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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지침과 오늘날의 언론
보도지침과 오늘날의 언론
  • 박태홍
  • 승인 2014.08.04 2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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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사 회장 박태홍
 필자가 갓 기자생활을 한 70년대 후반에는 문화공보부가 시행했던 보도지침이란 제도가 있었다.

 군인들이 정권을 쥐고 있을 당시였으니까 언론에 대한 보도통제가 가능했던 시기였다. 신문에 대한 보도지침은 문화공보부 홍보정책실에서 방송은 중앙정보부(안전기획부)와 문화공보부에서 직접 하달됐다. 이 당시, 정부의 보도지침은 뉴스의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까지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주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인 민주화운동과 남북 관련 관심사 뉴스에 대한 보도지침이 많았다.

 예를 들면 긴급조치 관련 보도지침(1979년 3월 15일)은 박순천 긴급조치 해제요구 발언 제목으로 하는 보도금지, 국회의원 면책 특권에 속하는 긴급조치 위반발언 보도 불가, 유신헌법 긴급조치 비판 헌법 재정 등 내용 불가, 특정인 인신공격 기사 금지, 정치권 소재로 한 비판 만화ㆍ만평 억제 등이다.

 그 외에도 그 당시 야당 총재인 김영삼 씨와 관련된 보도지침, 즉 보도통제가 많았으며 남북 관련 등 국민들이 알면 정부의 입장이 곤란한 내용의 보도는 모두 보도지침에 의해 통제됐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사태는 1981년 전두환 정권에 의한 언론통폐합 이후에도 계속됐다. 당시의 보도지침구분은 보도조정지시, 확대보도지시, 홍보지침시달, 보도관제, 보도 불가 등으로 세밀하게 이뤄졌다. 심지어는 국익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군인들이 타고 가다 일으킨 교통사고도 보도관제가 되는 시기였으니 국민의 귀와 눈을 멀게 하는 보도지침의 폐해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그 당시 대표적인 보도지침사례는 1981년 정권을 잡은 신군부의 지시로 시행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소식을 무조건 뉴스 첫머리에 내보내게 하는 ‘땡전뉴스’였다. 방송은 물론 도하신문과 지방의 1도 1사의 지역신문도 1면에 전 전 대통령의 단신 기사까지도 얼굴 사진이 게재되는 통제 속에서 발행되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유언비어도 난무할 수밖에 없었다.

 ‘난세에 영웅이 나타난다’고 이 같은 세태를 못마땅하게 여긴 한국일보 김주언 기자가 보도지침의 존재를 이 세상에 알린다. 1985년에서 1986년까지 문화공보부로부터 시달된 500여 건의 보도지침 내용을 월간잡지 ‘월간 말’에 넘겨줘 책으로 나오면서 보도지침의 존재는 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김 기자와 관련자들은 군사정권에 의해 고초를 당했고 구속됐으나 한참 뒤 집행유예로 풀려났다가 1995년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아냈다. 이들의 용감한 행동과 종교ㆍ사회단체 등에서 들고일어난 의분이 군부의 보도지침을 사라지게 했고 6ㆍ29선언 이후 민주화의 물결을 타고 언론도 제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할 수 있다.

 이때부터 언론은 본연의 자세인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면서 최선을 다해왔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유병언과 관련된 언론의 태도에 국민들은 다소 못마땅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보도지침의 시대를 망각한 언론이 너무 자유스럽고 열려있는 시대에 살아서일까? 사실보도 보다는 흥미 위주와 꿰맞추기 식 보도로 일관하는 듯한 형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서 구독자를 확보하기 위해서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여과되지 않은 기사들이 우리들에게 바로바로 전달된다는 것이다. 며칠 전 보석으로 풀려난 홍모 씨의 경우가 이를 증명한다. 홍씨는 잠수부도 아니면서 잠수부인 양 속이고 정부에서 민감 잠수부의 구조 의지를 차단하고 있다는 둥 거짓선동을 모 방송사에서 확인도 하지 않고 그대로 내보내 국민들을 우울하게 했다. 그리고 각종 매체에서는 앞서가는 보도형태 추측성 보도 등도 언론 본연의 자세를 잃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각 방송사 패널들의 여과되지 않은 말들이 그대로 방영, 수사에 혼선을 주고 있는 것도 문제다. 국민들도 헷갈린다. 사건의 본질을 파헤치기보다는 잡다한 주변의 얘기들로 흥미를 유발시키면서 시청률만 높이려는 것 또한 국민들의 바람은 아니다.

 유병언의 밥을 챙겨주는 아주머니가 총책으로 회자되고 차명재산의 수치가 수시로 바뀌는 등 진실이 결여된 보도형태는 군사정권 시절 보도지침에 의해 보도가 통제되던 시절 입에서 입으로 떠돌던 ‘카더라 통신’과 다를 바 없는 것 아닌가? 7ㆍ30 보궐선거를 대하는 각종 매체의 태도도 이와 다를 바 없었다. 추측성 예측보도는 사실과 크게 달라 국민들을 혼돈 시키는 결과만 초래했다.

 세월호 참사, 유병언, 구원파 등으로 이어지는 오늘날의 현실은 참담하고 답답하다. 지금부터라도 각종 매체는 언론 본연의 자세인 진실보도로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삶의 질을 향상시켰으면 한다. SNS에서 나도는 각종 유언비어도 언론의 각종 매체에서 언론 본연의 소임과 자세인 진실보도를 견지한다면 이 또한 설 자리를 잃고 사라질 것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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