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06.2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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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160)
 그렇게 나타난 이강석은 경주, 영천, 안동, 칠곡까지 두루 다니며 융성한 대접과 푸짐한 금품을 챙겼다.

 자기 관사까지 내어준 경북도지사는 청년이 하는 행동과 말투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아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귀하신 몸’과 학교 동창인 자기 아들을 불러 지금 관사에 묵고 있는 청년이 진짜 이강석인지 확인해 보라고 시켰다. 그의 아들은 정말 관사에 들렀고, 청년이 가짜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청년은 대구 출신으로 당시 22세의 강성병이었는데, 그는 재판에서 “신문을 보니 서울 명동파출소에서 이강석이 헌병의 뺨을 때려도 아무 탈이 없는 것을 보고 이강석이면 어디든지 통할 것 같아 가짜 짓을 해봤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경무대와 주변의 인물에 대한 국민들의 아니꼬운 시각이 확산한다. 그런데다가 1958년 1월 23일 동아일보 김성환 선생님의 네컷만화에 기막힌 내용이 연재되면서 경무대 속을 확 뒤집어 놓는다.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격이었다.

 [네컷만화 내용] 첫째: 양쪽에 똥통이 달린 지게를 지고 가는 두 인부가 앞서 마주 오는 모습의 인부를 보고 “앗! 저기 온다”하고 놀란다.

 둘째: 두 인부는 앞의 인부에게 고개를 숙여 “귀하신 몸 행차하셨습니까”하고 인사한다. 그러면 앞에 있는 인부는 “어험”하면서 인사를 받는다.

 셋째: 앞서 가는 인부는 멀어지고 고바우 영감은 행인에게 “저 어른이 누구십니까?” 하고 묻는다. 그러자 행인은 손가락을 자기 입술에 대고 “쉿” 한다.

 넷째: 행인은 조용히 고바우 영감에게 “경무대에서 똥을 치우는 분이요”하고 가르쳐 준다.

 만화가 나가자 최고의 화제가 됐고, 종로경찰서 사찰과는 서둘러 김성환 선생님을 연행한다. 이유는 국가에 대한 조롱이 담겨있어 불순하다는 것이었다. 선생님은 국가 조롱이 아니라 현 정국에 대한 표현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김성환 선생님이 재판을 받는다는 소식에 사회가 시끄러워지자 경찰에서는 경범죄로 약소한 벌금으로 마무리해 버린다.

 또 선생님은 재벌그룹을 위한 법재정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벌금형을 받는 등, 이따금 내용이 불순하다며 경찰에 불려갔다.

 정국은 변했다. 5ㆍ16 군사정변으로 정부가 들어서면서 선생님은 정부를 비판한 내용으로 괴한의 미행을 당하기도 하고, 정보부에 끌려가 취조를 받게 된다. 군사정부 때의 정보부는 많은 사람이 끌려가 심한 고문으로 반송장이 되어 나오고 하던 곳이다.

 ‘고바우 영감’은 이미 개인이 아니고 많은 독자가 지켜보는 영웅이 되어 있어서인지 매 사건마다 정보부 요원들은 김성환 선생님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좋게 타일러 방면하고는 했다. 이런 일들은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정국이 한 번 더 변하면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세상이 초래된다.

 그것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당하자 정국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암흑의 사태가 전개됐다. 결국 군 내부의 사조직인 ‘하나회’의 전두환, 노태우 등이 주도해 쿠데타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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