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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발따라… 백운산 어치계곡
길따라… 발따라… 백운산 어치계곡
  • 김봉조
  • 승인 2014.09.04 0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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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와 폭포 보듬고 있는 원시림 마치 밀림 방불
▲ 백운산 4대 계곡 중 가장 운치 있는 어치계곡을 오르는 트레커들은 발을 뗄 때마다 탄성을 지른다.
선녀탕서 ‘산소 음이온’으로 오장육부 청소 만끽
회두 1교 출발 땐 3시간30분ㆍ내회마을은 2시간

 한반도의 남단, 섬진강을 끼고 지리산과 남북으로 마주하며 영호남의 중앙에 우뚝 솟은 산이 있다. 섬진강 550리 물길을 마감하고, 호남정맥을 완성하며 더 넓은 호남벌을 힘차게 뻗어 내린 광양인의 진산 백운산이다. 백운산은 한라산 다음으로 다양한 식물이 서식하는 식물의 보고다. 섬진강과 가까운 바다에서 보내주는 습한 바람의 영향으로 물이 풍부한 산으로 가히 식물들의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부터 신령한 기운을 간직한 산으로 알려진 백운산은 10㎞에 달하는 4개의 능선이 만들어낸 4개의 깊은 계곡은 터지도록 물을 뿜어내고 있다.

 여기에 함께 할 트랙을 이해하려면 겉핥기 나마 백운산이 만든 4대 계곡 정도는 알고 접근하는 게 옳을 것 같다. 서쪽 도솔봉과 형제봉에서 발원한 성불계곡은 2㎞에 안에 숨겨놓은 수려한 경관과 수많은 불교문화를 자랑한다. 성불계곡에서 백운산 자연 휴양림이 있는 백계산을 넘으면 무려 10㎞에 달하는 동곡계곡이 수많은 문화 유적을 품고 사시사철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며 흐른다. 특히 도선국사 천년숲길과 연계된 백계산 옥룡사지는 봄철 동백꽃길로 그 유명세를 달리한다.

 여기서 백운산을 훌쩍 뛰어넘어 동쪽 섬진강을 에워 돌아, 다압면 금천 마을로 접어든다. 3㎞를 차량으로 진입해서, 계곡을 끼고 4㎞를 걸어 울창한 원시림 속을 오르면, 하늘 아래 골짜기 천내골이 수 갈래 폭포를 쏟아내고 있다. 천지를 뒤덮은 원시림의 비경은 마치 선경을 담은 듯 금천계곡을 숨기고 있다.

 마지막으로, 백운산 4대 계곡 중 가장 운치 있고 때 묻지 않은 곳을 꼽으라면 단연 어치계곡이다. 어치계곡은 열대 밀림을 방불케 하는 원시림에서 수많은 소와 폭포를 낳고, 그곳을 지키는 서로 닮지 않은 바위들 사이로 쉼 없이 솟구쳐 나오는 맑은 물 앞에서는 누구든 탄성을 참을 수 없다. 이곳은 상류로 한발 한발 오를수록 주변의 풍치에 압도돼 감히 함부로 범접하지 못하는 신비로움까지 느껴진다.

▲ 쉼 없이 솟구쳐 나오는 맑은 물로 따라 걷는 어치계곡 트레킹 코스.
 광양시 진상면 어치계곡을 찾으려면 남해고속도로 진월IC에서 내려, 옥곡면 58번 도로에서 진상면 방향 2번 국도를 타고, 진상면 삼거리에서 백운3로 탄치 삼거리에서 백학로를 따라 이동해서 좌측에 비평리 수어지를 지나 마지막까지 진행하면 백학동 마을이 나온다.

 단체 운행 시에는 억불봉과 백운산 계곡이 합수되는 어치리 회두1교에서 차량을 회차할 것을 권한다. 백학동 어귀에 돌출된 절개지와 마을 내 회차로가 좁아 차를 상하게 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어치계곡을 걷기 전에 백운산에서 발원하는 이 계곡의 흐름을 이해하면 좀 더 쉽게 알 수 있다. 백운산 정상에서 양 갈래로 능선을 펼쳐 남쪽으로는 억불봉을 거느리고, 영취산에서 시작한 호남정맥이 동쪽으로는 매봉을 거쳐 섬진강과 바다가 만나는 망덕만으로 기세를 낮춘다. 그 깊은 골에서 불당골을 낳고, 백학동 계곡을 거쳐 내려, 동편 매봉능선이 저장해 놓은 물과 텃논골에서 내려온 물이 상어치로 합수해서 어치계곡을 이루고 수어천을 따라 수어지에 모인다.

 약 500년 전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는 백학동의 마지막 내회마을, 백운산 밸리 펜션 앞이 트레킹의 시작점이다. 아쉽게도 간이 차단장치만 길을 가로막고 있을 뿐 아무런 이정표도 없다. 백운산 방향이 북쪽이니 좌측에 계곡을 끼고 트레킹을 시작한다. 일단 진행 방향이 확인되면 진경산장 옆으로 난 소로를 따라 계곡으로 내려선다. 초입부터 별천지에 온 감흥에 젖는다. 바로 백학동 계곡의 명물이자, 이번 트레킹의 백미인 ‘구시폭포’가 15m의 장엄함 속에 천마의 전설을 품고 깊고 푸른 물길을 흡입하듯 깊숙한 소위에 물줄기를 쏟아 붙고 있다. 구시소는 모양이 소나 돼지의 먹이통인 ‘구유’를 길게 깎아 놓은 것 같은 모형에서 붙여졌다 한다. 안전 난간을 잡고 3분여 계곡을 끼고 이동하면 구시폭포를 상단 정면에서 볼 수 있는 포토존이 잠시 발을 멈추게 한다.

