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06.09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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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149)
 나는 운봉을 반갑게 맞이하며 소파로 안내했다. 얼마나 반가운 얼굴인가. 철없을 적 만나 성인이 될 때까지 같이 뒹굴었던 친구다.

 반가운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그리고 운봉은 동네 대장 이야기이며, 또 강화에서 광산을 한다는 말도 했다. 나는 그에게 “광산이란 성한 사람도 하기 어려운 일인데, 참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광산에 질이 안 좋은 사람이 있어 손해를 봤다고 했다.

 그 이후로 운봉은 종종 우리 학원에 다녀갔고, 나도 운봉의 집에 담소를 나누러 들리곤 했다. 깨끗하게 정돈된 대방동의 작은 아파트, 그러나 나는 그곳이 꼭 혼자 사는 집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왜일까? 분명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그래서 나는 조심스럽게 “너, 집사람은 어디 갔니?”하고 물었다. 그러자 운봉은 “친정에 좀 갔다”라며 대답했다. 나는 혹시라도 대답하기 거북한 질문이 될까 봐 그 이상은 물어보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운봉에게 “집에 아이가 있어야 하는데, 어디서 양자라도 구해 같이 사는게 어떠냐”하고 떠보았다. 그 말에 운봉은 “나 같은 장애인에게 그런 자식 복이 있겠느냐”고 했고 “나 같은 사람을 아비로 삼는다는 것은 그 아이에게 불행이야”하고 말을 돌렸다.

 우리는 그렇게 만나 헤어졌고 또 가끔 안부 전화를 하면서 세월을 보냈다.

 113.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그 뒤 또 몇 년이 훌쩍 지났다.

 어느 날은 집 쇼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는데 한 프로그램에서 한 손에 손가락이 두 개씩인, 총 네 개의 손가락으로 피아노를 치는 초등학생이 나왔다.

 ‘희아’라는 소녀였는데 손가락만 기형인 것이 아니라 두 다리도 무릎 아래부터는 없는 불구였다. 그런 소녀가 꽤 뛰어난 실력으로 관중들 앞에서 연주하고 있었다.

 나는 ‘얼마나 고된 연습을 했길래 네 개의 손가락으로 피아노를 저렇게 잘 칠 수 있을까’하고 그 아이가 신기하고 기특했다.

 그 소녀의 이야기는 간간이 TV에 나왔고 나는 꼭 빠지지 않고 챙겨봤다. 그러던 어느 날 희아 이야기가 또 TV에 나왔다. 희아의 일상생활을 취재한 프로였다. 나는 유심히 그 프로를 보고 있었다.

 그의 엄마가 희아를 공연장으로 데리고 다니는 장면, 집에서 희아가 피아노를 연습하는 장면 등을 다큐멘터리로 찍어 방영하고 있었다.

 그 속에 빠져 들어 보고있던 나는 한 장면을 보고는 까무라칠 뻔 했다. TV 속 희아의 아빠가 등장하는데 그가 바로 비운의 골목대장 운봉인 것이다.

 몇 해 전에 내가 운봉을 만났을 적 운봉은 분명히 지식이 없었고, 양자를 들일 생각도 없다고 했는데….

 TV 속의 운봉은 침대에 누워 부인과 희아를 안고 “우리의 역경은 여기서 끝내자”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의 친구 이운봉…. ‘그 생애 얼마나 고난의 연속이었길래 저런 말을 할까’하고 생각하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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