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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탐험가 도용복 ‘땅끝을 가다’ - 파나마
오지탐험가 도용복 ‘땅끝을 가다’ - 파나마
  • 도용복
  • 승인 2014.08.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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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지진 없는 유일한 나라
▲ 파나마운하의 파나막스급 선박이 이동하는 모습.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이 세계 교역량의 5%에 달한다.
운하 통과 선박 연 1만5천 척… 세계 교역량 5%

 파나마는 중남미에서 유일하게 지진이 없고 허리케인의 피해도 적은 편이다. 때문에 시내에 들어서면 고층 건물들이 즐비하다. 파나마 하면 운하로 명성이 자자하지만 다른 중미 국가들처럼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유산 또한 많다.

 파나마에도 자연과 벗 삼아 자연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디오들이 있다. 고온다습한 열대기후이기 때문에 주로 원두막처럼 생긴 집에서 생활을 하는데 강에서 고기도 잡아먹고, 닭도 키우면서 살아가는 전형적인 아메리카 인디오들이다.

 파나마에서 귀인을 만났는데 바로 대규모 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한국인 문정웅 사장이다. 4만 5천 평 규모의 농장에만 100여 명의 일꾼을 거느린 문 사장도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온갖 자연재해와 질병 때문에 가축 한 마리 키우기조차 변변찮아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 실패를 발판삼아 현지 기후에 맞는 품종을 개발하고 연구하고 노력해서 지금은 파나마에서 성공한 농업인으로 자리를 잡았다.

 문 사장은 “버는 돈을 모두 땅에다가 갖다 부어서 가지고 있는 돈은 하나도 없다”고 넋두리하며 너털웃음을 터트린다. 수확한 옥수수 250t을 시에 기부, 어렵게 사는 이웃들에게 나눠주게 해 시장으로부터 감사패와 감사편지를 받는 등 선생도 마다않는 문 사장. 파나마 낯선 땅에서 성공한 한국인으로 자리 잡은 것이 바로 이런 넉넉한 마음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니 필자 또한 동포로서 마음이 뿌듯하다.

▲ 파나마의 전형적인 인디오 마을. 전형적인 아메리카 인디오들이다.
 남한 면적의 4분의 3밖에 안 되는 인구 300만의 조그만 나라 파나마가 세계 교역의 중심이 된 것은 바로 파나마 운하 때문이다.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이 연간 1만 5천 척 정도로 전 세계 교역량의 5%를 차지하고 있다. 통행료 수익만 연간 12억 달러로 파나마 국가 예산의 5분의 1을 벌어들인다.

 파나마는 중미에서 남미로 가는 대륙 간의 통로다. 세계의 십자가로 불릴 만큼 교역의 요충지인 파나마는 역사적으로 굴곡이 많았다. 스페인 식민지 이후에도 파나마 운하 때문에 강대국의 접전이 치열했다. 1999년 12월 31일 미국으로부터 파나마 운항권을 이양받을 때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지금은 대서양에서 파나마 운하가 시작되는 콜론을 자유무역지대로 지정해 세계적인 도시로 도약이 한창이다. 이 운하 때문에 파나마는 중앙아메리카 다른 나라들에 비해 1인당 국민소득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파나마 운하는 배가 지나가는 수로가 계단식으로 만들어져 있어 배의 동력 없이 물의 흐름만으로 배가 운하를 지나가게 설계돼 있다. 수로의 폭이 33.5m. 이곳을 통과할 수 있는 파나막스급 선박의 폭(선폭)이 32.3m로 수로와는 1m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갑실이 여러 개로 나눠져 있고, 각 갑실마다 특별한 밸브가 설치돼 있어 불과 8분 만에 수 만t의 물을 채우고 뺄 수 있다. 진입하려는 갑실에 물을 채워 수위가 같아지면 수문을 열고, 수위가 같아졌을 때 양쪽에서 4개에서 8개의 괘도 차가 큰 배를 끌고 간다. 그 큰 배를 이동하는데 오차가 1m 정도밖에 없어 마치 아슬아슬한 곡예를 보는 것 같아 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조마조마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배가 대서양에서 태평양을 건너는 데는 불과 4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나 보통 배 한 척에 평균 6천5백만 원 정도 통행료가 들지만 통행료가 비싸도 먼 길을 돌아가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어서 미국과 아시아를 오가는 선박들은 파나마운하를 많이 이용한다.

▲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파나마 아이들의 모습. 시설은 빈약하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밝다.
 세계적인 명소가 된 파나마 운하지만 공사과정에서 수많은 흑인들의 희생이 있었다. 원래 파나마운하 공사는 1529년 에스파냐에서 구상했지만, 실제로 공사가 착공된 것은 1880년 이후이다. 먼저 수에즈 운하를 완성시켰던 프랑스는 파나마 운하를 7년 만에 완공하겠다고 호언장담했으나 말라리아와 황열병으로 2만여 명이 죽고 2억 6천만 달러를 소모하고는 9년 만에 미국으로 운하굴착권을 팔아넘기게 된다. 말라리아의 원인인 모기를 잡기 위한 방대한 방역작업과 풍토병에 강한 미국의 흑인 노예들의 희생으로 1914년 마침내 운하가 완공, 8만 1천237t의 퀸엘리자베스호가 사상 최초로 이 운하를 통과했다.

 갑문으로 수위를 조절하는 기술과 큰 선박이 좁은 수로를 통과하는 것을 보면 100여 년 전의 기술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그래서 파나마 운하는 20세기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힌다.

 파나마 정부에서는 앞으로 물동량을 늘이기 위해 수로의 길이를 40%, 폭을 64%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며 2014년 완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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