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1 01:09 (일)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08.04 2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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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189)
 촌장실 밖에는 4명의 베트콩이 지키고 있었다. 베트콩 한 명 당 요원 두 명이 맡아 처치하기로 하고 다시 기어서 각자 맡은 베트콩에게로 접근했다.

 그리고 모두 한꺼번에 일어나 각자 맡은 베트콩을 처치했다. 순식간에 4명을 처치한 일행은 창 안으로 촌장실 내부를 살펴봤다. 촌장은 침대에 앉아 명상에 잠겨 있고, 베트콩 두 명이 있었다. 한 명은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또 한 명은 자고 있는 것 같았다. 좋은 기회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두 베트콩은 놀라 후다닥 일어났고 요원들은 날쎄게 단도를 날려 그들을 쓰러트렸다. 그리고 촌장을 데리고 밖으로 나온다. 베트콩이 몰려오기 전에 어서 정글 속으로 들어가야 하기에 모두들 정글 쪽으로 뛰기 시작한다. 그런데 장철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반대쪽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이 행동에 놀란 김상식 대장이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로 “장 일병 어디가는 거야”라고 고함을 질렀다. 이 소리를 듣고 근처에 있던 베트콩 4~5명이 몰려왔다. 촌장을 구출한 요원들과 반대로 달려가는 장철, 베트콩은 그 사이로 몰려 오고 있다.

 장철은 달려오는 그들을 향해 기관총을 발사했다. 보기 좋게 모두들 그 자리에 쓰러졌고 다시 저 멀리서 더 많은 베트콩이 몰려왔다.

 그틈에 촌장을 구출한 요원들은 정글 속으로 사라진다. 장철은 베트콩의 추격을 받으며 푸이판마을 깊숙히 들어 간다.

 귀족 가문의 장철은 타고난 미남에다가 건장한 청년이다. 그리고 운동도 좋아하지만 여자도 좋아했다. 나는 장철이 청년 시절 한 여자를 두고 아기자기하게 연애하는 걸 못 보았지만, 길에 지나가는 여자를 금방 사귀고 또 금방 여관으로 직행하는 것을 여러번 보았다.

 장철은 한 번씩 나에게 무용담을 들려주곤 했는데 “여자도 남자와 같이 늘 성욕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것을 늘 숨기고 산다. 그래서 대담하게 지나는 여자에게 말을 걸면 데이트에 응해준다”는 것이다.

 말은 쉽다. 그렇게 쉽게 된다면 연애를 못하고 쩔쩔 매는 총각은 없을 것이다. 장철은 타고난 외모와 건장한 체격 그리고 거리낌 없는 대담한 성품, 그런 것들이 여자에게 호감이 되어 불시에 데이트 신청을 해도 넘어가는 것이다.

 이 바람둥이 장철은 퀴논에서 벌써 현지 여자를 한 명 사귀고 있었다. 그리고 이 여인의 집이 푸이판마을에 있었다. 푸이판 촌장이 구출되면 곧 한국군의 침공으로 불바다가 될 것이고 베트콩이던, 주민이던 가릴 것 없이 인명피해가 생길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녀도 처참하게 당할 것 같아 장철은 여자의 집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그 뒤를 추격해 오는 베트콩은 열 명도 더 되었다.

 장철이 여자의 집에 이른다. 그녀는 방에서 화장을 하고 있다가 장철을 보고 깜짝 놀란다. 무슨 말을 할 겨를도 없이 밖으로 끌고 나간다. 장철의 긴박한 움직임, 뒤에서 베트콩이 달려오는 듯한 함성, 사태가 긴박하다는 것을 직감한 그녀는 장철을 따라 뛰기 시작한다.

 어두워서 망정이지 날이 밝았더라면 벌써 총알 세례를 면하지 못했을 것이다. 장철은 이제 숨이 차올라 더 이상 뛸 기력이 없다. 긴박한 상황에 야외 화장실로 들어가서 배설물 통 옆으로 들어가 버린다.

 이내 베트콩은 근처까지 와서는 화장실 문을 열어 보지만 장철이 보이지 않았다. 그 밑 통 속까지는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다시 밖으로 나가 버린다. 위험한 순간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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