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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지명자의 편향된 시각
총리 지명자의 편향된 시각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4.06.15 2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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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1960년대 베스트셀러 `서울은 만원이다`.

 이렇게 넓은 서울도 삼백팔십 만이 살아보면 여간 좁은 곳이 아니다. 가는 곳마다 이르는 곳마다 꽉꽉 차 있다. 집은 교외에 자꾸 늘어서지만 연년룒年年룓이 자꾸 모자란다. 일자리는 없고 사람들은 입만 까지고 약아지고 당국은 욕사발이나 먹으며 낑낑거리고 신문은 고래고래 소리 지른다.(본문 중에서)

 산업화, 근대화를 향해 가던 서울을 배경으로 소외된 삶을 사는 사람들의 보고서였든 1960년대 당시 서울은 만원이었다.

 오랜 세월이 지난 서울공화국인 지금, 지방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균형발전을 위한 수도권 규제가 야금야금 풀리고 이에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의 광역지자체가 강력 반발하자 다음에 또는 넘치면 흘러간다는 `돌비현상`을 강조하는 게 수도권이다.

 이 같은 상황에다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의 과거 주장도 이에 못지않아 지방의 반발조짐이 여간 아니다. 일제강점과 남북분단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한 교회 강연내용이 정치권은 물론 국민 정서를 자극, 인사청문회 의자에 앉기도 전에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야권은 `청문회 낙마`를 넘어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자신의 과거 강연을 취재해 보도한 언론의 검증에 대해 해명이 아니라 곧바로 법적 대응으로 맞섰다는 것은 진실여부에 앞서 남은 비판하되, 자신에 대한 비판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를 두고 극우 논객은 존재할 수 있지만 극우 총리는 문제란 여론이다. 아무튼, 식민사관에 경도된 듯한 발언이나 종교 편향적인 자세는 그 앞뒤를 더 자세하게 알아봐야 하겠지만 문제는 나라를 균형감 있게 발전시킬 수 있는 철학을 가졌는지의 여부다.

 그는 지난 2011년 4월 중일일보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영남권 국제공항을 고집한 것은 나라 전체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신공항 유치경쟁이 치열한 경남과 대구경북, 부산에서 즉각 반발이 쏟아졌다. 그 이유는 수도권 중심주의 가치관이 문제란 것이다. 지역 언론인 A사, `문 후보자 역사관ㆍ수도권 편향 사고 검증 필요`라는 사설을 통해, "이처럼 왜곡된 역사관과 불균형한 국가발전관에 사로잡힌 인사를 어떻게 총리 후보로 지명했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언론인 B사, `지방은 안중에 없는 그는 총리감인가`라는 사설에서 "오직 중앙 집중적 사고를 가진 그가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권력을 갖게 되면 지방의 미래는 없다"고 비판했다. 신공항은 수도권을 포함한 서울 중심의 중앙집권적 발전지속에 따른 고사 위기인지방의 숨통을 터주고 균형발전을 위한 첩경이다.

 또 하늘길인 동시에 북한과 가까운 인천공항에 만일의 사태가 터졌을 경우 제2의 공항으로 기능을 맡게 된다. 단순히 영남권, 경남과 대구경북, 부산 울산 5개 광역지자체만을 위한 공항이 아니다. 날이 갈수록 수도권과 지방 간 간격의 차이는 더하고 악화일로에 있다. 지방은 경제, 교육, 문화 등 사회 전반이 수도권 블랙홀에 의해 위기에 빠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남권의 국제공항을 지역이기주의로 몰아붙인 것에 과연 지방의 발전전략을 기대할 수 있는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60년의 적폐를 청산을 위한 국가 대개조와 국민대화합이 절실한 시점에 수도권인 중앙만을 위한 총리는 요구되지 않는다.

 기자 시절, 서울, 수도권에 비해 절대적 약자인 지방의 균형발전과 기회발생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졌던 것이기에 우려하는 것이다. 조선 건국의 설계자인 정도전은 재상의 자질과 소임을 정기(正己), 격군(格君), 지인(知人), 처사(處事) 네 가지로 압축했다. 자신의 몸을 바르게 하고, 임금을 옳게 보좌하며, 인재를 등용하고, 일을 제대로 처리하는 것이다.

 유교적인 이념을 추구하며 선비의 가치를 숭상하던 조선시대의 재상(총리)도 완벽한 위인은 없었다. 정치적 타협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군왕의 자질과 왕권의 강약, 시대상황에 따라 공과가 엇갈렸고. 권한도 부침을 거듭했지만 조정의 최고 관직이었고 오늘날 국무총리도 마찬가지다. 헌정사상 최초의 언론인(기자) 출신 총리가 될 그에게 거는 기대가 자못 크고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적폐를 바로잡는 총리이기를 기대하지만 그 결과는 안갯속이다.

 `하나님의 뜻`이란 역사인식 발언 등도 문제지만 중앙 집중적 사고를 가진 그가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인 총리의 막대한 권력을 갖게 될 경우, 지방에 미래가 있는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2014년, 이젠 지방도 만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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