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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역으로 이용하는 용기
두려움을 역으로 이용하는 용기
  • 정창훈
  • 승인 2014.08.21 2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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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김해대학교 사회복지상담과 교수
 사람은 누구나 두려움을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두려움은 극복의 대상이지 피해가야 할 대상은 결코 아닐 것이다. 그것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의 용기일 것이다. 2014년 여름, 영화 ‘명량’이 사랑받고 있다. 왜 온 국민은 그 사나운 명량의 물결을 이토록 사랑할까.

 명량을 보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바로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는 리더십의 결정체에 대한 답이었다. 장수와 백성들에게 독버섯처럼 번진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왜적과 맞붙어 승리를 엿볼 수 있으니 말이다. “어떻게 하면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이순신 장군은 “먼저 죽어야겠지. 내가”라고 자신의 생명에 대한 ‘다스림’을 전략의 기본으로 설정한다.

 주요 대사 중의 하나인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다면 이길 수 있다’는 말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두려움이지만, 오히려 그것을 역으로 이용한다면 그 용기는 어떠한 일도 이뤄낼 수 있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 두려움이란 ‘흩어져 사라지는 에너지’이고, 용기는 ‘새롭게 질서를 창조하는 에너지’다.

 이순신은 한 번의 실패를 겪은 후 32세가 돼서야 무관에 입성했고 조부는 사화에 연루돼 죽었으며 그로 인해 이순신도 10여 년을 변방에 나가 있었다. 세상은 그를 업신여겼고 그의 진면목을 알아주지도 않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 칼날이 무뎌질 대로 돼있어야 마땅하지만, 그는 그렇지 않았다. 그의 칼날은 녹슬지 않았고 그의 두 눈은 언제나 바다 건너에 가 있었다. 10여 년의 시간이 지난 그에게 조선의 바다를 지킬 기회가 왔을 때 그는 드높이 비상했다. 이순신은 억울하게 좌천을 당하기도 하고, 임진왜란 중 파직과 고문, 백의종군을 겪었지만 자기 신세를 비판하지 않았고, 누구를 비난하지도 않았다. 그 파탄과 고통의 에너지를 새로운 창조의 에너지로 역전시킬 수 있는 지혜를 가진 민족의 영웅이었다.

 수많은 정적과 긴장관계 속에서도 그의 눈은 항상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바다도, 왜도 아닌, 바로 이순신 자기 자신이었다. 그의 칼날은 언제나 스스로를 향했고, 이 같은 자세는 국내외의 수많은 적들로 둘러싸인 상황 속에서도 오직 조선의 바다를 지키겠다는 신념이 피어나게 하는 힘이 됐다.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개인적인 일이든 국가적인 과제든 문제를 만드는 것도 해결하는 주체도 결국 사람이다, 가족이다, 학교다, 우리 사회다, 그리고 국가다. 이 시대가 혼란의 시대가 되느냐 정의로운 시대가 되느냐는 우리들의 마음과 손에 달렸다. 영화 명량은 우리에게 2014년 인성부재로 일어난 각종 재난은 올바른 인격을 갖춘 사람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무사안일에 빠진 임금과 조정 신료의 오판으로 대비하지 못한 임진왜란을 이순신 장군이 막아냈듯이 말이다.

 역사는 어제와 오늘을 대화로 이어주는 소통의 장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는 말처럼 역사를 잘 이해할 수 있는 권리를 우리에게 준 명량은 이 시대 꼭 봐야 할 ‘머스트 씨(must see)’로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는 거울이 될 것이다.

 두려움을 이기는 법은 결국 우리 스스로 진실된 매화의 용기를 갖는 것이다. 매화가 용기를 상징하는 것은 눈 속에서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비록 눈이 오고, 날씨가 매섭지만 이를 개의치 아니한다. 그 매화의 마음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 고뇌하고 과감하게 행동하는 경험에서 시작된다.

 때로는 힘든 현실에 고뇌하고 아파하기보다는 그것을 멋지게 극복하고 넘어서는 자신을 위해서 두 주먹 불끈 쥐고 오늘 하루도 파괴와 공격과 증오라는 ‘두려움’의 에너지를 사랑과 창조라는 ‘용기’의 에너지로 전환해 더욱 풍요롭고 아름다운 삶을 펼쳐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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