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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하는 고영진 도교육감
퇴임하는 고영진 도교육감
  • 김명일 기자
  • 승인 2014.06.26 2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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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 경남교육 이끌고 ‘35년 師道 외길’ 마감
▲ 고영진 도교육감이 이임식을 하루 앞둔 2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35년 師道 외길’을 마감하는 소회를 밝히고 있다.
"교육만이 우리들의 희망 봉사 없는 스승의 길 없어"
"아쉬움도 보람도 많았고 진주외고 사고 때 고통 커"

 35년간 ‘사도(師道)’의 길을 걸었던, 고영진 경남교육감이 27일 이임식을 끝으로 정든 교육계를 떠난다.
 1947년 진주에서 태어난 고영진 교육감은 1980년 반성종합고등학교 영어교사로 교단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삼가고, 명신고, 진주 중앙고등학교 교장, 경남 교육연구원 연구관, 경남도교육청 교육정보원 과장, 진주교육장, 제13대 경남교육감(2003~2007년), 한국국제대 총장, EBS교육방송국 이사, 제15대 경남교육감(2010~2014년)을 지냈다.

 고 교육감은 지난 2010년 제15대 경남교육감에 당선된 이후 자신의 선거 공약이었던, 경남미래교육재단 설립 등 대부분 공약을 이행했다. 지난달 22일 경남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경남지역 민선 5기 단체장 공약이행률 평가 결과에서 고영진 교육감을 가장 우수한 공약 이행 단체장으로 평가했다. 경남교육청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민선5기 시도교육감 공약이행 및 정보공개 평가 결과에서 경남교육청이 최우수 등급을 받기도 했다.

 고 교육감은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 왜곡에 맞서 ‘나라사랑교육’에 열정을 쏟았다. 특히 지난해 최고령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득(97ㆍ통영시) 할머니의 일대기 ‘나를 잊지 마세요’를 일본어ㆍ영어ㆍ중국어판으로 펴내, 세계 각지로 보내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고 교육감은 재임 중 추진한 경남미래교육재단 설립과 특성화고 해외인턴십, ‘학업중도탈락학생 예방’ 경남꿈키움학교, 진산교육원, 유아교육원설립 등은 경남미래교육 발전을 위한 주요업적으로 평가받는다. 경남미래교육재단은 경남 인재 발굴ㆍ육성 인프라 구축을 위해 설립한 것으로 도내 기관장 및 기업인, 재일도민들의 관심 속에 성공적으로 출범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경남교육청은 특성화고 해외인턴십 등으로 취업률 도 단위 전국 1위와 고졸 취업률 우수 교육청으로 선정돼 32억 원의 국고보조금을 배정받았으며, 특성화고 글로벌현장 학습사업 대상 교육청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고 교육감은 맞춤식 교육지원을 통한 학력 향상을 위해 학생들의 독서 습관화, 자기 주도적 학습력 신장, 범도민 책읽기 운동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학교독서교육 조례 제정, 교육규칙 공포, 일본 독서타운 등 독서 선진국가 벤치마킹 등 독서교육 기반 조성을 완료했다.

 책 읽는 경남 독서교육 홈페이지를 구축ㆍ운영하고 자녀교육을 위한 학부모 독서동아리 조직 및 운영으로 학교 독서교육을 활성화했다.

 또 저소득층 학생의 일반 멘토링제 운영 및 여름방학 중 귀가한 대학생 대상의 귀향 멘토링제를 운영해 저소득층 학생 교육격차 해소 및 지역간 방과후학교 교육 양극화 해소에 기여했다.

 4개 대학 영재교육원, 24개 지역영재교육원, 초중고 315개 영재학급, 영재교육 대상자수 1만 483명 수혜비율 2.3%에 이르러 공약목표인 2%를 상회했다.

 깨끗한 교육행정 실현으로 신뢰 회복을 위해 교장 결원학교에 대해 교장공모제를 실시, 공약을 이행했으며 지난해 3월 1일 교육공무원 인사부터 전보서열을 비롯해 교장, 교감 자격연수 분포표 및 승진후보자 명부를 조기에 공개하는 등 각종 인사 관련 사항을 공개,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제도 정착에 노력했다.

 학부모 부담을 덜어주는 교육복지 구현을 위해 주 5일 수업제 확대에 따른 토요돌봄교실 운영(400교실), 초등돌봄교실(617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엄마품 온종일돌봄교실(81교실)의 경우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해 저소득층ㆍ맞벌이 가정 자녀의 건강한 성장과 학력향상을 위한 교육ㆍ돌봄 기반을 조성했다. 또 동지역 저소득층 자녀의 자유수강권을 48만 원에서 올해부터 60만 원으로 대폭 늘려 지원하고 있으며 농산어촌 방과후학교 운영비 지원을 통해 사교육비 경감, 방과후학교의 내실화 등 질적 제고에 노력했다.

 학령기 교육기회를 놓친 장애 성인들의 교육기회 확대를 위해 2010년 2개 시설, 2011년 7개 시설, 2012년부터 8개 시설 지원 확대 및 전국 최고의 보조금 예산 지원으로 장애성인의 평생교육을 통한 자립생활 기반 조성에 노력했다.

 고 교육감은 자신이 추진하던 교육정책의 연속성을 위해 이번 교육감선거에 나섰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임식을 하루 앞둔 26일 고영진 교육감에게 소감을 물었다.

 다음은 고 교육감과 일문일답.