 폭포에서 나오면 고즈넉한 임도를 따라 걷기 시작한다. 문득문득, 이상한 기운과 코끝을 스치는 약초 냄새가 정신을 맑게 한다. 주위에 자생하는 약용식물들이 내뿜는 향기가 온 산을 뒤덮고 있다. 특히 이곳 주변이 혈액 정화와 각종 성인병 예방에 다양한 효능이 있는 ‘산소 음이온 발생’이 월등하다는 이야기는 들었다면, 그 속을 걷는 사람은 자연치유에 대한 기대 심리가 작용하리라 본다.

 10분여, 임도가 끝나는 지점 좌측 용소는 금방이라도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이어 펼쳐지는 밋밋하고 넓은 마당바위에는 ‘오로대’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풀이하자면 여름 한낮에도 이슬이 맺힌다는 뜻이다. 어치계곡 상단 오로대를 지나면 불당골이라 불리는 때 묻지 않고, 인적 드문 골짜기를 만난다. 이 지점에서 어느 트랙으로 진행할 것인지 정해져야 한다. 불당골 우측을 끼고 오르면 씨목재에서 매봉 삼거리 방향으로 이어지고, 좌측을 오르면 백운산 남쪽 헬기장과 이어진다. 즉, 씨목재에서 계곡이 합수되고, 갈라지는 것이다.

 체력이 허락되고 경험이 많은 분들은 정상까지 가도 좋겠으나, 자연과 호흡하며 가벼운 트레킹을 즐기실 분들은 계곡 우측으로 올라 씨목재에서 합수곡을 건너, 불당골 좌측으로 내려오는 길을 권한다. 키 작은 산죽과 너덜이 번갈아 나타났다, 사라짐을 반복하는 원시의 이 길은 아기자기하면서도 다소 거칠게도 느껴진다. 약간은 좁은 느낌이 드는 산길에 다래넝쿨이 치렁치렁 수직으로 매달려 있고, 바닥에 깔려있는 수많은 고로쇠 파이프가 백운산 고로쇠의 명성을 대변해준다. 회귀점인 씨목재가 가까워지면 거대한 일본목련 군락이 신비함과 의아함에 사로잡히게 한다.

 오로대에서 쉬엄쉬엄 40분, 내회 1㎞, 정상 2.9㎞ 이정목을 만나면 회귀점이 가까워졌음을 생각해야 한다. 회귀점인 씨목재는 아무런 표식이 없기에 좌측 본류와 올랐던 우측 지류가 갈라지는 곳에서 건너는 지점을 잘 판단해야 한다. 앞으로 이곳을 찾는 많은 트레커들을 위해서 광양시에서 서둘러 친환경적 안전시설을 설치해 줬으면 한다. 합수곡을 만나면 주의해서 계곡을 건너길 말한다. 물이끼 낀 미끄러운 계류를 건너면 반대편 길로 되돌아 내려온다. 내려오는 길도 이끼와 다래넝쿨로 마치 다른 나라의 온대 수림속을 걷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천천히 발아래를 딛고 내려오면, 다시 오로대를 만나고 넓은 마당바위를 가로질러 건너면 임도에 닿는다.

 여름철 트레킹에서 시원한 계곡이 없다면 다들 손사래를 칠 것이다. 특히 트레킹을 끝내고 흘린 땀을 씻어줄 계곡은 선택을 넘어 필수 사양이라 본다. 그럼 어치계곡 트레킹 후 최고의 ‘알탕’ 포인트는 어딜까? 트레킹 시작점으로 거슬러 가보면 된다. 임도를 내려와서 구시폭포에서 나왔던 길을 찾아들어 폭포 상단으로 내려서면 널찍한 바위가 커다란 소를 가로막고 있는 선녀탕이 있다. 깊지 않은 수심에 물놀이하기에 안성맞춤인 소위에 깊은 홈통 같은 폭포가 수심을 감추고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 몸을 씻어본 분들은 아마 그 기분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오장육부를 열어 산소 음이온으로 청소하고 맑은 물에 몸을 씻었다면 비워진 허기를 채울 곳을 찾아보자. 어치계곡 일대는 펜션과 민박이 대다수다. 가까운 곳에 맛집을 추천하자면 내회마을에서 차량으로 5분여 내려오시면 억불봉이 지척에 보이는 회두 1교 옆, ‘시골산장’이 좋을 듯하다. 염소ㆍ닭ㆍ오리를 주메뉴로 하는 이곳에 권하고 싶은 음식은 단연 닭 불고기다. 부위별로 나눠서 양념에 재운 닭을 숯불에 구워 먹는 맛이 부드럽고 매콤한 게 일품이다.

 대형 버스로 접근해 회두 1교에서 트레킹을 시작하시면 5.5㎞에 운행시간 3시간 30분, 내회마을 구시폭포 들머리에서 트랙을 만드시면 2.5㎞, 2시간이면 무난하다. 한 번 이곳을 다녀간 분들은 그 짧음이 너무 긴 여운으로 남는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번 답사길에 함께했던 한 분은 저에게 “이곳 어치계곡을 기사에 내지 말아 달라고”까지 했다. 왜냐고 물으니, 이런 천혜의 속살이 알려지면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찾을 것이고, 훼손되고, 오염되는 게 걱정된다는 뜻이었다. 공감하고, 많이 고민했다. 해답은 이 지면을 보시고 어치계곡을 찾는 분들이 풀어 주시면 좋겠다.

 글 : 김봉조 낯선트레킹 대장
  최찬락 Mnet트레킹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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