001년에 애니메이션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가 설계한 미술관이다. 권위 있는 이 미술관은 미술가나 만화가 여럿의 작품을 전시한다든지, 아니면 한 작가의 전체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 일상이지만, 단 하나의 작품을 소개한다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다.

 전시되는 작품은 1949년 월간 만화잡지 모험왕에서 연재를 시작해 1956년에 마감한 후쿠시마 데쯔지 원작의 ‘사막의 마왕’.

 1949년이라면 일본이 패전을 하고 4년 후다. 그러니 일본은 그 상처를 아직도 지니고 있을 때이고, 만화계로 말하면 이제 시작하는 단계인 것이다. 그런데 이 ‘사막의 마왕’의 그림과 내용을 보면 만화의 시작 단계가 아닌 완숙한 단계의 작품이다.

 참고할만한 작품도 없고, 가르쳐줄 만한 스승도 없는 시대에 그런 실력의 작품이 등장할 수 있었을까? 기적 같은 일이다.

 사막의 마왕은 일본 만화 발전에 견인차 구실을 한 대작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를 비롯해 일본의 많은 작가가 이 작품의 영향을 받았을 정도이다. 향로에서 솟아 난 마왕이 비행기, 탱크 등을 장난감처럼 다루는 장면은 패전의 아픔이 가시지 않은 일본 어린이들에게 엄청난 희망과 용기를 부여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리고 1957년 한국에서 내가 할머니 집에서 방바닥에 배를 깔고 보았던 ‘황금마왕’이 바로 일본의 사막의 마왕 아류작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복사본이 아니었다. 그 시절은 인쇄하는데 색을 분해하는 기술이 없어 천연색은 복사할 수 없는 시대였으니.

 그럼 어떻게 하여 천연색 황금마왕이 제작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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