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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가면 9월에 산지 블루베리 있다
남해 가면 9월에 산지 블루베리 있다
  • 박성렬 기자
  • 승인 2014.08.25 2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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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청정블루베리 농장 정창민 대표 ‘래빗아이’ 품종 재배
▲ 최장 9월 말까지 산지 수확이 가능한 래빗아이 블루베리 품종을 들어보이며 설명하고 있는 남해청정블루베리농장 정창민 대표.
9월 말까지 수확 가능… “‘냉동’ 오해받을 땐 속상해요”

 창선-삼천포 연륙교를 지나 국도 3호선을 따라 남해로 차를 몰고 들어오던 한 사람이 옆에 앉은 친구에게 “남해 특산물이 망고하고 체리냐?”고 물었다. 이 사람은 남해 하면 겨울에도 따뜻한 곳이라는 아열대성 과일인 ‘망고와 체리가 남해에서도 자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옆에 앉은 남해 출신인 친구는 이내 떠오른 물음표 하나. 남해 하면 떠오르는 과일은 뭐가 있을까? 유자와 참다래….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한참을 생각한 끝에 최근 웰빙과 힐링 트렌드를 타고 주목을 받았던 블루베리가 뇌리를 쳤다. 블루베리가 남해를 대표하는 과일로 서서히 이름을 내밀고 있다.

 앵강만을 끼고 앉은 남해군 이동면 신전리 금평마을 입구를 지나다 딱 한눈에 들어온 남해청정블루베리 농장. 정창민 씨가 운영하고 있다.

 이미 일반인들에게도 블루베리는 타임지(誌)가 선정한 세계 10대 장수식품에 선정된 대표적인 웰빙푸드. 학계에서는 블루베리 껍질에 다량으로 포함된 안토시아닌과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항산화ㆍ항노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데다 시력 개선, 집중력 향상, 망막외 변성과 백내장 방지, 혈액순환 개선, 치매 예방과 대장암을 예방하는 등 블루베리가 가진 각종 영양소의 효능을 일컬어 웰빙 푸드를 넘어서는 ‘슈퍼푸드’라고도 칭한다.

 블루베리에 대한 얄팍한 지식만 가진 기자는 남해청정블루베리농장 정창민 대표를 만나 ‘곧 9월이니 한창인 제철은 지났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남해를 대표할 만한 과일 하나로 블루베리를 소개하는 정도의 기사 정보를 얻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랬던 기자의 손을 이끌고 막무가내로 블루베리가 심어진 농장 한 켠으로 끌고 가는 정 대표. 이끌려가다시피 간 곳, 눈앞에 아직 채 익지도 않아 바알간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블루베리 나무가 즐비했다. ‘8월도 거의 다 갔는데 아직 뭔 열매가 이렇게 많지? 일손이 없어서 수확을 못했나? 농촌 일손 부족으로 기사방향을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틀이 안 맞는데….’ 하는 등등 머릿속이 순간 복잡했다.

▲ 9월 말까지 수확이 가능한 남해의 래빗아이 블루베리.
 이어지는 정창민 대표의 말이다. “8월 중순에 접어들자마자 진주원예시장에 블루베리를 팔러 갔더니 거기 도매상이나 중매인들마저 ‘이게 냉동블루베리냐?’고 묻더라. 참 아쉬운 마음에 한숨이 나오더라.” 무슨 말인가 했더니 방금 손에 들고 보여준 블루베리가 래빗아이 블루베리로 이 군(群)에 속하는 품종의 대다수는 9월 초부터 9월 말까지 수확이 가능한 종이란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블루베리의 대다수가 북부 하이부시 블루베리 종인 탓에 소비자들도 블루베리 제철이 6월에서 8월 말까지로 알고 있지만 남해를 포함한 경남ㆍ전남 지역에서는 9월 말까지 수확이 가능한 래빗아이 블루베리 재배가 가능하다는 것.

 보랏빛 구슬 모양의 블루베리 한 알 한 알이 농부의 땀 한 방울 한 방울과 맞먹는 노력이 기울어져야 생산되는 블루베리의 특성상 산지에서 막 따낸 래빗아이 블루베리가 제철 지난 ‘냉동블루베리’로 오해 받는 것이 못내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이라는 정 대표의 말이다.

 정 대표와 함께 좀 더 자세한 래빗아이 블루베리의 설명을 듣고자 찾은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김홍림 박사는 “남해에 가면 9월에도 금방 따서 먹을 수 있는 블루베리가 있다는 것만 잘 써서 알려주세요”라고 첫 말문을 열었다. 이미 블루베리 전문가들이나 재배농가에서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데 아직 소비자나 시장에서는 모르고 있다는 게 조금은 의아스럽다는 반응도 함께였다.

 김 박사는 “국내 블루베리 재배현황을 보면 담양과 순창 등이 있는 전남이 292㏊로 재배면적에서는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고 경남은 전국 재배시도 중 5위권 규모지만 점차 재배면적이 늘고 있다”고 설명한 뒤 “대체적으로 블루베리 재배 농가 중 1세대에 속하는 농가에서 하이부시 블루베리 종을 식재해 수확ㆍ출하하다 보니 일반 소비자들이 제철을 6~8월로 인식하는 것이 보통이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그러나 전남과 경남에서는 특히 기후 여건 등이 블루베리 재배조건에 적합한 남해의 경우 북부 하이부시종에 취약한 냉해를 피해 남부 하이부시와 래빗아이 블루재배가 가능해 최장 9월까지 산지 수확이 가능한 장점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또 김홍림 박사는 국내 블루베리 재배종 중 다수를 차지하는 북부하이부시 블루베리와 비교할 때 래빗아이 블루베리가 맛이나 기능성 면에서도 훨씬 나은 결과를 보이고 있어 재배농가의 출하시기 연장과 이를 통한 소득 증대에도 래빗아이 블루베리종이 강점을 띤다고도 부연했다. 그러니 적어도 남해에 재배된 래빗아이 블루베리라면 “냉동이라는 의심하지 말고 마음껏 사 먹어도 된다”는 것.

 정 대표는 “마늘이건 시금치건 농사 짓는 분들 땀이야 비교가 되겠냐만 블루베리 농사지어보니 참 발품도 그리고 인내도 필요한 농사더라. 아직까지 블루베리하면 조금 비싼 고급 과일이라는 인식이 큰 탓인지 선뜻 손이 가지 않지만 블루베리 좋은 건 이미 전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사실이잖아요. 이왕 시작한 블루베리 농사, 제대로 지어서 소비자들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과일이 됐으면 하는 바람과 좀 더 보태서 ‘남해군’하면 ‘블루베리’라는 생각이 들도록 잘 지어 보렵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정 대표는 “농사는 농사꾼 몫이지만 ‘남해 하면 블루베리’가 될 수 있도록 행정기관이나 농협에서도 ‘남해에 가면 9월에도 바로 따서 먹을 수 있는 블루베리가 있다’는 걸 많이 홍보도 해 주고,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다가설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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