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8:51 (목)
우울한 자화상
우울한 자화상
  • 박종욱
  • 승인 2014.09.23 22: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종욱 하동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사
 ‘어른들 말씀이 하나도 틀린 것이 없다’라는 속담이 있다. 지혜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자란다. 그러나 지혜가 쌓이고 살아온 만큼 축적된 경험을 통해 사람 보는 눈이 더 정확해져 남에게 쉽게 속아 넘어가지 않을 것 같은 노인들이 오히려 사기범죄에 취약한 통계를 보인다. 최근 의학계의 연구결과, 노화가 진행될수록 거짓과 진실을 구분하는 뇌영역의 기능이 저하돼 뇌에서는 ‘조심하라, 여기에 뭔가 잘못된 것이 있다’라고 경고신호를 보내도 노인들은 이런 위험을 감지하기 힘들다고 한다.

 근래들어 노인의 3고(苦) 즉, 빈곤과 질병 그리고 외로움에 더해 노인을 대상으로 한 각종 유형의 범죄가 날이 갈수록 증가 추세에 있다. 노인문제는 곧 여러 형태의 심각한 사회문제로, 그리고 나아가서는 엄청난 국가적 부담과 재앙의 부메랑이 돼 우리를 향해 무섭게 날아올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노인문제에 대해 보다 다양하고 구체적인 복지정책을 마련하고 또 사회적 합의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경찰에서도 보이스 피싱과 스미싱 등 금융사기 및 각종 범죄예방 교실을 운영하고, 사후 모니터링을 통한 노인 맞춤형 치안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에서 노인을 노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이해하고 수용하는 인식의 전환이다. 아울러 노인에 대한 품격있는 위상 정립 그리고 사회 공동구성원으로서의 역할 마련을 위한 장기적인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노인은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지금 이 순간도 누구나 늙어가고 있다. 나의 노년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면 평생을 자식 뒷바라지하다 가뭄에 말라 비틀어진 논처럼, 주름깊게 패인 내 아버지 어머니의 얼굴을 그려보라. 그 가슴저린 얼굴이 나의 슬픈 자화상이다. 가난한 시대에 태어나 모질게 보릿고개 넘겨가며 기적처럼 산업화를 이룬 세대였지만, 이제 이 사회로부터 방치되고 용도폐기된 잉여인간으로 추락하고 있는 나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