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06.16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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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154)
 117. 장렬한 죽음

 그렇게 김성환 선생님의 아버지 김동순은 요인암살 사건으로 여럿의 사상자를 내고 도망쳤다가, 며칠 후 덕수궁 담길에서 잠복한 일본 형사에게 잡혀 재판을 받고 사상범이 되어 청진감옥에서 10년을 복역하고 출소한다.

 조국의 광복은 망연한 것인가. 청년 시절 10년이란 세월은 너무나 길었지만, 일제하의 조국 산하는 변한 것이 없었다.

 김동순은 출소해 동지 김상옥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된다.

 김상옥은 김동순이 잡힌 후 상해로 은신했지만, 1923년 1월 조선 사이토 총독이 일본 제국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도쿄에 간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다시 조선으로 잠입한다.

 그를 암살할 목적으로 서울역 주위를 배회하다가 종로경찰서 무장 경찰 20여 명에게 발각됐고 그들과 총격전을 벌여 형사부장인 타무라를 사살하고 경부 20여 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그리고 며칠 후에 독립운동가를 혹독하게 다루는 악명 높은 경찰서를 습격하기로 한다.

 김상옥은 동지 3~4명과 종로경찰서 앞에 잠복해 있다가 기회를 틈타 경찰서 안으로 들어 가 방 안에 폭탄을 던져 많은 사상자를 내게 했다. 그리고 급히 도주하게 된다.

 일본 왜경들은 김상옥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는 움직일 때마다 승려복으로 위장해 다녔다. 마지막 은신처는 혁신단 시절의 동지인 효제동의 이혜수 집이었는데, 그의 생가가 있던 곳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변질된 동지의 밀고로 거처가 왜경에 알려진다.

 일본 경찰에서 김상옥은 일급 위험인물이었다. 그래서 한 명을 체포하는데 무려 1천명이나 출동시킨다.

 은신처에 쉬고 있던 김상옥은 문밖의 움직임을 간파하고 곧 총알과 권총 두 자루를 챙겨 지붕 위로 탈출했다.

 왜경은 지붕 위로 오르는 김상옥을 발견하고 총질을 하기 시작한다. 이에 김상옥은 지붕을 건너 뛰어다니면서 추격해 오는 왜군 400여 명과 3시간이나 총격전을 벌인다.

 양손에 권총을 쥐고 양방향에서 달려드는 왜경들을 한 방향을 향해 한 번 쏘고, 또 다른 방향에서 달려드는 왜경을 향해 쏘고는 했다.

 긴 총격전에 김상옥은 점점 지쳐가는데, 왜군경들은 쉴 사이 없이 달려들었고 곧 총알도 바닥이 났다.

 마지막 한 발만이 남았을 때 그는 자기 가슴에 총을 대고 쏘아버린다.

 장렬한 죽음이다. 그의 몸에는 죽기 전 왜경에게서 맞은 총알이 11개나 박혀 있었다고 한다. 동지 김상옥의 장렬한 죽음을 전해 들은 김동순은 슬픈 눈물을 쏟았다.

 김동순은 10년 전에는 자신도, 김상옥도 조국을 위해 순수하게 목숨을 바쳤건만, 출소하고 나니 의열단은 그 옛날 순수한 목적은 사회주의니, 공산주의니 하는 사상이라는 굴레에 많이 변질해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김동순은 그런 것들에겐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집안에서 조용히 지내면서 아이를 하나 낳았는데 바로 그분이 만화가 김성환 선생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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