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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09.17 2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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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217)
 168. 애니메이션의 시작

 한국 애니메이션의 개척자는 분명 신동헌 선생님이지만, 최초로 하신 것은 아니다.

 한국 최초의 애니메이션은 1956년 문달부 선생님의 럭키치약 광고이다. 치약회사에서 치약 튜브에서 치약이 저절로 나오는 장면을 영상으로 표현할 방법이 없어 문달부 선생에게 의뢰했고, 치약이 조금씩 나오는 것을 한 컷, 한 컷 애니메이션화한 것이 최초다. 그리고 폴 애니메이션으로 작품화한 것으로는 1958년께 엄도식 선생의 활명수 광고가 최초이다.

 그러다가 1958년 진로 소주 회사에서 신동헌 선생님에게 CF 광고 애니메이션을 청탁한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당시 CF를 제작하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이 TV에 홍보할 목적으로 알고 있지만, 그 당시 한국 일반 가정집에는 TV가 보급되지 않을 때이다. 있다 해야 흑백으로 서울에도 수신기가 몇대 되지 않았다. 그러니 컬러 홍보 영상은 극장용 으로 제작된 것이다.

 극장에서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20~30분 정도를 활용해 대한 뉴스, 리버트 뉴스 등과 홍보 영상을 상영했는데, 그때 대표적인 것이 활명수 광고나 신동헌 선생님의 진로 소주 광고다. 당시에 관중들에게는 큰 인기였다.

 나는 이 홍보 영상을 극장에서 직접 보았는데 정말 대단했다. 활명수를 시원하게 마시는 사람, 또 무역선 선상, 마드로스들이 어울려 흥겹게 춤을 추면서 소주를 마시는 장면, 놀라운 것은 마드로스들이 리듬에 맞춰 춤을 춘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에서 녹음 시 화면의 주인공들과 대사의 입 맞춤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애니메이션 기술이 발전한 지금도 어려운 과제인데, 애니메이션 제작 초기에 그런 작품이 있었다는 것은 신동헌 선생님의 탁월한 감각이 기여된 것이었다.

 진로 소주 광고는 내가 본 선상의 마드로스 작품만 아니라 승용차가 달리던 중 연료가 떨어져 정차되는데 진로 소주를 넣어 다시 달리게 하는 편도 있었고, 다른 작품까지 3편이 만들어 졌다.

 그러다가 대한극장을 소유한 대재벌 회사였던 세기상사에서 “선생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할 수 있습니까?”하고 물어 온다. 그것은 한국 애니메이션계 시작의 큰 계기가 됐고, 한국 사회의 치부를 들어내는 일이기도 했다.

 세기상사에서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발전에는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극장에서 방영되는 애니메이션 홍보 영상에 환호하는 관중을 보고 장편 작품이 나온다면 분명 대박을 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전화를 걸어 온 것이었고, 신동헌 선생님은 한국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게 되는 것에 긍지와 보람을 가지고 흔쾌히 승락한다.

 그 후 영화사 관계지와 신동헌 선생님은 작품에 대해 논의한 끝에 신동헌 선생님의 동생 신동우 선생님이 소년 조선 일보에 연재하던 홍길동을 애니메이션화 하기로 합의한다. 그리고 영화사와 신동헌 선생님은 정식 계약서를 작성하고 제작에 들어 간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한다. 한국에는 정해진 시일 안에 제작에 참여할 애니메이터들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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