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23:14 (수)
금기의 역학
금기의 역학
  • 조성돈
  • 승인 2014.09.11 22:0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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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돈 전 언론인
 금기(禁忌)란 마음에 꺼려서 행하지 않거나, 피하는 것을 말한다. 종교에서는 어떤 대상에 대한 접촉이나 언급이 금지되는 일을 가리키며, 의학의 경우 어떤 물질이나 행위가 건강에 해를 끼쳐 이를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의학적 금기로는 대표적으로 금연이 있다. ‘흡연은 건강에 해롭다. 그러므로 건강해지려면 금연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금기다.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지금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금연은 쉽게 그리고 아주 빠르게 높은 금기의 위치에 올랐다. 그러나 많은 나라에서 최고 장수자들은 주로 골초 그룹이다.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더 오래 생존한다는 사실이, 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수없이 연구 조사됐다. 소위 흡연자의 역설(smoker’s paradox)이 그것이다. 그리고 여성 폐암 환자들에게서 이상하게도 흡연자가 매우 적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떤 질병의 사망률에서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2배나 유리함이 최근에야 밝혀졌다. 2005∼2010년 사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전국 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 약 3만 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이들 중 42.3%는 입원 당시 흡연자였고, 57.7%는 비흡연자였다. 그런데 퇴원 후 1년간 그들을 추적 관찰해보니, 흡연자 중 5.4%만이 사망한데 비해, 비흡연자의 사망률은 9.9%에 달했다. 즉, 흡연자의 사망위험이 비흡연자보다 오히려 크게 낮은 것이다.

 사회가 발달함에 따라, 사회 내부에는 조직체계에 부합한 인간으로 만들기 위한 억압이 은밀히 생겨난다. 그 과정에서 어떤 가치를 거부하는 사람을 ‘사회 부적응자’로 적대시한다. 여기서 가치란 모종의 목적을 가진 누군가에 의해 제시된 것으로 진실과는 무관하다. 그리고 적대감의 근원에는 ‘사회 적응자’들의 묵시적인 동질감이 도사리고 있다.

 적응집단의 세력이 클 경우, 동질감을 잘 요리하면 금기 생산은 쉽게 성공한다. 그리고 금기 생산자는 이익을 얻게 된다. 금연의 경우, 현재로서는 과학적 근거가 크게 미약함에도 의사들은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납득시키는데 쉽게 성공했다. 그것은 마치 산부인과가 산파를 밀어냈던 만큼이나 큰 성공을 거뒀다. 산부인과에서 행해지고 있는 많은 처치들이 산파의 행위보다 산모 혹은 태아에게 더 위험하다는 일부 의사들의 주장은 과학적인 근거를 갖췄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대중을 설득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금기의 확산에 성공함으로써 의사들은 막대한 이득을 챙기게 된다. 미흡한 근거를 내세워 흡연의 해로움을 열심히 설득했고, 한 번 설득된 대중들은 금연이라는 금기로 인해 얻게 되는 의사들의 비대칭적 이득을 눈치채지 못한다.

 밝혀지지 않고 있는 암의 원인에 흡연이라는 또 다른 원인을 추가함으로써 의사들은 상당히 편해진다. 암에 걸린 이유로 흡연을 둘러대면, 불치의 책임까지 일부 희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환자가 비흡연자일 경우라도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간접흡연’이라는 다른 발명품을 들이대면 얼추 도망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간접흡연이라는 용어는 과학과는 거리가 멀다.

 금기는 생산자의 권위와 복종을 보장하는 효과까지 있다. 경도(월경)가 금기의 대상이 돼 여자를 부정한 이미지로 바라보고 금기로 이용된 적이 있었다. 실제로 별신굿 현장에서 여성과 죽음은 금기의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다. 이때 금기는 굿의 ‘안전과 보장의 원리’가 된다. 이 원리가 무속적 제의(祭儀) 전반으로 확대했듯, 흡연이라는 금기는, 의학이 굿(치료)을 무사히 치르기 위한 안전장치요, 굿의 결과인 효험을 다짐하는 보장의 제도로 썩 손색이 없다. 고양이ㆍ뱀ㆍ까마귀의 부정적 이미지처럼, 흡연은 금기로 삼기에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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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ㄴㅇㄹ 2014-09-14 13:39:00
물론 자료출처를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고 실험 경위도 제대로 설명해놓지 않아서 기사를 읽는 사람으로써는 이 근거가 타당하지 않은지 타당한지 판단하기 무척 어려운게 사실임. 그러나 어느정도 틀린말은 아닌것같음. 우리나라의 금연을 위한 대책은 해외와 비교했을때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그리고 금연이라는 키워드를 도리어 악용해먹는 사람들이 많은것도 사실임. 이걸 진심으로 해결하려는 사람이 없어서 안타까움.

ㅁㄴㅇㄹ 2014-09-14 13:38:35
물론 자료출처를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고 실험 경위도 제대로 설명해놓지 않아서 기사를 읽는 사람으로써는 이 근거가 타당하지 않은지 타당한지 판단하기 무척 어려운게 사실임. 그러나 어느정도 틀린말은 아닌것같음. 우리나라의 금연을 위한 대책은 해외와 비교했을때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그리고 금연이라는 키워드를 도리어 악용해먹는 사람들이 많은것도 사실임. 이걸 진심으로 해결하려는 사람이 없어서 안타까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