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23:37 (목)
조기검진 되레 화 부를 수도
조기검진 되레 화 부를 수도
  • 조성돈
  • 승인 2014.10.01 2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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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돈 전 언론인
 최근 조직검사에서 폐암으로 판정받은 지인의 친구 K씨가 나를 찾아왔다. 죽을 병에 걸렸으니 어떤 치료를 해야 할지 조언을 구하기 위해서이다.

 나는 그에게 국립암센터 원장을 두 번이나 지낸 이진수 박사에 대한 얘기부터 꺼냈다. 이 박사는 미국 MD 앤더슨 종양내과에서 세계적인 암전문가들과 함께 오랫동안 폐암 연구를 해온 분으로 정부관계자들이 어렵게 영입한 분으로 알고 있다. 귀국 당시 그는, 암에 걸릴 경우 우리나라 사람들이 왜 치료를 서두르는지 이상하다는 말을 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의 발언은 정말 치료를 서두르는 환자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다분히 국내 의사들의 행태를 꼬집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의사는 치료를 늦출 경우 암이 더 악화되거나 전이되니 치료를 서두르는 게 좋다고 얘기하고 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염려한 나머지 환자나 가족들은 의사의 말을 따르기 십상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병원안 미국의 메이요클리닉의 저명 연구팀이 언젠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질병에 걸렸을 때 즉시 치료하는 것이 유리한가에 대하여 반대의견을 내놓은 적도 있다. 치료를 서두르지 않고 미적거리는 미련곰탱이가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기검진이 오히려 유해하다는 소위 ‘조기검진무용론’은 지금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유방암 조기검진이 오히려 불리하다는 연구결과를 모르는 의사는 없다. 대장암이나 폐암도 거기에 속한다.

 K씨는 아무런 증세가 없음에도 조기검진에서 폐암으로 밝혀진 경우인데, 이 경우 과연 치료를 시작해야 할 것인지 의심스럽다.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질병에 걸렸다가, 후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치유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기계와는 달리 생명체에는 ‘호미와 가래’ 상식은 맞질 않는다. 물리학에서도 이와 매우 유사한 이론이 존재한다. 열역학제2법칙, 즉 엔트로피법칙은 물질계에서는 필연적으로 무질서가 증가하지만, 생명체에서는 거꾸로 엔트로피가 감소됨이 증명됐던 것이다. 호미와 가래는 물질계에서만 통용된다.

 일반인들은 과학의 발달과 함께 의학이 점진적으로 발달해 온 것으로 믿고 있지만, 거기에는 수많은 반론들이 있다. 즉 발달한 것은 검진기술 뿐이고 치료는 거의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폐암을 비롯한 모든 암의 경우도 거기에 해당한다. 폐암 치료율은 1970년대 생존율이 13%였던 것에 비해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16%의 완치율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결론을 음미해 보면, 폐암 완치율이 3% 개선됐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엉뚱한 치료로 인해 환자들이 더욱 곤경에 처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첫째, 별다른 치료방법이 없었던 시기에 치료율이 13%였는데, 가만히 둬도 자연치유됐을 그들을 첨단 검진기술을 동원, 억지로 환자로 둔갑시켜 치료한 결과 16%가 됐다면, 그것은 치료율 개선으로 보기 힘들다. 둘째, 1970년대 생존율 13%와 2000년대 완치율 16%는 전혀 다른 의미이다. 13%의 생존자들은 암으로부터 탈출한 사람들인 반면, 16%의 완치환자 중에는 5년을 겨우 넘기고 곧바로 사망했거나, 재발 또는 재발의 위험을 안고 전전긍긍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많은 환자들은 2~3년 내에 재발하는데, 이 경우도 5년만 살아있으면 완치된 것으로 집계) 셋째, 따라서 치료되지 않았던 84%의 환자 속에는 암 때문에 사망한 것이 아니라, 암의 치료로 인한 희생이 적지 않았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치료행위 자체가 중요한 질병의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연구는 수없이 많다. 그래서 일본의 어떤 의사는 “병원 담벼락을 거닐지 말라. 의사가 부르면 끌려가게 될지도 모르니까”라는 독설을 했다. .

 병원이나 약국을 찾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미련곰탱이라서가 아니다. 병원과 의사는 물론 의학 자체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 몸을 구성하고 있는 수십조에 달하는 세포 하나하나가 유능한 의사이자 최고의 제약회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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