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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식민시대 가장 잘 보존
남미 식민시대 가장 잘 보존
  • 도용복
  • 승인 2014.09.17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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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 90% 원시자연림ㆍ다양한 인종 섞여 살아
▲ 신비의 섬 갈리비는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소박하고 평화로운 곳이다. 사진은 갈리비 마을의 생활모습.
 수리남은 아마존 지역에 자리 잡은 국가로 국토의 90%가 원시 자연림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그만큼 이색적이고 독특한 풍광이 가득하다. 아마존 지역은 다 그렇듯이 자연이 주는 혜택이 풍부한 곳으로 아열대성 기후에다 평균 기온이 26도 정도라 언제나 달고 맛있는 열대과일이 풍부하다.

 수리남은 유럽 여러 나라의 지배를 받다가 최종적으로 네덜란드 식민지로부터 독립한지가 38년 됐기에 조금만 돌아다니다 보면 역사가 남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남미에서 식민시대의 건물이 가장 잘 보존돼 있는 곳이다. 그 나라 역사가 곳곳에 남아 있고, 많은 노예를 이곳으로 데려와서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수도 파라마리보의 건물은 대부분의 건물이 목조 건물이며 네덜란드의 건축물이 특히 많고 보존이 잘 돼 있어 마치 유럽에 온 느낌도 든다. 수리남의 두드러진 특징은 예술 작품들을 흔히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 예술인은 아니지만 자신이 만든 작품들을 거리에서 파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거리 예술인들의 작품만 보아도 그 수가 다양해서 인종이 다양하고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는 수리남의 특징을 들여다볼 수 있다.

 수리남에서 가장 가볼 만한 곳은 갈리비 해안이다. 대서양의 젖줄 마로니에 강에 가면 물줄기를 경계로 프랑스령 기아나와 수리남 두 나라가 마주 보고 있다. 기아나는 무비자이기 때문에 국경을 넘을 때 주로 이 강을 이용하는데 그래서 선착장은 항상 붐비는 곳이다. 사람들이 몰리는 또 다른 이유가 환상의 섬 갈리비를 가기 위해서이다.

 배를 타고 1시간 반이 걸려 도착한 신비의 섬 갈리비는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소박하고 평화로운 곳이다. 갈리비 국립공원은 관광명소라기보다는 3월부터 7월까지 다양한 종류의 바다거북이 알을 낳기 위해 해안으로 몰려온다. 이 자연의 위대함을 보호하고자 전 지역이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지천에 야자수와 야자 열매가 널려 있고 원주민들이 고기잡이로 생활을 하고 있는 곳, 자연과 아주 가깝게 살아가고 있는 곳이다.

▲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팜 오케스트라.
 밤이 한참 깊은 시간에 바닷가로 나가 보면 모래 위에 거북이 지나간 자국이 여러 군데 남아 있다. 그 자국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해산 기간이 된 거북이 알 낳을 자리를 찾아 모래를 파는 모습이나 운이 좋으면 산란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사람 몸의 3배 이상의 돼 보이는 바다거북이 모래사장을 거슬러 지나간 모습은 거대한 괘도의 탱크가 지나간 모습과 흡사하다. 몸이 너무 무거워 모래 언덕까지 올라가는 모습이 너무 힘들어 보여 도움의 손길을 주고 싶지만 절대 사람이 옆에서 인기척을 내면 안 된다는 주의에 숨죽이고 생명의 신비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산란을 할 때는 거북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이나 거북의 몸이 너무 크다 보니 1시간에 걸쳐 산란 후 모래를 묻기 위해 몸을 돌리는 모습을 보니 산란의 고통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 느껴졌다. 여기서 태어난 새끼 거북들은 바다로 나가 살다가 산란기가 되면 이곳으로 다시 와서 알을 낳는다고 한다.

 갈리비 마을은 150여 가구에 800명 정도의 인구가 살고 있어 필요한 것들은 다 갖추고 있다. 하물며 방송국도 있다. 전기가 아직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큰 방송국을 생각하면 안 된다. 마을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할 만큼의 스피커 설비 정도다. 서로서로 도와가며 살면서 꼭 필요한 것들을 갖춰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일반적인 관광지처럼 호텔에서 잠자고 식사하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 야자수 사이에 그물침대를 쳐서 자고, 음식도 직접 해 먹고 마치 캠핑 같은 생활을 해야만 한다. 전기가 없으니 저녁 7시 이후만 되면 캄캄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정말 자연 그 속에서 생활하는 기분이 든다. 오히려 문명의 혜택이 없기에 파도가 왔다 갔다 밀려드는 모래사장에 앉아 이런저런 글자도 적어보고, 파도가 또 그 글자를 지워 내려가는 모습을 보며 소중한 추억을 되새기는 곳, 그래서 이곳이 지상낙원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트리니다드 토바고는 베네수엘라 카리브해 쪽 바로 앞바다에 있다. 카리브 해 남동쪽 끝에 있는 섬나라로 크기는 제주도의 두 배 반 정도다. 콜럼버스가 1498년 방문한 이후 약 300여 년간 스페인의 식민지로 있다가 영국의 지배를 받은 후 1962년 독립했다. 트리니다드 섬과 토바고 섬, 두 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베네수엘라에서 비행기를 타고 이 작은 나라에 온 이유는 사실 따로 있었다. 아주 특별한 공연을 구경하기 위해서이다. 바로 팜 오케스트라. 드럼통을 여러 종류의 높이로 잘라 깊이가 다른 홈을 내어 일정한 음정으로 조율해서 연주하는 타악기 악단이다. 스틸 밴드라고도 하는데 이곳 트리니다드 토바고가 이 악기의 원조가 되는 곳이다. 드럼의 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리마다 음계 표시가 돼 다양한 음계를 내는데, 드럼통의 길이가 짧을수록 가늘고 높은 소리가 난다.

 10여 명의 연주자로 구성된 팜 오케스트라는 활동도 활발하게 해서 음반도 내고 축제도 열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더운 나라여서 그런지 밤이 돼야 연주를 시작하는데 무대를 설치하지 않고 거리에서 연주를 한다. 마치 하나의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듯이 여러 개의 드럼통이 내는 화음은 기가 막힐 정도로 관현악의 모든 소리를 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길거리 연주이다 보니 근처 바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과 종업원, 길을 지나던 사람들 모두 음악에 취해, 흥에 취해 연주를 감상하고 더러는 몸을 들썩이기도 한다. 여러 악기가 어우러져 하나의 화음을 만들어 내듯이 음악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놓는 큰 마력을 가지고 있음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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