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3 16:55 (일)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08.28 2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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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206)
 소년의 이름은 영호인데 수창의원 영호하고 이름은 똑같았다.

 그날 영호를 처음 본 나는 다시 동네에서 볼 수 있었고, 나는 영호를 반갑게 대하고 우리 골목대장 팀 멤버로 삼았다.

 객지소년 영호가 서울말을 쓰는 것에 우리는 흉내를 내고 놀렸다. 그러나 영호는 우리가 놀리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웃으면서 받아줬다.

 서울말은 말의 뒤끝 “이다”에서 말끝을 돌리면서 위로 올리고 하는데, 지금은 서울에서도 서울말을 쓰는 사람이 없고 이제 서울말은 흔적이 없어져 버렸다.

 서울말을 굳이 듣고 싶다면 60년대 제작된 영화를 보면 들을 수가 있다. 그때는 영화 더빙을 할 때 서울말씨를 사용했다.

 서울말을 쓰던 영호는 우리와 어울려 다니는 동안 서울 말씨가 점점 회색되더니 몇 달 후에는 경상도 우리 동네 말씨로 바꿔 쓰고는 했다.

 그렇게 영호는 우리 팀이 돼 동네로 노산으로 또 각산으로 어울려 다녔다.

 한 번은 우리 팀이 노산으로 몰려가서 비탈길을 걷다가 갑자기 바람이 부는 바람에 내가 쓰고 다니던 모자가 날려 비탈길 아래로 떨어져 비탈 중간 적은 나뭇가지에 걸리고 말았다.

 모두들 이 모자를 바라봤지만 비탈이 위험해서 아무도 모자를 찾으러 내려가지 못하고 있었다.

 비탈 아래는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라 잘못해 떨어지면 아래 바위에 부딪쳐 큰 상처를 입을 것은 뻔하기 때문이다.

 이때 객지 소년 영호가 “형 내가 찾아올게”하면서 위험한 비탈로 한 손에는 잔 나뭇가지를 붙잡고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었다. 나는 위험스러워 “조심해 영호야”라고 했더니, 영호는 “형 걱정 마”하면서 한 발짝 더 내려가서 손을 쑥 내밀어 모자를 잡고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또 한 번은 어디서 생겼는지 권총 라이터를 가지고 와서 “형 이거 가져”하면서 나에게 주는 것이었다.

 라이터가 권총 모양이라 그런지 참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나는 이 라이터를 가지고 학교에 가서 다른 학생들을 놀라게 했다.

 영호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도 뭐든지 주고는 했다.

 영호는 정에 굶주린 탓인지 다른 아이들이 조금만 친절하게 대해도 너무나 좋아했다.

 영호 아버지는 미싱 틀에 앉아서 일을 할 적에 보면 너무 힘들어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무슨 약인지 자주 먹는 것을 보면 영호 아버지는 고치지 못하는 지병이 있는 것 같았다.

 영호는 그렇게 우리들과 정 붙이고 2년 정도 휩쓸려 다니다가 다시 아버지를 따라 부산으로 이사를 가 버린다.

 그리고 일 년 정도 지난 시기이다.

 나는 고등학교를 다니다 말고 만화가가 되기 위해 극장 미술부에 들어가 미술 수업을 받고 있을 때이다.

 그런 어느 날 영호가 초라한 모습으로 극장으로 나를 찾아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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