 - 이임식을 하루 앞두고 있는데 아쉬움이 있다면?

 “35년간 교사, 교육장, 교육감을 지내는 동안 아쉬움도 많고 보람도 많았다. ‘농어촌 거점 중학교’ 등 4년 더 지속할 것이라 여기고 진행했던 교육정책이나 사업을 마무리 못 하고 떠나는 것이 아쉽다.”

 - 꼭 시행하고 싶었는데, 실행하지 못해 아쉬운 정책이 있다면?

 “고입선발고사는 후보자 간에 극명한 이견이 있었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당선자가 고입선발고사를 실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고입선발고사는 지속해야 하는 정책인데, 아쉬움으로 남는다.

 고입선발고사는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정책이다. 3년을 준비해서 한 번 더 시험을 치르는 것인데, 이것이 정말 비교육적이고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내신 50%, 선발고사 50% 반영하는 고입선발고사를 치르지 않는다면, 언젠가 고통을 감수해야 하고 어려움은 훗날 나타날 것이다.”

 - 임기 중 가장 보람을 느꼈던 일은?

 “보람된 일은 참 많았다. 노래하는 학교, 운동하는 학교, 책 읽는 학교 정책으로 많은 보람을 느꼈다. 이 제도가 정착되고, 인정을 받고, 그 결과 학부모들이 함께 참여해 운동하는 가정과 책 읽는 가정이 늘어나 독서율 전국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전국 최초 공립대안중학교인 꿈 키움 학교, 진산학생교육원, 유아체험교육원, 등 특수교육원 설립은 보람으로 기억된다.”

 - 교육, 행정을 하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때는?

 “진주외고 사고였다. 돌발적인 학생사망사고가 세월호 참사와 함께 겹쳐서 불어 닥친 그 고통은 말할 수 없이 컸다. 다른 일들은 지혜롭게 넘긴 것 같다.

 진주외고에서 학생 2명이 학교폭력으로 잇달아 숨진 사건으로 선거 내내 경쟁후보들로부터 후보 사퇴 압력을 받았다.

 이제 진주외고에는 아내는 물론, 친인척 한 명도 없다. 새 이사장이 사학 특수성을 살리면서 학교를 잘 키워줬으면 좋겠다. 누가 학교를 운영하고 이사장이 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아이들의 관점에서 학교를 바라봐 달라. 더 이상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 퇴임 후 계획은?

 “평생 교육에 봉사했다. 도민과 국민에게 이로운 역할을 하고 싶다.

 또 평소 만나고 싶어도, 업무에 몰입하느라 만나지 못했던 지인을 만나 편하게 이야기 나누고 싶다.

 호주에 있는 대학에서 객원교수 제의가 있어 협의 중이다.

 만약, 호주에 가게 되면 해외 인턴십으로 호주에 있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다.”

 - 경남 교육가족과 도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교육만이 희망이다.’ 가정이나 국가의 미래는 교육에 달려있다. 모든 도민이 경남교육에 깊은 관심과 배려 협조 바란다.

 교육에 대한 관심과 협조는 교육감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으면 좋겠다.”

 - 박종훈 당선자에게 한 말씀.

 “특정집단의 대표자가 되지 말고, 경남교육과 경남도민의 대표가 돼 달라.

 늘 도민 전체가 무엇을 바라는지 생각하고 전체를 보는 안목을 가지면 좋겠다.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만나서 같이 고민하고 협력하겠다.

 당선자가 특정 집단의 교육감으로 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본인이 바라는 바도 아닐 것이다. 경남교육 전임자로 조언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 만나서 조언하도록 하겠다.”

 - 도의회 교육위원회의 전문위원을 도청 공무원으로 임명하는 데 의견은.

 “교육위원회 전문위원실에는 교육전문가가 가는 것이 맞다. 누가 임명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교육청에 있는 교육전문가가 전문위원으로 가야 한다.”

 - 전국적으로 논란이 된 학교 무상급식에 대한 의견은?

 “무상급식은 한두 사람의 교육감이 하겠다고 할 문제가 아니다.

 모든 아이에게 무상급식하면 그만큼 다른 곳에 쓸 교육비가 줄어든다. 도민의 합의와 도의회 특별위원회 구성 등을 통해 논의해야 한다. 무상급식의 문제는 시ㆍ도별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정부 차원에서 획일화시켜 추진해야 한다.”

 - 전교조와 법외노조 판결에 따른 교육부의 후속조치에 대한 생각은?

 “전교조는 정치적 집단에 가깝다. 정치적 사고로 교육문제를 보지 말고 교육자적 양심으로 법을 지키는 것이 아이들을 위하는 것이다.”

 - 2010년 선거 공약으로 진행했던, 정책 가운데 지속했으면 하는 교육정책은?

 “‘중도탈락 예방’이다. 학교폭력 예방의 전초는 중도탈락 예방이다. 중도 탈락 예방을 위해서 학교마다 꿈 키움교실을 운영하고, 꿈 키움 교실을 지속해서 폭력 예방도 하고 중도 탈락 예방도 하고 그래서 학교가 안정되고 성적도 좋아지면 좋겠다.”

 - ‘사도(師道)’의 길은 무엇인가?

 “봉사 없는 스승의 길은 없다. 스승은 아이들을 위해 한없이 봉사해야 한다. 교사가 성직자처럼 아이들을 위해 봉사한다면 아이들이 변할 것이고, 아이들은 선생님을 믿고, 존경하는 교육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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