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2:40 (토)
불편한 의사들 토크쇼 (2)
불편한 의사들 토크쇼 (2)
  • 조성돈
  • 승인 2014.07.16 0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조성돈 전 언론인
 지금도 수면제의 유효성에 대한 학자들간의 찬반 논쟁이 진행 중이다. 반대하는 학자는, 불면증을 수면제로 치료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수면제로 인해 치매나 인지기능을 저하시키는 등 부작용이 지나치게 많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점점 약에 의존하게 되거나, 약을 끊으면 불면증이 오히려 악화되고, 집중력ㆍ기억력 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이로 인해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더 증가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잠이 오지 않을 경우 흔히 ‘수면제’를 떠올린다. 의사들은 과거의 수면제ㆍ신경 안정제가 의존도를 높이고 잠을 억지로 유도하기 때문에 자고 나도 개운치 않는 부작용이 있었지만, 최근의 수면 유도제는 ‘단기간 복용’하면 일시적인 불면증 해결에 도움을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제약회사라면 혹 모를까, 이런 설명은 매우 위험하다.

 위 남자의 경우처럼 환자의 입장에서는, 최고 2주 정도의 ‘단기간 복용’은 어림없는 주문에 불과하다. 3~4주 지속된 불면증이 (불면증 진단 기준) 2주만에 해방되는 경우란 없다. 그런데도 단기간 복용이라고?

 수면제의 작용기전을 알았을 경우, 모든 사람은 의혹과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된다. 새로운 타입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수면제는 중추신경을 ‘진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강제로 마비시키는, 즉 화학적으로 기절시키는 약이기 때문이다. 무서운 부작용은 그래서 발생한다.

 송과선으로부터 합성되어 혈액으로 분비되는 멜라토닌은, 생체 리듬을 조절해 인체가 밤에 잠들게 해 준다. 합성량이 너무 많으면 우울증이 발생하고, 반대로 적으면 불면증을 유발한다. 그 외에도 멜라토닌은 광주기성과 같은 중요한 생체적 변화와 리듬을 조절한다. T세포의 기능이나 당뇨병 등과 밀접한 관련(최근 연구)을 가진다. 그런데 불면증을 치료한답시고 수용체를 억지로 활성화시킨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시도가 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멜라토닌 수용체의 기능이 아직도 학술적으로 정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그러므로 새로운 수면제가 멜라토닌 수용체에 작용함으로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지 않음을 수면제의 장점인 것처럼 얼버무리는 것은 과학자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 ‘향정신성의약품’이 아니라는 사실로부터 이전의 수면제보다 부작용이 적다는 결론은 도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새로운 수면제의 인체내 잔류시간이 벤조디아제핀계 수면제보다 짧다는 사실로 미루어 새로운 수면제가 안전하다고 주장함은 단순 억지에 불과하다.

 불면증의 원인이 다양하므로 수면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원인을 찾아내서 맞춤 치료를 해야 한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마케팅이다.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대개 불가능할뿐더러, 심리적 요인 등 개인차가 워낙 심해 맞춤 치료법을 찾을 수도 없다.

 중추신경을 강제로 마비시키는 일은 대단히 위험하다. 중추신경이 억제된 나머지 숨을 못쉬고 정말 영원히 자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수면제가 자살 용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마취제도 수면제와 거의 유사한 작용을 한다. 그러나 수면제처럼 그 약리기전이 정확히 연구된 바가 없다. 클로로포름의 약리기전에 대해 정확히 연구되지는 않았지만, 뇌의 칼슘이온 경로를 강제 차단하여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짐작하고 있는데, 그래서 의료 선진국에서도 마취사고는 늘 일어나고 있다.

 수면다원검사라는 것이 있다. 병원 검사실에서 하룻밤을 자면서, 뇌파 검사(EEG)ㆍ근전도 검사(EMG)ㆍ심전도(ECG) 검사 등을 하는데 도움이 될 리가 만무하다. 불면증이란 것이 단순히 뇌의 문제 혹은 근육이나 심장의 문제로 여기는 사람은 물론 없다. 의사들만 빼고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