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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매일
  • 승인 2014.07.07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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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솔길 끝 바다’

 한 중년 남자가 장례식 뒤 무언가에 이끌려 자신이 살던 동네의 오솔길 끝, 낡은 농장에 다다른다.

 연못 앞에 앉자 펼쳐지는 과거의 기억. 40년 전 자살한 한 남자가 불러낸 초자연적인 존재는 일곱살이던 그와 가족의 몸을 빌어 두 세계 간의 통로로 이용하려 하지만 오솔길 끝에 사는 특별한 힘을 지닌 소녀 레티의 희생으로 목숨을 구한다.

 그 남자는 자신에게 그 희생의 가치가 있는지 반문한다.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함 뿐이지만, 연못 안에서 언제까지나 자신을 지켜보는 레티를 바라보면서 힘을 얻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저자 닐 게이먼은 대중적 성공을 거둔 판타지 소설에 힘입어 지난해 주간 타임지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100인 중 8위에 올랐다.

 송경아 옮김. 시공사. 308쪽. 1만3천원.

 ◇ ‘익명소설’

 작가가 각자 쓰고 싶은 것을 쓸 수 있을 때 문학계가 건강해진다? 작가들 스스로 쓰고 싶은 것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토로에서 이 소설집은 기획됐다.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이 소설집은 오늘날 우리 문학의 최전방에서 맹활약 중인 젊은 작가들의 창작자로서의 고민과 열정, 패기를 엿볼 수 있기에 더욱더 출간의 의미가 크다.

 야하고 도발적이면서, 본능의 흐름에 몸을 맡긴다. 사랑과 몸의 관계에 대해 원 없어야 한다는 것처럼 집착하거나, 종교적 금기로 남겨졌을 법한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묘사도 감행해본다.

 나이, 학교, 등단 매체, 발표작, 심지어 성별까지, 작가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는 새 옷의 태그를 떼어내듯 숨겨버린 작가들이 정말 누굴까 궁금해진다면, 이 기획은 성공적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M, V, H 등 이니셜을 내세운 익명의 작가 10명. 은행나무. 320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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