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4:38 (금)
불륜이 우대받는 인사
불륜이 우대받는 인사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4.07.13 2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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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청와대가 인사검증 문제로 뒤뚱거리는 것에 발맞추듯 경남도와 창원, 진주, 김해를 비롯한 도내 시ㆍ군 등 민선 6기 출범과 함께 단행된 인사(人事)도 쏙 빼닮은 게 있다면 인사 후 뒷말이 무성하다는 것이다. 인사가 만사(萬事)인데도….

 청와대는 국민의 눈높이를, 경남도 등 공조직은 조직의 정서를 간과한 것에서 정부는 융합을, 도는 조직을 깨트리는 부정적인 기류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 정권은 출범부터 현재까지 인사 때문에 바람 잘 날이 없다. 1호인 전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의 성(性)추행 스캔들에서부터 현재 진행 중인 인사청문회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온 국민을 슬프게 한 세월호 참사, 이 비극적인 사건은 나라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때 책임을 지고 사직키로 한 총리가 다시 그 직을 맡게 된 것도 연이은 낙마가 몰고 온 인사검증의 문제에서 비롯됐다. 따진다면 청와대 검증시스템의 문제다.

 그 결과, 출범 초기 인사청문회를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여긴 김용준 총리후보자가 땅 투기 및 두 아들의 병역 면제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자 전격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더구나 그를 총리로 지명하면서 검증의 기본인 재산과 병역 문제 등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사 방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아무리 보안이 중요하다지만 인사시스템을 활용하는 대신 ‘밀실인사’를 계속한다면 두고두고 뒤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 결과론적 사태가 안대희, 문창극 총리 후보의 연이은 낙마다.

 정홍원 총리가 사의를 표한 지난 4월 27일 이후 60일간 진행된 이 같은 ‘인사논란’에 국정은 혼란을 거듭했다. 결국 지난달 26일 사의를 표했던 총리를 유임시키는 황당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이 기간 동안 공직사회 개혁 등 세월호 참사 사후조치는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사실상 ‘올 스톱’ 상태를 이어갔다. 총리 문제로 내각 구성이 지연되며 공무원들은 일손을 놓고 청와대와 여론 추이만을 지켜봐야 했다. 국정을 쇄신하기 위해 단행한 인사가 오히려 국정을 마비시킨 일련의 사태는 청와대 인사검증 방식과 여론검증 등 인사를 둘러싼 제도적 시스템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개각을 위한 청문회에서 드러나고 있는 문제들도 국민정서와 부합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잔디정원에 고추 몇 포기 심어놓고 경작한다고 발뺌하는 사람이나, 제자들의 논문과 연구비를 가로챈 의혹을 받고 있는 교육부총리, 음주운전에 걸리고도 이를 보도한 방송에 소송을 건 문화부 장관 후보 등 끝이 없을 정도다.

 경남의 경우도 빼닮은 건 인사 후 뒷말이 끊이질 않고 잣대가 자의적이어서 ‘인사란 잘해야 본전’이라지만 본전은커녕 조직의 뒷걸음질이 우려될 정도다.

 만약, 경남도 본청의 국장, 부단체장, 서기관 및 사무관 승진, 주요 보직 전출입 등 당사자 별로 사안은 달라도 인사 청문제도가 있었다면 청문보고서 채택의 불발로 이어졌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특히 청와대의 발탁인사와는 달리, 경남도는 가용지원에서 제한된 직원을 상대로 해 터널 속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륜과 추문 등의 스캔들로 적폐 대상임이 드러났는데도 승진 또는 영전을 한다면 조직의 미래는 기대할 게 없다. 예나 지금이나 정권의 성패를 좌우하는 게 적재적소 인사란 것에서 그렇다. 조선 개국에 일조한 태종(이방원)은 즉위 초 인재를 널리 구하고자 했다. 하지만 권문세가의 집을 찾는 청탁이 늘어나자 추천한 인물이 적임자가 아니면 천거한 거주(擧主)에게도 똑같이 책임을 물리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경남에도 이 같은 조치가 취해졌다면 능력중심, 적재적소 배치, 도정 기여도 등 도가 주장하는 인사배경에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청렴과 질서, 품위를 망가뜨리는 짓거리는 적폐의 대상이나 컨트롤타워 부재로 살아 꿈틀거리도록 한 인사였다면 도민에게 사죄할 일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헌법 제1조 2항은 국민은 대통령 위에 있다는 것을 규정한다. 따라서 경남지사 위에 경남도민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국민을 무섭게 봐야 하고 경남지사가 성공하려면 경남도민을 무섭게 봐야 한다. 그런 공인의식을 가진 참모들을 주변에 두는 게 첫걸음이다. 각종 스캔들은 경남도 등 공조직의 민낯이고 그 속내는 뒤엉키고 위태위태할 정도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나오는 제하분주(濟河焚舟)는 ‘물을 건넌 뒤 배를 불태운다’는 뜻으로 결단을 일깨우는 말이다. 경남도민과 함께하는 공조직을 위해 적폐는 일소해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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