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5:20 (금)
오지탐험가 도용복 ‘땅끝을 가다’ - 니카라과
오지탐험가 도용복 ‘땅끝을 가다’ - 니카라과
  • 도용복
  • 승인 2014.07.30 20: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미서 가장 넓지만 낙후
대부분 농사ㆍ손재주 뛰어나 세련된 공예품 많아

 중미지역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나라인 니카라과는 자연재해와 전쟁이 잦았다.

 1838년 스페인과 멕시코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후에는 내전에 시달렸고, 지진과 화산, 허리케인 등의 피해도 많았다.

 수도 마나과는 생각보다 훨씬 낙후돼 있다.

 보통 중미 국가의 수도는 고층 빌딩도 있고 부촌(富村)도 따로 형성돼 있으나 마나과는 지진의 폐해 때문인지 국가 전체에서 8층이 제일 높은 건물이라고 한다.

 사계절의 구분도 거의 없이 항상 무더운 날씨에다 거리에는 부랑자나 노숙자도 널려 있다.

 구멍 뚫린 아스팔트를 진흙으로 단단하게 메워 놓은 도로를 따라 차를 몰고 가다 보면 마을 어귀마다 도로를 가로질러 줄을 이어 잡고 차를 막는 어린아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니카라과는 우리나라와 1962년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해서 자동차나 섬유 등을 수입한다.

 국민들 대부분이 농사를 짓고 살고, 주로 손재주가 좋아서 천연소재를 이용한 공예품들이 많다.

 길을 가다 보면 인디오들의 화려한 전통과 정성이 가득한 공예품들을 아주 많이 볼 수 있는데, 모두 전통과 현대적인 감각이 어우러져서 공예품 하나하나가 모두 개성과 세련미가 넘친다.

 1855년 마나과로 수도가 옮겨지기 전까지 식민시대의 중심도시였던 그라나다를 가면 아주 특별한 명물이 있다. 바로 그라나다 시내를 도는 투어버스.

 우리나라 시내버스와는 많이 다른 것이 주위를 잘 둘러볼 수 있도록 버스 지붕이 없어 오픈카를 방불케 한다.

 게다가 운전석 바로 뒤에는 DJ 박스가 있어서 관광을 하는 동안 DJ가 항상 신나는 라틴음악을 틀어준다. 버스를 타고 관광을 하는 사람들이 흥에 겨워서 어깨를 들썩들썩할 정도이다.

 버스 외관도 투어버스답게 아주 화려하게 치장을 해서 눈에 확 들어오는 데다가 운임이 3명에 미화 1달러 정도로 저렴해 항상 만원이다.

 또 한 가지 장점은 중미에서 가장 큰 호수인 니카라과 호수에서부터 시내 골목골목을 다 지나가기 때문에 그라나다 사람들의 생활상을 속속들이 훑어볼 수 있어 버스를 타고 시내 관광을 하다 보면 저절로 흥이 난다.

 니카라과 사람들도 다른 중미 국가와 마찬가지로 식민지 영향 때문인지 국민의 94% 정도가 가톨릭을 믿고 있다.

 니카라과 싼콴토 오리엔트라는 마을을 지나갈 때 무슨 행사가 있는 것 같아 따라가 봤더니 마침 아이들이 세례를 받는 날이다.

 유아세례를 받으려는 아이들과 부모들이 긴 행렬을 이루어서 동네를 돌고 돌다가 세례식장으로 향한다.

 세례를 받는 아이들은 어린 영아부터 7세까지인데, 세례식을 통해서 가톨릭의 구성원으로 입교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사람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의식이다.

 재미있는 것은 세례를 받는 아이들이 모두 예수를 닮은 형상으로 분장을 하는데 얼굴에 검은 매직으로 수염을 그린다.

 또 세례를 주는 분이 동네에서 영험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할머니라서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경건한 세례식 장면하고는 많이 달라 또 다른 흥취를 자아낸다.

 마나과에서 마사야 마을로 가는 길에 파란 트럭에 말 2필을 싣고 황제처럼 모시고 가는 차량을 보게 됐다.

 여행을 오래 하다 보니 이제 어느 정도 감이 생겨서 ‘재미있는 게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트럭을 쫓아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마사야 마을에 ‘말 댄스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남녀노소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온 마을이 축제 분위기다.

 ‘말 댄스대회’는 1년에 한 번, 연말에 개최되는데 카우보이들이 이 대회를 위해 1년 동안 열심히 말에게 댄스교습을 시킨단다.

 말들도 갈기를 땋거나, 염색도 하고, 파마도 시켜서, 아주 아름답게 치장을 한다.

 총 6㎞ 정도까지 행렬이 길게 이어지며 2㎞ 정도마다 무대가 설치되어 마리아치들이 연주를 한다.

 탱고나 스윙, 왈츠 여러 가지 곡들을 연주하는데 신기한 것은 말들이 이 곡들의 박자에 맞추어 스텝을 바꾼다는 것이다.

 열심히 훈련을 해서 그렇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말들이 음악을 듣고 거기에 맞추어 스텝을 밟는다는 것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