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17:37 (수)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08.01 0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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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187)
 145. 사로잡은 베트콩

 베트남 궤논항 앞바다에 도착한 수송선에서 병사들은 상륙선을 나눠 타고 궤논항으로 입항해 맹호부대 사령부로 들어갔다.

 당시 파월 맹호부대 사령관은 유병원 소장이었다. 그는 훈시에서 신참 장병에게 “베트남에는 베트콩이 있는 곳도 없고, 없는 곳도 없는 곳이다. 그러니 각별히 조심해서 생활해야 한다”라며 단단히 일렀다.

 해변을 등지고 있는 사령부에서 2박 3일 적응 훈련을 마친 장철과 신참 병사들은 분산되어 사령부 내 곳곳으로 배치되었다.

 장철은 쏭가오 해산진 부대 26연대에 배치되었다. 연대는 본부를 축으로 원을 그리듯 대대가 500m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그것은 적들이 연대본부를 직접 습격하지 못하게 대대가 호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장철은 이곳에서 다시 12대대로 배치되었다. 대대본부는 위의 면적은 축구 운동장만 한데, 땅 위에는 건물이 하나도 없고 지하 벙커를 파고 방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중대본부가 여럿 있는데 겨우 20평 남짓이었고 그곳에서 중대장들이 기거하며 중대원들을 통솔하고 있었다.

 연대는 밤만 되면 조명탄을 쏘아 하늘을 환하게 밝히고, 빈 하늘에 포를 쏘아 댔다. 이유는 병사들의 훈련을 겸한 것이지만 베트콩에게 위협을 주기 위한 것이라 한다.

 정글에서는 언제 어디서 베트콩이 출몰할지 모른다. 그래서 연대에서 대대로, 대대에서 대대로 병사들이 이동할 때는 늘 삼엄한 경계를 하면서 움직이고 있었다.

 어느 날 밤 장철은 병사 한 명과 같이 보초를 서게 되었다. 보초는 풀 속에 숨어서 적이 나타나는 것을 감시하는 것이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장철이 보초를 서고 있는 그때, 20m 전방에서 인기척이 나기 시작했다. 장철은 직감적으로 그것이 베트콩이라는 것을 알고 숨을 죽었다.

 보통 병사 같으면 인기척 나는 곳으로 총을 난사했을 텐데, 장철은 베트콩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도 하고, 또 그들을 사로잡을 욕심이 생겼다.

 인기척은 더 가까워진다. 같이 보초를 서는 장병은 공포에 떨었지만 장철은 침착하게 그를 안심 시켰다. 드디어 인기척이 바로 앞으로 다가왔다. 두 명이었다. 이들은 부대까지 기어 와서 수류탄이나 폭탄을 던지고 도망갈 계획 같았다.

 이제 코앞에 있는 베트콩의 검은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두 병사는 꼼작하지 않고 기다렸다. 드디어 손을 내밀면 붙잡을 수 있는 거리에 왔을 때 장철과 다른 병사는 후다닥 일어나 베트콩을 덮쳤다. 앞에서 괴한이 갑자기 뛰쳐나오는 바람에 베트콩은 놀란 나머지 정신이 멍한 상태에서 그만 장철 일행에게 잡히고 말았다.

 베트콩을 붙잡아 포로로 삼자 온 대대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장철에는 첫 전과였다.

 베트콩들은 당황했다. 적이 코앞까지 기어오도록 가만히 참다가 덮치는 것은 예사로운 용맹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12대대 주위의 베트콩에게 ‘한국군에게는 되도록 접근치 말라’는 명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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