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20:32 (화)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10.13 2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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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233)
 그 뒤 귀국한 덕철이 형은 나에게 전화를 했고 몇 번 만나 어울렸다. 그것도 잠시 나는 바쁜 일과에 빠져 그를 잊고 살다가 2005년의 어느 날, 신림동으로 가는 전철 표를 끊고 역사 밖으로 나오던 중 다리를 약간 절며 걸어오는 덕철이 형을 만났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형, 이 동네는 어떻게 오셨어요”하고 말을 건넸다. 덕철이 형도 나를 보고는 웃으며 반가워했다. 나는 “다리는 왜 절어요”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덕철이 형은 중풍을 맞았다고 했다. 몇 해 못 본 사이 덕철이 형은 병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한 것 같았다.

 나는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워 “형, 여기까지 왔으니 우리 집에 가서 식사라도 합시다”라고 말했다. 그 말에 덕철이 형은 “아니다. 오늘은 바쁜 일이 있어 그냥 가야겠다. 다음에 연락하마”하고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내 곁에서 멀어진다.

 그런 그의 뒷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였다. 빛나는 고교 시절 평형대와 링으로 운동할 때는 천하도 손에 쥘 것 같은 패기가 넘쳤는데… 삼천포 최고 미인 양자와 결혼할 계획을 세웠던 덕철이 형.

 지금 나에게 등을 보이고 멀어지는 초라한 노인의 모습에서 그런 패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184. 팔포 클레멘타인

 넓고 넓은 바닷가에/오막살이 집 한채/고기잡는 아버지와/철모르는 딸있네/내 사랑아 내 사랑아/나의 사랑 클레멘타인/늙은 아비 혼자 두고/영영 어딜 갔느냐…. 이 노래는 미국 민요다.

 1949년 먼 서양나라 미국의 경제는 엉망이라 계속 디플레이션이 반복되고 있을 무렵이다.

 캘리포니아 어느 마을에 사는 지주 한 명이 자기 땅의 강에서 황금빛 돌을 줍는다. 이 돌은 금일까? 돌을 닦고 또 닦아도 색이 변하지 않고 더욱 빛이 났다. 강 안에서 금이 나온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곳을 살펴보았는데 그곳에서도 황금빛 돌이 나왔다.

 주인은 인부를 불러 몰래 금을 캐려고 했지만 비밀이 새어나가 금세 미국 전역으로 소문이 퍼져 광부, 상인, 심지어는 의사까지 자기가 하는 일을 접고 이 금맥으로 모여들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이나 중국에서까지 금을 캐려 원정을 오곤 했다. 이렇게 밀려오는 사람을 ‘포티나이너’라고 했다. 그때 금맥 덕분에 미국 경제는 단숨에 역전됐다.

 그러나 금을 캐는 포티나이너 모두가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돈을 버는 사람은 금을 취급하는 장사꾼들이고 이들은 하루하루 힘들게 생활하고 있었다.

 그중 한 포티나이너에게 어린 딸이 있었는데, 이 사람은 금광 안으로 들어갈 때 어린 딸을 항상 집에 두고 갔었다.

 그런 어느 날 그가 금광에서 일을 마치고 나왔을 때, 어린 딸이 어떤 사고로 사라져 버린다. 이 슬픈 사연이 노래가 되어 고달픈 포티나이더들에게 불리게 되고, 또 영화 주제곡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흘러와 1950년 이후에 소설가 박태원이 가사를 고쳐 적어 전국에 널리 보급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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