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농촌 병원 응급실 확장 ‘아름다운 인술’
적자 농촌 병원 응급실 확장 ‘아름다운 인술’
  • 박성렬 기자
  • 승인 2014.08.1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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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병원, 증축 10억 투자계획 눈길
도농 의료분야 양극화 심각 대책을
▲ 지방환자들의 도시 등 대형병원 쏠림 현상으로 농어촌지역 병의원의 만성적 적자 운영이 지속되고 있어 지방 의료분야의 도농 양극화에 따른 사회적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사진은 군내 병원 중 유일하게 응급실을 갖추고 있는 남해병원의 전경.
“응급의료 사각지대 오명 쓰지 않으려면 자치단체 지원 절실”

  남해군에 응급실을 갖춘 병원은 남해병원뿐이다. 군민들은 ‘남해군에는 남해병원이 있습니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남해병원이 응급병동 증축계획을 세우고 현재 실시설계 중에 있어 주민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남해병원은 올해 안에 착공해 양질의 응급 의료서비스를 남해 군민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농촌지역 병원에서 응급실을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남해군은 다른 군 지역보다는 응급의료체계가 어느 정도 갖춰있다. 응급실 증축을 앞두고 남해군의 응급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 행정 지원이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법이 정한 의료취약지구 남해에서 의료사각지대 여부와 군민에 대한 의료서비스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는 두 가지다. 첫째로 ‘종합병원이나 이에 준하는 의료시설이 있는가?’ 둘째로 ‘응급실을 군내에 두고 있는가?’하는 것이다. 남해군은 공익법인인 남해병원이 있어 체면치레를 하고 있다.

 남해병원 관계자는 “취약지구 의료의 공공성을 감안해 적자운영에도 불구하고 응급실을 응급병동 수준으로 개선하기 위해 투자를 결심했다”며 “결과는 두고 봐야겠지만 그만큼 행정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올해 7월 말 기준으로 남해군 인구는 4만 6천986명이다. 이 중 40.66%인 1만 9천108명은 60세 이상이고, UN이 정한 고령화의 기준이 되는 65세 이상 인구는 1만 5천549명이다. 고령인구 증가에 따른 질병의 발병률이 높아지는 것에 대비한 지역의료 기반의 구축이 절실히 요구된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도농지역의 의료분야 양극화에 지역사회 전반의 관심과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 장명세 남해병원장이 남해사랑 정신으로 의료 사각지대 남해에서 20여 년째 의술을 펼치고 있다.
 장명세 남해병원장은 선친(고 장진성)의 유언에 따라 서울에서 남해로 와 부인 임금아(마취과 전문의) 씨와 함께 남해사랑 정신으로 의료 사각지대 남해에서 20여 년째 의료 봉사를 하고 있다.

 ◇ 농어촌지역 의료기관 경영 침체 지속

 교육ㆍ문화ㆍ일자리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도농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도시와 농촌의 삶의 질 양극화가 더 뚜렷해지고 있다. 더 심각한 도농 간 격차는 의료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삶의 여건이 불균형을 이루는 것도 문제지만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의 격차는 더욱더 심각한 문제를 낳게 된다.

 지방의 환자들이 대거 서울로 몰리는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지금은 농촌지역 환자들이 대거 도시로 몰리고 있다. 민간의료기관, 공공의료원 등의 병원이 도시에 분포해 있어 환자들의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이에 따라 도시의 일반 병ㆍ의원들은 고수익을 창출하는 미용이나 성형외과 개업으로 의료사업을 확장해 환자들을 더 끌어모으고 있다. 도시병원은 환자들로 북적이며 사업을 확장하는 반면 농촌병원은 점점 환자 수가 줄고 있다. 아예 병원급 의료시설이 없는 군지역도 여러 곳이다.

 ◇ 응급실 없는 의료 사각지대

 시골 사람들의 건강권이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움직임도 있다. 전라북도 진안군은 2008년까지 병원급 의료시설 한 곳이 없어 군립 의료원을 건립 중이다. 경북 울진군은 2003년부터 의료원을 운영 중에 있으며, 강원도의 정선군은 올해 안으로 의료원을 착공할 계획이다. 한 지방언론이 “진안에서 의료원은 저렴하게 이용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치료받고 살기 위한 마지막 자구책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올 초 시골 지역 의료실태를 꼬집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응급의료시설(응급실)이 제대로 안 갖춰져 있는 데 있다. 응급실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촌각을 다투는 곳이다.

