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7 04:28 (월)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08.06 2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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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191)
 장철과 여인은 정신없이 뛰어 정글에 이른다. 정글이라고 안전한 곳이 아니다. 연신 하늘로는 폭탄이 날아다녔고. 얼굴 옆으로는 총알이 스쳐지난다. 이따금 두 사람이 있는 정글 옆으로 불덩어리가 떨어졌다. 그래도 나무들이 빽빽하게 둘러싸여 있어 그것들을 막아주고 있었다. 긴박한 순간을 넘긴 두 사람은 구덩이에 누워 한숨을 돌렸다.

 반나절이 지나자 동쪽에서 포성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멀리서 한국군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반갑다고 뛰어 나갔다가는 아군의 총알에 맞을 수 있었다. 조금 더 몸을 추스르고 있다가 서로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거리가 되자, 장철은 막대기에 윗옷을 걸어 높이 들고 잘보이는 곳으로 걸어나갔다.

 한국군은 앞에서 불쑥 사람의 모습이 보이자 처음에는 항복하는 베트콩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고 장철이 한국군인 것을 알게 된다. 장철은 난관을 극복하고 본대로 귀대했다.

 장철은 곧 특수요원 부대로 안내되어 갔고 그곳에서 김상식 대위를 만나게 된다. 김상식 대위는 장철이 살아 돌아 온 것에 반가워했다. 그러나 그 감정도 잠시 화를 버럭 내면서 부대 이탈의 책임을 물어 뺨을 때리기도 하고 주먹으로 배를 치기도 한다.

 장철이 여자 때문에 이탈했다는 말을 듣고는 “목숨보다 여자가 더 중요하냐?”라며 더 심하게 때렸다. 장철은 얼마나 맞았는지 제대로 걸을 수도 없었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여자도 구했고, 군사 재판에 회부하지 않았다는 것이 다행이다’라고 생각하고 아픔을 참아야 했다.

 푸이판마을은 명호부대와 청룡부대의 합공으로 공격 개시 3일 만에 완전히 베트콩을 소탕할 수 있었다. 500여 채의 집 중 온전한 것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나중에 한국군은 이들 양민들이 살아갈 집을 300채 지어 주었다.

 148. 유령의 적 기지

 장철이 소속되어 있는 맹호부대 13대대와 17도선 아래 위치한 청룡부대를 잇는 해안선 중간 지점 산악 고지에 위치한 송샤이(가명)에 포진한 베트콩 진지는 그 위용이 대단했다. 이들은 해변을 따라 이동하는 한국군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고는 했다.

 이 베트콩 부대를 섬멸하기 위해 앞바다에 장박해 있는 미 함정에서 송샤이 기지를 무차별 폭격해 그 지역이 초토화됐을 것은 뻔한데도 다음 날 또 어김없이 이곳에서 베트콩들이 출몰해 한국군을 공격하고는 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그곳에는 사람은 살지 않고 죽은 유령들이 모여서 기지를 조성하고 포를 쏘면서 타국을 공격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근래 두 달 동안 땅 한 평에 폭탄 네 발 정도를 퍼부었는데도 여전히 기지는 건재하니, 소문의 신빙성을 더 해줬다. 그 소문은 진실인가?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그곳으로 특수요원을 파견해 정탐하기로 하고 그 요원 중에 또 장철이 참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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