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2:19 (토)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09.21 2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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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219)
 170. 서글픈 배당금

 요즈음 극장 입장객이 100만이니 1천만이니 하는 것은 전국의 입장객을 통틀어 계산하는 것이다. 그 점을 감안하면 보름 사이에 한 극장에서 20만 명이 관람했다면 대단한 인기작이다. 전국 극장에서 홍길동을 관람한 입장객 수를 계산한다면 실로 수백만 명이 관람한 성공작이다. 그 당시의 가치를 지금 시세로 계산한다면 200만 명, 한 사람당 입장료를 5천으로 보면 전체 수입은 100억 정도가 되고 10%인 10억은 선생님의 배당금인 것이다.

 현재 그 정도의 인기작에 감독과 배우를 겸한 대가로 10억이란 많은 돈이 아니다. 그러나 가난하고 그런 예가 없던 시절, 세기상사는 계약은 그렇게 했지만 막상 그 액수를 지불하려고 하니 돈이 아까웠던 것이다.

 세기상사에는 여러 부서 중에 ‘소송부’라는 곳이 있었다. 이곳은 회사의 권익과 이익을 위해 만든 부서인데, 회사의 업무에서 타 회사나 개인과 계약한 후, 그 계약서를 토대로 상대방의 약점을 노려 회사에 이익을 도모하기도 하고, 또 회사에 약점이 생길 경우는 법망을 교묘히 피해 회사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부서다.

 이 소송부가 신동헌 선생님에게 지불할 배당금을 줄이기 위해 계약서를 검토하던 중, 선생님이 1966년 12월 31일인 제작 완료 기간을 지키지 못하고 1967년 1월 10일에 완성을 시킨 것을 착안했다.

 소송부는 그것을 트집을 잡아 신동헌 선생님에게 배당금을 못 주겠다는 어름장을 놓는다. 이유는 “제작일이 늦어진 탓으로 회사에서 많은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피해라는 것은 제작비보다 수입이 적을 때 쓰는 말이다. 그러니 “수입을 더 올릴 수 있었는데, 제작 기일이 늦어 이만큼밖에 못 올렸다”고 해야 옳은 말이다. ‘이만큼’이 얼마나 많은 돈인데 제작자에게 그 돈에서 10%도 못 주겠다는 것이다.

 법을 이용해 약점을 파고드는 소송부는 단지 제작 완료일이 며칠 늦었다는 이유로 정말 한 푼도 주지 않을 기세다. 법에 어둡고 이권 관계에 악착같지 않은 선생님은 당황한다.

 소송부는 선생님에게 “배당금을 받고 싶으면 고소를 해라”고 했다. 법정에서 달라는 대로 주겠다는 심산이다. 그들은 재판을 전문으로 하니 어떤 결과가 나올지 뻔히 알고 그런 제안을 하는 것이다.

 선생님은 할 수 없이 변호사를 선임했다. 변호사는 “왜 작품 제작이 늦어 졌냐”고 물었고, 선생님은 “제작비기 제때 나오지 않아 늦어 졌다”고 말했다. 변호사는 그것을 중점으로 파고들어 재판을 했다. 결과는 선생님의 계약된 배당금에서 10%만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그것은 너무나 부당한 판결이었다. 매스컴에 알린다면 더 많이 받아 낼 수 있는 소송인데도, 선생님은 돈이 목적이 아닌 한국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는 자부심을 배당금으로 받고 더 이상의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그러나 회사는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더 악랄한 짓을 한다. 대한극장에서 상영이 끝나고 타 극장이나 지방 극장의 입장 수입도 선생님에게 지불하지 않은 것.

 세기상사는 ‘홍길동’으로 한탕 하고 빠져나갔지만 아쉬운 것은 애니메이션의 황금시장을 망쳐 놓았다는 것이다. 그때 세기상사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의 장래를 바라보고 선생님에게 약속한 것에 50%라도 주고 다시 제작을 의뢰했더라면 한국 애니메이션 계는 엄청난 발전을 했을 것이다.

 마치 용돈 같은 적은 배당금을 받고 세기상사와 등을 돌린 신동헌 선생님은 다시 한 번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에 도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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