  뇌졸중(중풍)이나 심근경색 등을 앓은 응급환자들이 생활권역에 응급실이 없어 인근 지역의 응급실로 이송 중 사망하거나 회복불능의 상태에 빠지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응급환자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 내에 환자를 응급실로 이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군지역에 응급실을 갖춘 병원이 없어 응급의료체계 공백이 된 지역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충청북도 음성군 음성읍에는 지난해 4월께 응급실을 운영하던 병원이 부도난 뒤 1년 남짓 응급실이 없어 지역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인구 9만 명인 양산 웅상지역에 올해 초 종합병원이 부도난 뒤 응급실이 없어 응급의료 공백 사태가 벌어졌다. 5월 중순께 양산시와 의원 1곳이 협약을 체결해 응급실을 운영했으나 운영난으로 6월 중순부터 24시간 운영하는 응급실이 없다.

 경북 군위군과 의성군도 응급실을 운영하던 병원이 파산해 1년 넘게 응급실이 없는 상태다. 전남 구례군의 경우도 응급실을 운영하던 병원이 응급실 폐쇄와 운영을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충남 아산시는 응급실을 운영하던 병원이 작년 5월 파산해 응급실이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하동군에서는 2000년대 초반 응급실을 폐쇄된 후 다시 운영되기도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윤인순 의원은 “2014년 복지부 예산안에 취약지역 응급의료기관 육성예산이 2013년 239억 800만 원보다 적은 236억 6천800만 원이 편성됐다”며 “이는 복지부가 기획재정부에 요구한 268억 6천800만 원 중 32억 원(11.9%)이 감액된 것”이라고 밝혔다.

 남윤 의원은 “이들 지역은 환자 수가 적어 진료수익만으로 24시간 운영이 어렵고 지원금이 급격히 감소할 경우 응급의료기관 운영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상황이 열악해 법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지원금을 받지 못해 운영상황이 더 나빠지는 ‘빈곤의 악순환’이 우려돼 결국 해당지역 주민의 응급의료서비스는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의하면 전국 35개 군 지역에서 응급의료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는 뜻이다. 의료취약지 지정 및 지원과 관련해 보건복지부가 2013년에 실시한 ‘공공의료 취약지 도출 연구’ 결과, 총 21개 시ㆍ군 지역이 응급의료 취약지인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는 남윤인순 의원에게 제출한 ‘응급의료 취약지 현황’에서 응급의료 취약지로 △인천 옹진군 △경기 가평군 △강원 인제군, 고성군 △충남 금산군, 서천군, 태안군 △전북 진안군 △전남 장흥군, 완도군, 신안군 △경북 영덕군, 청송군, 울진군 △경남 하동군 △강원 홍천군, 횡성군, 평창군, 정선군, 화천군 △제주 서귀포시 등 21개 지역을 밝혔다.

 ◇ 응급실 운영 의료기관 경영난 가속

 응급실을 운영하는 대다수 병원들은 응급실 운영에 따라 심각한 적자를 겪고 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18조 및 별표 8에 의하면 응급실에 내ㆍ외과계열 전문의 각 1명과 간호사 5명 이상이 24시간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교대근무를 감안하면 훨씬 많은 의료 인력이 필요해 인건비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의료인력 뿐만 아니라 기타 지원인력(검사, 방사선, 행정인력 등)을 포함하면 인건비 부담은 더 커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응급실 운영을 포기하는 의료기관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주민들의 응급의료 공백 사태를 막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사례도 있다. 아산시는 응급실을 운영지원 조례를 만들고 병원에 응급실 운영예산을 지원하고 있고, 양산시 웅상읍에는 올해 추경에 예산을 반영해 응급실 운영병원 지원을 강구하고 있다. 거창군도 응급실 운영지원 조례를 만들고 2013년부터 응급실 운영병원에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남해군 법정 의료취약지구이면서도 남해병원이 응급실을 계속 운영 중에 있어 최소한 응급의료 사각지대라는 오명은 쓰지 않고 있다.

 남해병원은 보건복지부의 ‘2013년도 응급의료시설 개선 융자사업’에 지원해 선정돼 어려운 상황에서도 응급실 운영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남해병원은 보건복지부의 보증 아래 10억 원의 ‘빚’을 내 응급실을 증축 운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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