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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08.19 2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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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199)
 153. 평양 습격 사건

 투철한 애국정신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장철은 왜 그렇게 위험한 일에 지원해 활동했을까?

 1960년대 후반. 장철은 HID에 근무하면서 나에게 “이건 군의 일급 비밀이다”라며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때 북파 대원이 1차, 2차, 3차 임무를 다녀온 후 신분이나 행동, 그리고 국가가 대하는 대우도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만큼 임무를 많이 수행할수록 국가의 관리가 철저했다.

 그리고 장철은 엄청난 비밀을 이야기해줬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과연 진실이었는지 의문이 가지만, HID 요원이었던 장철이 나에게 없는 말을 했을 리도 없다. 바로 그 사건은 평양 습격 사건이다.

 김신조 사건이 있었던 후 얼마 되지 않아 HID 파주 부대에서 40~50명 정도의 대원을 북한으로 급파했다.

 그때 HID는 춘천 인근에도 있었지만 그쪽에서는 파주 부대의 북파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어떤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밀파된 것인지는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다만 그들은 북한으로 급파돼 산을 타고 평양 근교까지 나갔지만 인민군과 대단한 교전을 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은 더 전진하지 못하고 대원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됐고, 그들 가운데 5명이 함께 모여 휴전선을 넘어 귀대를 감행하게 되었다. 이들은 적을 만나면 교전으로 뚫고 나갔고 점점 휴전선 쪽으로 가까워졌다.

 그러던 중 지뢰를 밟아 2명이 현장에서 즉사하고 한 명은 심한 부상으로 거동을 못 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 명은 팔이 잘려 겨우 매달려 있을 정도였다.

 살아있는 세 대원들 중 무사한 사람이 거동을 못하는 대원을 업었고, 팔을 다친 대원은 자기 팔을 움켜지고 전진했다. 그러나 얼마 못 가 업혀있던 대원은 기력을 잃고 죽고 만다. 남은 두 대원은 강을 건너고 산을 넘어 귀대하게 된다. 파견된 많은 대원 중 두 사람만 귀환한 것이다.

 과연 진실일까? 그로부터 45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은 그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확인되는 것이 없다. 그저 당시 근무했던 HID 대원들의 입에서 흘러나온 전설일 뿐이고 미스터리한 사건이다.

 장철은 제대한 후 잠시 경찰에 근무하다가 어머니의 나라 일본으로 돌아갔다. 어릴 적에 아버지가 귀국선 침몰 사고로 타계하시자, 한국 할아버지 집에 살던 일본인 어머니는 조국으로 돌아가 버리고 장철은 할아버지에게서 서러움을 받으며 자랐다.

 그러나 젊은 시절에 미망인이 된 어머니는 장철이 일본으로 들어갈 때까지 수절하고 있었을 리가 없다. 다시 가정을 꾸민 어머니에게 장철은 어떤 존재였을까? 어머니에게 장자 대접을 받았을 리는 없을 것이다.

 기구한 운명으로 살던 장철이 형, 어릴 적부터 늘 우리와 가까이 지냈던 장철이 형, 아마 지금은 좋은 가정 이루고 자식들도 귀하게 키웠으리라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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